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진의 글로보다]

[오피니언타임스=김동진] 세계적인 영화제, 칸 국제영화제의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2번이나 수상한 벨기에의 거장 감독 다르덴 형제의 영화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순적인 상황에 놓인 개인의 윤리적인 선택을 담담하게 담아낸다. 그들의 카메라는 인물들을 앞서가는 법이 없이, 늘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묵묵히 그들의 행적을 따라간다.

다르덴 형제의 2014년 작품 <내일을 위한 시간, (원제: Two Days, One Night)>의 주인공 산드라는 우울증 치료를 위한 휴직을 끝내고 복직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 사장이 직원들에게 이상한 제안을 한다. 산드라의 복직과 1000유로 보너스를 두고 내부 투표를 한 것이다. 산드라가 복직하지 않으면 나머지 직원들은 각자 1000유로의 보너스를 받고, 반대의 경우 보너스는 지급되지 않는다. 투표에서 동료들 대부분은 산드라의 복직 대신 보너스를 선택한다. 하지만 투표 과정이 공정하지 않았다는 내부 제보 덕분에 월요일 아침 재투표가 결정되고, 이제 산드라는 영화의 원제목이기도 한 1박2일 동안 직장 동료들을 찾아가 월요일 투표에서 자신의 복직에 투표해달라고 설득을 해야 한다.

산드라는 우울증 약을 계속 입에 털어 넣고 절망적인 상황에 눈물을 흘리며 몇 번이나 포기를 생각하면서도 일일이 동료들의 집을 방문해서 설득한다. 보너스를 택한 게 마음에 걸렸는데 찾아와줘서 고맙다고 산드라를 지지하겠다고 하는 사람, 산드라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자신에게는 보너스가 꼭 필요하다고 곤란해 하는 사람, 아예 냉정하고 매몰차게 외면하는 사람 등 그녀를 대하는 동료들의 태도는 다양하다. 산드라의 부탁을 거절하는 이들에게도 각자 사연은 있다. 이혼하고 남자친구와 새 출발하기 위해, 아이의 교육비에 보태기 위해, 주말에 다른 일을 하면서도 늘 생활비가 모자란 처지에 1년 치 가스와 전기세에 해당하는 금액의 보너스를 쉽게 포기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들은 산드라가 해고되는 건 싫지만 그렇다고 그 돈을 포기하는 것도 싫다고 말한다.

그래도 오랜 기간 함께 해온 동료인데 보너스를 더 받기 위해 동료의 해고를 선택하는 이들의 모습이 냉정하고 이기적으로 보일 수 있다. 만약 산드라와 그들의 입장이 바뀐다면 그들 역시 상대방이 원망스럽고 치밀어오르는 화를 참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산드라의 복직을 택하는 사람은 좋은 사람, 보너스를 택하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라고 단순하게 나눌 수 있을까? 사람이라는 존재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고 개개인의 행동을 선과 악으로 쉽게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은 얼마든지 있다.

비난의 화살은 너무나도 당연하게도 이런 말도 안 되는 제안을 한 사장에게 돌아가야 한다. 산드라의 복직으로 발생하는 비용과 나머지 직원들에게 보너스를 지급하는 비용은 비슷할 것이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사장으로서는 손해 볼 게 없다. 그러나 산드라 입장에서는 자신과 가족의 앞날이 달린 문제이다.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단지 직장 하나를 잃는 것이 아니라 인생 전체를 잃게 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남은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동료를 배신했다는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자신도 산드라와 같은 처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낄 것이다. 이제 동료들 간의 연대 의식은 점점 희미해져갈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 투표 결과가 나오고 사장은 산드라에게 비슷한 제안을 한다. 하지만 산드라는 그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사장의 제안은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 수 있는 것이었고 그녀는 단호하게 거부한다. 사장은 어찌 됐든 자신은 잃은 것이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자신의 냉혹한 제안으로 인해 직원들 사이에 틈이 벌어지고 결국 그것은 회사의 미래와도 연관이 있다는 것을 나중에는 깨닫게 될 것이다. 산드라는 직장을 잃었지만 사장은 사람을 잃었다. 결국 누가 더 손해일까? 사장에게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이 닥칠 가능성이 그렇게 많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세상 사는데 돈이 전부는 아니다.  

김동진

한때 배고픈 영화인이었고 지금은 아이들 독서수업하며 틈틈이 글을 쓴다.

오피니언타임스 청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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