[서용현의 웃는한국] 교육혁명⑥

교육혁명① <‘세계에서 젤 자유로운 교육’으로 가자>
교육혁명② <암기를 죽여야 나라가 산다>
교육혁명③ <학생들을 해방시키자>
교육혁명④ <‘장 그래’를 키운다>

교육혁명⑤ <시험을 추방하자>

[오피니언타임스=서용현, Jose] 우리 대학입시는 암기공부를 유발하는 주범이다. 얄팍한 암기지식을 물어서 학생들을 생각 없는 암기기계(돌대가리)로, 좀비로 만든다. 학벌주의를 초래하여 국민적 사기를 죽인다. 지식의 시대가 가고 두뇌의 시대가 오는 시점에서 이런 시험은 시대착오다. 이대로 가면 나라가 망한다. 뒤집어야 한다.

뒤집는 방법을 예시해 보자. ‘대학 수학능력(修學能力)’은 엄격히 봐야 한다. 수학능력 없는 학생이 대학에 가는 것은 국가적, 개인적 낭비이기 때문이다. ‘수학능력’은 영어, 수학 등의 지식에 의해 평가되지 않는다. 지능, 감성(感性), 인성(人性), 토론능력 등에 의해 ‘전인(全人)적으로’ 평가된다. 대신 대학별 입시는 없앤다. 대학수학능력시험 합격자들의 희망과 추첨에 의해 진학 학교를 결정한다. 그래서 대학 간 격차를 없앤다.

©픽사베이

대학입학 예비고사의 부활

대학입학 자격시험(예비고사)을 부활시킨다. 그러나 신 예비고사는 1970년대에 시행된 예비고사와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시험 과목이 과거와 틀리다

신 예비고사는 영어, 수학 등이 아니라 지능, 사고력, 창의성, 인성, 감성 등을 본다. 이들이 지식의 암기보다 대학수학 능력에 진짜 중요하다는 생각에 입각한 것이다. 학과목 시험을 없애는 것은 암기공부나 과외공부에 의해 대학에 진학하는 것을 어렵게 하려는 의도도 있다. 이제 암기 잘한다는 것만으로 대학에 진학하기 어렵게 된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아래와 같은 척도에 의하여 진정한 대학수학능력을 테스트한다.

1) 지능검사(IQ)와 감성지수(EQ)
지능검사로 지능, 사고력과 창의성을 보고 감성지수를 통해 인성과 사회성을 본다. ‘성적 좋은 학생’이 아니라 ‘머리 좋은 학생’, ‘인성 좋은 학생’을 대학에 보내려는 의도다. IQ나 EQ는 암기공부나 과외공부를 해도 성적이 늘어나지 않는다는 점도 고려된 것이다.

2) 내신
현재의 ‘성적 중심’ 내신은 폐지한다. 대신 앞서 설명한 아래 두 분야에서의 평가 결과에 입각한 내신 성적을 본다.
- 발표토론 평가 (두뇌와 발표력에 관한 평가)
- 인성 다면평가 (인성과 사회성에 관한 평가)

3) 논술 (독서에 대한 평가)
프랑스의 대학입학자격시험(바칼로레아)을 벤치마크하고 이를 우리의 현실에 비추어 적절히 수정한 주관식 논술시험이다. 이 시험은 정답이 없고 철학, 인문학 등을 망라한다. 바칼로레아는 문제해결 능력과 창의적 사고능력, 생각하는 힘을 평가하는 시험으로 정평이 있다. 평소 독서와 생각을 많이 한 학생들이 높은 점수를 받도록 출제/채점되어야 할 것이다.

문제는 우리가 이런 시험을 채점할 인력이 있느냐이다. 대다수의 우리 교수/교원들이 암기공부에 젖어 이런 종류의 채점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에 맞는 방향으로 시험을 재창조하는 것이 이 방안의 성패를 결정할 것이다.

*만약 한국에 맞는 평가 대안을 찾지 못한다면 우선 상기1) 및 2)만 가지고 평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양한 수능 풍경들. ©플리커

합격자의 수를 대폭 줄인다

예비고사 합격자의 수를 현행 대학 정원 합계의 50% 이하로 한다. 우리의 대학진학률이 84%(한국교육개발원 2009년 통계)에 이르고 OECD에서 1위라는 것은 국가적 낭비이며 망국(亡國)에 이르는 길이다. 대학수학능력도 없으면서 대학에 가서 4년을 허비하는 것은 국가적/개인적 낭비다. 대학을 나왔으니 블루칼라 일자리에는 안 가려하고 백수로 젊은 시절을 낭비하는 것도 국가적 낭비다. 따라서 대학 정원을 대폭 줄여서 “모두 대학에 간다”는 생각을 바꾸고, 대학 간의 경쟁과 적자생존이 이루어지고, 우리 교육의 질을 높인다는 것이 예비고사 합격정원 감축의 이유다.

