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관의 모다깃비감성]

[오피니언타임스=신명관] 나는 당신과 대화한다. 나는 당신을 좋아한다. 누군가 좋아하는 것은 꽤나 위험한 일이다. 너무나도 많은 마음의 불안을 낳기 때문이다.

내가 말하는 단어가 적절한 단어일까. 나는 지금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까. 단어 선택이나, 뉘앙스가 당신에게 괜찮게 들렸을까. 당신이 기분나빠하면 어쩌지. 당신이 기뻐한다면 어느 부분에서 그랬을까. 질문이 끝없이 이어진다. 누군가를 순수하게 좋아하지 못하고 이런 것들을 일일이 알아보려는 나는 나쁜 걸까? 나의 메시지가 담긴 수많은 종이비행기를 당신에게 날려보내고 싶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것마저 불안해진다. 모든 신경이 당신에게 쏠려있는 나를, 당신은 부담스러워하지 않을까.

©픽사베이

평소엔 아무런 생각없이 친하게 지냈으면서도 좋아하는 마음을 깨닫고 난 뒤에는 보이지 않는 선이 생긴다. 내 마음을 들킬까봐, 당신에게 부족한 사람일까봐, 사랑받고 싶어 안달할까봐, 아주 멀리서 서성거린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이럴 때가 가장 야속하다. 하지만 당신이기에, 나는 또 어떻게든 무언가를 해보려고 한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나를 좋아했던 또다른 당신도 이러했다. 불안하고 서성이고 안달복달 조바심내고… 아, 나란. 당신이란.

나는 나의 미래를 불안해한다. 당신은 당신의 미래를 두려워한다. 이건 당신과 내가 갖게 될 필연적인 불안이다. 나의 마음은 충만해질것인가, 당신은 망설임을 떨쳐낼것인가,

이따금 모든 것이 별개의 것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밤하늘 북두칠성이 아름답다고 느끼면서 동시에 그 별을 보는 나의 눈이 12시간 근무로 붉게 충혈됐음을 자각할 때, 내가 손에 놓지못하는 공부와 노력이 어쩌면 나의 성공과는 아무 연관도 없을 것을 본능적으로 직감할 때, 나의 삶의 흔적들이 서로 맞물리지 않고 어긋나 돌아갈 수 있다는, 그런 분리된 순간들이 섬뜩하게 떠오를 때. 나는, 당신은, 무엇을 위해 사는가.

나와 당신은 어쩌면 헤어날 수 없는 어떤 심해에서, 빛조차 들어오지 않는 심연에서 마음을 나누는 사이일 것이다. 그 깊은 어두움이 두렵지만 위로 솟구치지 못하고 거기서밖에 살지 못하는 사람일지 모른다.

이 필연적 불안함이 나와 당신의 온전한 기쁨이 되기를 바란다. 나는 나를 이뤄온 불완전했던 과거를 사랑할 것이기에, 당신 역시 스스로를 사랑하길 바란다. 더는 불안한 밤거리를 배회하지 않기를, 자신을 의심하지 않기를.

우리들은 또 살아갈 것이다. 필연적 불안함에서, 온전한 기쁨을 찾아 행복해지기 위해. 

 신명관

 대진대 문예창작학과 4학년 / 대진문학상 대상 수상

 펜포인트 클럽 작가발굴 프로젝트 세미나 1기 수료예정

 오피니언타임스 청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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