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의 전원일기]

[오피니언타임스=동이] 베이비부머 중엔 은퇴하면 텃밭농사나 짓겠다는 이들이 제법 있습니다. 농사로 돈벌겠다기보다는 도시에서 빈둥빈둥대느니 텃밭에 농막 하나 놓고 왔다갔다하겠다는 소박한 생각에서죠.

농사 지어봐야 얼마 벌겠습니까? 평생 농사에 매달려온 농군들도 허덕대는 현실입니다. 우리 농가 연평균 농업소득이 1000만원입니다. 바로 답이 나오죠.
그러니 소일삼아 텃밭가꾸며 농막에서 지인들과 삼겹살에 소주 한잔하는 게 현명한 일입니다.

2도5농(이틀은 도시, 5일은 농촌서 지내기)이든, 5도2농이든 베부세대의 텃밭의지는 강한 편입니다. 은퇴를 앞둔 친구들이 가끔 동이한테 부탁합니다.
“동이야! 어디 한 200평짜리 밭 나온 거 없나? 알아봐라~”
“왜?”
“농막 하나 지어놓고 상추나 고추 좀 심어볼까 해서...”

©동이

물론 동이가 부동산중개업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시골 다니다보면 가끔 200~300평짜리 땅들이 비공식적(?)으로 나오는 경우가 있죠.

서울 근교든, 강원 산골이든 ‘필이 꽂혀서’ 가는 베부들 중엔 귀농이라 하기도, 귀촌이라 하기도 뭣한, 어중간한 텃밭농군이 꽤 있습니다. 귀농은 농사를 업(業)으로 하겠다는 것이고, 귀촌은 농사 대신 연금이나 임대소득으로 농촌생활을 꾸려간다는 점이 차이라면 차이죠. 어중띠기 텃밭농군은 엄밀히 말해 귀농, 귀촌인도, 도시인도 아닙니다.' 왔다리갔다리'하는 방랑농군이라고 할까.

동이 경험으론 농지를 꼭 살 필요는 없습니다. 임대해 쓸 수 있는 밭 많습니다. 컨테이너까지 갖춰 임대놓는 것들도 있어 몸만 왔다갔다하면 됩니다. 어름해서 연간 임대료 해봐야 기백만원 안팎이니 부담없이 전원생활을 즐길 수 있죠.

지인 한분은 강원도에 컨테이너가 달린 밭 200평을 세 얻어서 주말마다 경기도에서 다닙니다. 여행삼아 부부가 함께 다니는 모습이 보기에도 좋죠. 가끔 산행하고 텃밭에 채소와 도라지 더덕같은 것 심으며 알콩달콩 지냅니다.

“임대는 싫다! 기백평이라도 내땅갖고 내땅에다 농막지어 아내랑 소꿉놀이하고 싶다!”하면 말릴 수 없습니다. 땅이야 내 맘에 드는 것 얼마든지 고를 수 있으니 돈만 있으면 됩니다.

다만, 거리를 고려해야 하고 나름 산수풍광이 있는 곳을 권합니다. 물론 이 조합을 맞추기 쉽지 않습니다. 수도권은 땅값이 비싼 반면 산수풍광이 다소 빠지죠. 풍광 좀 보려면 경기 북동부나 강원도쯤 가야 합니다.
뷰(view)가 좀 떨어져도 다니기 좀 편해야 한다면 돈이 좀 들어도 양평같은 곳이 좋지요.

주말농장 정도라면 임대냐, 소유냐가 사실 중요하지 않습니다. 단, 텃밭농사라도 지으려면 농막(컨테이너)과 전기는 있는 게 좋습니다. 농업용수로 쓸 관정까지 있다면야 금상첨화죠.정착여부야 나중에 결정해도 늦지 않습니다.

사진처럼 컨테이너 위쪽 네귀에 오목하게 구멍이 뚫린 것이 수출입용 컨테이너. ©동이

농지를 사서 컨테이너를 놓으려면 농지가 소재한 지자체(대개 면단위)에 신고하게 돼있습니다. 신고제니까 신고만 하면 되는 것 아니냐? 그렇게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지자체마다 신고처리 기준이 다 다릅니다. 때문에 해당 지자체에 미리 문의해서 설치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필수죠. 덜컥 컨테이너부터 맞춰놓고 나서 신고수리 안되면 이만저만한 낭패가 아닙니다. 상수원이나 문화재보호구역 같은 곳에서는 컨테이너 가설신고가 수리되지 않는 수가 있습니다. 말이 신고제이지 내용은 허가제나 다름없는 겁니다. 이점 유의해야 합니다.

간혹 부동산 중개업자가 쉽게 얘기합니다.
“컨테이너 그냥 갖다놔도 돼요~ 다들 그렇게 하는 데요~ 널려있는 컨테이너 중에 신고한 거 얼마나 되겠습니까?”

만사 불여튼튼입니다. 요즘 시골도 보는 눈들이 많아 ‘어느날 갑자기 생긴 컨테이너’는 고발대상이 될 수 있고, 그에 따라 강제철거될 수 있습니다. 절차와 규정을 지키는 게 후환이 없습니다.

절차는 비교적 간단해 신고도면을 직접 그려서 읍면에 내면 됩니다. 물론 다른 자재로 농막을 가설해도 됩니다. 대체로 놓기 쉽고 쓰기 편한 컨테이너가 선호됩니다.

컨테이너 설치가 가능한 것으로 파악되면 컨테이너를 어떤 것으로 할지 결정해야죠. 수출입용으로 제작된 중고 컨테이너가 주로 거래되나 요즘엔 아예 농막용으로 만들어 팝니다. 중고(수출입용)와 신품(농막용) 차이지만 강도에선 차이가 좀 납니다. 수출입용이 농막전용보다 튼튼한 편이죠. 다만 수출입용은 가격이 저렴한 반면 사양 등에서 농막전용보다 떨어지는 흠이 있습니다.

한동안 농막설치가 까다로웠지만 요즘은 많이 완화돼 농막 내 전기와 수도, 편의시설을 넣을 수 있습니다. 땡볕을 피해 농막에서 새참 정도 해먹을 수 있게 된 겁니다.

전기는 농사용 관정을 파 한전에 신청하는 것이 빠른 방법입니다. 전기는 끌어오는 거리에 따라 수익자 비용부담이 발생한다는 점이 고려사항입니다. 따라서 가까운 곳에 전기가 들어와 있다면 큰 돈 안 듭니다. 농사용 전기여서 전기료 부담도 헐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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