재수 감점제
재수는 국가적 낭비다. 재수 방지를 위해 예비고사에서 재수, 삼수할수록 누진적으로 감점하는 ‘재수 감점제’의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재수 감점제와 예비고사의 성격(지능검사, 감성지수 등은 공부한다고 점수가 오르지 않는다는 점)에 비추어 재수하려는 유인(誘因)은 줄어들 것이다.

전문학교 진학 장려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학생들의 전문학교, 직업학교 진학을 격려하기 위한 프로그램(예시)을 적극 도입해야 할 것이다.

- 신 대학입학제도에 의해 학생 유치가 어려워진 대학이 전문학교로 변신하는 것을 적극 권장
- 전문학교, 직업학교 학생들에 대한 재정 지원 (생활 곤란 학생에 대해서는 장학금 뿐아니라 생계비까지 일부 보조)
- 대기업에서 신규 채용자의 일정 비율을 대학 비진학자(고졸자 및 전문대학 졸업자)로 충당하는 것을 의무화
- 전문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소정기간 관련 직장에 근무하면 대학 진학 기회를 부여 등

시험 없는 대학입학/대학 간 격차 시정

대학입시는 없다. 예비고사 합격자는 원칙적으로 어떤 대학에도 지망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합격자들은 전기, 후기에 각각 3개(예시)의 대학에 복수지원을 할 수 있다. 그 후에 정원이 남아있는 학교에 대한 추가 지망은 계속 가능하다.

학생들이 선호하는 (구 일류)대학에 지망자가 몰릴 경우, 그 대학은 ‘추첨’에 의해 합격자를 선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따라서 선호 대학에 대한 지망은 리스크(risk)를 안게 된다. 나중에 갈 데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다만 가정사정이 어려운 학생은 국립대학 등에서 우선 선발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상기 대학지망제도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대학 간 격차를 없앨 것이다. ‘구 일류대학’도 ‘일류’ 학생을 뽑지 못하면 일류 대학이 아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점차 ‘일류대학’보다는 자신들이 하려는 공부의 여건을 제공해주는 대학을 선호하게 될 것이다. 기업들도 학벌이나 스펙보다는 실질역량을 중심으로 인력을 채용하게 될 것이다. 학연(學連)은 과거의 것이 된다.

엘리트의 필요성을 거론하면서 대학평준화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우리가 필요로 하는 ‘엘리트’는 ‘민중엘리트’다. 민중을 알고, 민중과 함께 호흡하면서, 민중을 이끌 수 있는 사람이다. 바로 새로운 대학입학제도가 키우고자 하는 인물형이다. 자기만 아는 이기적인 엘리트는 사회에 기여하는 바도 없고 엘리트도 아니다. 과학자도 마찬가지다. 아인슈타인이나 스티브 잡스를 보라. 인간과 인생에 대한 통찰이 있어야 과학자로서도 일류가 된다. 주입식 교육을 받으며 암기공부만 잘 해서 일류학교에 가고 돈이 많아서 유학 간 학생들은 엘리트가 아니다. 이들이 나라를 위해 큰일을 하겠는가?

암기공부, 과외공부를 조용히 추방한다

상기 새로운 대입제도 하에서는 (고액) 과외공부나 암기공부를 해도 성적이 오른다는 보장이 없다. 암기/과외공부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머리를 돌대가리로 만들기 때문이다. 오히려 평소에 생각을 많이 하고, 책을 많이 읽고, 경험을 많이 하고, 사람들 사이에서 어울리면서 사회, 자연, 인간에게서 배워야 새로운 대입제도, 취업관행 하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이것이 곧 “젤 자유로운 교육”이 의도하는 젊은이 상(像)이다.

 서용현, Jose

 30년 외교관 생활(반기문 전 UN사무총장 speech writer 등 역임) 후, 10년간 전북대 로스쿨 교수로 재직중.

 저서 <시저의 귀환>, <소통은 마음으로 한다> 등. 

‘서용현, Jose’는 한국이름 서용현과 Sir Jose라는 스페인어 이름의 합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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