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건의 드라이펜]

[오피니언타임스=임종건] 북한의 핵과 미사일은 한국 미국 일본에 대한 공격용 무기다. 그들은 핵미사일로 이들 세 나라를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위협한다. 그리고 실제 일본 상공을 넘어서 미국의 군사기지가 있는 서태평양의 괌 섬의 앞뒤로 떨어지게 미사일을 쐈다. 괌 섬 좌우에 떨어지게 두 발을 더 쏘면 이른바 ‘괌 포위사격’이다.

머지않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완성, 미국 서해 쪽의 공해 상에 떨어뜨리며 미국 본토 공격도 위협할 것이다. 북한의 미사일이 세 나라의 영토, 영해, 영공, 어디에 떨어지던 그것은 전쟁으로 간주될 것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6차 핵실험 성공 후 핵과학자와 기술자들을 위한 축하 연회에 참석하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 경우 미국의 대북 보복공격에 대해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라고 하더니, 19일 유엔총회 연설에서는 말의 강도를 더 높여 ‘전면적인 파괴(Totally Destroy)’라고 했다.

북한에 의한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은 남한에 대한 전쟁행위였으나 우리는 그것을 애써 국지적 전투로 간주해 몇 발의 대응포격으로 그쳤다. 그로써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피했다. 미국과 일본에 그런 도발을 한다면 그들의 대응은 결코 한국 같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은 주먹이 간지럽던 사람의 발등을 밟은 격이 될 것이다.

그 점을 모르진 않을 북한이기에 결코 미국과 일본을 직접 타격하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과 일본에 대한 공격은 지금처럼 변죽만 건드리거나 말폭탄만으로 충분하다. 북한이 일본 쪽으로 미사일을 발사하면 일본의 지자체들은 공습경보를 울리고, 신문들은 호외를 발행하며 민감하게 반응한다. 미국은 물론 전 세계의 매스컴들이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메인 뉴스로 다투어 보도한다. 북한의 김정은은 그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어깨가 으쓱할 것이다.

그러고 보면 북이 영토적으로 도발할 수 있는 나라는 휴전선으로 대치하고 있는 남한뿐이다. 핵무기개발에 끝장을 보겠다는 김정은에게 대화를 간청하고, 깨져버린 한반도 비핵화를 지키겠다는 문재인 정부는 만만해 보일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것도 만만치 않다. 김정은은 지난달 백령도와 대연평도 가상점령 훈련을 현지지도 했다. 그 자리에서 김정은은 “서울을 단숨에 타고 앉으며 남반부를 평정할 생각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 도발이 실재상황이 된다면 그것은 전면전이다. 문재인 정부가 그런 상황에서 이전 정부처럼 미온적으로 대응했다간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하루아침에 땅에 떨어질 것이다. 대남 도발 역시 전면전으로 비화할 위험이 한층 커진 셈이다.

사실 ICBM같은 전략무기는 미소 냉전 기간 동안에도 결코 사용된 적이 없었다. 2차 세계대전이후 무수한 전쟁에서도 사용되지 않았다. 미·소는 쓰겠다는 말조차 입에 올리지 않았다. 핵전쟁의 결과가 무엇인지를 그들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오판 또는 실수로 핵전쟁이 날 것에 대비해 미·소는 1960년대 쿠바사태를 계기로 양국 수뇌 간의 핫라인을 설치했고, 지금도 가동 중이다. 그런 강자들의 대결법은 지금도 미·중·러 간에 유지되고 있다.

핵무기로 불바다를 만들겠다는 협박을 예사로이 하는 김정일의 허장성세는 따지고 보면 약자의 콤플렉스다. 체제와 함께 리더의 인성마저 폐쇄적인 김정은 체제는 외부 세계와 소통의 채널이 없다. 한 때 설치됐던 남북 간 군사 핫라인도 단절된 상태다. 이는 우발적 전쟁의 가능성이 열려 있는 것으로 큰 위험요소다.

대화가 안 통하니 응징만을 얘기하고 있다. 유엔의 대북 경제제재가 너무 많이 발동돼서 유명무실해지자 선제적 공격, 킬체인, 참수작전, 전자기폭탄공격 등등 온갖 무력응징책이 거론된다. 북한의 영토 안에서나 공중에서 이뤄져야 할 공격이다. 전면전 또는 국제전의 위험이 뒤따를 방법이다.

분쟁의 요소를 줄이면서 김정은으로 하여금 핵개발의 무모성을 자각하게 하는 방법은 북이 발사한 ICBM급 미사일을 요격하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이 거듭된 요격 장담에도 불구하고 실제 시도된 바는 아직 없다.

주한미군에 배치된 사드 등 요격 미사일의 적중률이 100%라고 호언하지만 시뮬레이션 상태에서의 얘기지, 공격 미사일에 대한 정보가 없거나 교란 정보, 기만체와 함께 발사될 경우 적중확률은 0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국과 일본이 북한의 미사일을 향해 한 번도 요격을 시도하지 않은 것은 사실상 요격이 불가능함을 시인한 것일 수도 있다. 만약 요격이 실패하면 그로 인한 실망과 안보에 대한 불안감으로 국민적 사기관리 측면에서도 큰 문제가 된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김정은의 핵무기 개발과 미사일 발사 협박은 계속되고 있다. 그의 언행에선 충동조절장애자의 조바심이 엿보인다. 힘들게 만든 핵무기를 과시하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는 듯하다.

마치 6·25 전쟁 전야의 김일성 모습이 연상된다. 김일성은 그때 소련의 스탈린과 중공의 모택동을 X마려운 강아지처럼 뻔질나게 찾아가 남침을 승인해달라고 졸랐다. 당시 김일성은 38세였고, 지금 김정은은 35세다. 뭔가 불길하다.

 임종건

 한국일보 서울경제 기자 및 부장/서울경제 논설실장 및 사장

 한남대 교수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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