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객 핫이슈]

‘이메일은 증거가 남으니 팩시로 입사청탁 명단을 보냈다’
‘청탁자만 400~500명, 청탁대상 응시자는 1000여명. 청탁자가 6명 되는 응시자도~’
‘합격자 중 95%인 493명이 청탁대상자...권성동 염동열 의원측 연루의혹’

[오피니언타임스=권혁찬] 속속 드러나는 강원랜드 채용비리. 정치권이 연루된 부정청탁 채용비리의 실체가 충격적입니다. 도대체 어느 땐 데? 상장기업에서, 그것도 국민혈세로 세워진 공기업에서 이런 일이?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야말로 60~70년대나 있을 법한 ‘아주 미개한 범죄’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이훈 의원실에 따르면 강원랜드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교체기던 2012년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두차례에 걸쳐 직원 518명을 공모합니다. 최흥집 전 사정 시절입니다.

그런데 이후 채용과정의 의혹이 불거지면서 강원랜드(현 함승희 사장)가 자체감사에 착수합니다. 감사결과 무려 합격자 95.2%(493명)가 내외부의 인사지시와 청탁으로 선발 시작단계부터 별도관리됐다는 믿기 어려운 사실이 드러납니다. 면접점수 조작과 같은 조직적 범죄가 이뤄졌습니다.

더욱 이해가 안되는 것은 감사결과를 토대로 검찰에 진정서가 제출된 뒤에도 1년이 훨씬 지난 올 4월에야 최 전 사장과 당시 인사팀장 2명만 불구속 기소(업무방해 혐의)됐다는 점입니다. 수백명에 이르는 부정채용 청탁자는 ‘성명불상’이란 이름으로 수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부정청탁 의혹을 받고 있는 권성동 의원(자유한국당)의 경우 한차례 보좌관 조사로 끝났습니다.

‘꼬리자르기’ ‘봐주기’수사라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입니다. 이훈 의원은 “강원랜드 채용비리와 관련해 권성동 의원의 연루의혹이 드러났음에도 검찰수사는 상식에서 벗어날 만큼 부실했다”며 “외압여부를 포함해 철저한 재수사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강릉이 지역구인 권 의원은 한때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소속(2009∼2012년)이었습니다. 강원랜드가 피감 공기업. 강원도 정무부지사 출신인 최 전 사장은 이후 2014년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 강원도지사 후보로 출마합니다.

권 의원에 이어 자유한국당 염동열 의원 측도 강원랜드 채용비리에 연루된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염 의원 측이 2012~2013년 강원랜드 신입사원 모집 때 채용청탁한 규모가 80명이 넘고 이 중 20~30명이 최종 합격한 정황이 강원랜드 자체감사에서 파악됐다는 것입니다. 검찰 역시 이를 파악하고도 염 의원에 대해 한차례 서면조사로 수사를 끝냈다고 합니다.

재선인 염 의원은 강원 태백·횡성·영월·평창·정선군이 지역구입니다. 그는 “보좌관 자신이 청탁을 받아 놓고 내게 덮어씌우려 한다. 모두 보좌관의 거짓말”이라고 부인하고 있습니다. 반면 보좌관은 “염의원 지역 사무실에서 40명, 서울사무실에서 23명 등 명단을 받아 강원랜드에 전달했다. 보좌관이 무슨 힘으로 국회의원의 지시없이 마음대로 대규모 명단을 제공할 수 있겠느냐”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누구 말이 맞는 지 재수사로 가려내야 할 사안이 됐습니다.

강원랜드는 ‘폐광지역 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1998년 내국인전용 카지노로 설립된 공기업입니다.  “도박공화국을 만들건가?”라는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폐광지역 경제활성화를 명분으로 정부가 밀어붙였습니다. 한국광해관리공단과 강원도개발공사가 대주주로 2025년까지 내국인 카지노의 독점운영권이 보장돼있습니다. 운영권을 연장해가면서 독점특혜에 힘입어 지난해에도 1조6965억원원 매출, 618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습니다. 상반기 영업이익률(35%)이 삼성전자(23%)를 앞서고 임직원 평균연봉이 7000만원대나 되는 말그대로 ‘신의 직장’입니다.

그러나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낙하산 임원인사들이 대거 이뤄졌습니다. 정부도, 지자체도, 정치권도 강원랜드에 '빨대를 꼽느라' 정신없었습니다. 현 함승희 사장도 박근혜 캠프의 클린선거대책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인사입니다. 나눠먹기식 낙하산 인사가 횡행했으니 전문성은 떨어지고 정치권에도 휘둘렸던 겁니다.

설립 이후에도 잡음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카지노 도박중독으로 ‘강원랜드 폐인’이 속출하고 카지노가 위치한 정선군 자살률은 전국 평균치 2배로 뜁니다. 강원랜드가 투자한 태백 오투리조트와 영월 동강시스타 등 투자기업도 부실투성이 애물단지가 됐습니다. 당초 설립취지인 폐광지역 경제활성화는 물건너간 지 오래입니다. ‘그들만의 리그’가 돼버렸습니다.

채용비리로 얼룩진 강원랜드 사태는 게이트라 할 만합니다. 내부감시시스템은 먹통이 되고 노조, 국회도 채용비리 앞에선 무력했습니다. 검찰수사도 미지근했고... 젊은이들의 꿈과 미래가 ‘그들’에 의해 갈취당했습니다.

특검을 통해서라도 부실수사와 채용비리의 진상을 밝혀내 청탁자를 포함, 관련자들을 엄중 처벌해야 합니다. 부정청탁으로 들어온 직원의 입사는 취소돼야 마땅합니다. 부정청탁으로 떨어진 수천명의 응시생들이 대규모 소송에 나설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별따기 취업난을 비웃으며 밀실에서 짬짜미 청탁과 채용비리를 주도한 이들은 대한민국 청년들의 삶을 무참히 짓밟았습니다. 강원랜드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한국디자인진흥원 대한석탄공사 한국석유공사 가스안전공사 등에서도 채용비리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공기업 적폐청산이 절실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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