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의 전원일기]

[오피니언타임스=동이] 해마다 벌초나 성묘 때 벌에 쏘여 운명을 달리하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전원생활에서도 조심해야 할 게 벌과 뱀입니다. 특히 말벌의 독은 가공할만하죠. 도농을 막론하고 119에 ‘벌집퇴치 SOS’를 치는 일이 빈번한 까닭입니다. 연간 출동건수가 무려 17만건이나 된다죠.

말벌은 농가는 물론 야산이나 산속 나무둥치에 집을 짓고 군집생활을 합니다. 말벌 집을 건드리거나 가까이 가는 순간 공격하는 성질이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검은색이나 짙은 갈색보다 흰색 등 밝은 색의 옷을 입고 모자를 쓰는 게 피해를 줄이는 길이라고 얘기합니다. 다음카페 ‘산야초세상’의 산꾼(샐비아님)이 들려주는 ‘벌과 뱀이야기’를 소개합니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픽사베이

동이: 말벌 독이 치명적이지 않습니까? 피해를 좀 줄이려면?
샐비아: 보통 말벌은 주 출입구에 두마리 정도 파수벌을 둡니다. 비상출입구가 있는 후미에도 그 정도 파수벌이 늘 있죠. 나무가지나 스틱으로 말벌 집을 건드리면 그 순간 공격모드로 바뀝니다.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을 ‘적’으로 보고 공격하죠. 때문에 말벌 집은 봐도 건드리지 않는 게 상책입니다. 벌집을 보겠다고 가까이 다가서는 것도 벌에겐 공격적 행동으로 받아들여지죠. 한 두마리가 곧장 벌떼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각별히 조심해야 합니다. 조용히 지나가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죠.

공격적 행동을 하지 않았는데도 말벌이 공격하는 수가 있지 않습니까?
본의 아니게 건드리는 수가 있죠. 이런 행동 역시 벌이 자신을 공격하는 행위로 받아들입니다. 특히 장수말벌은 봉분(封墳)에 집을 짓는 경우가 많아요. 벌초나 성묘 때 무덤 주위를 먼저 살펴보는 게 좋습니다. 날아다니는 말벌과 맞닥뜨릴 땐 움직임을 멈추고 천천히 뒷걸음질치는 게 방법입니다.

말벌 공격을 받으면?
일단 자세를 낮추고 10m 이상 속히 벗어나야 돼요. 말벌은 특성상 직진비행하는 성질이 있습니다. 후속공격을 막기 위해서도 나무 뒤편 등 엄폐물을 이용해 몸을 숨겨 뒤이어 날아오는 벌들이 가능한 나를 발견하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말벌은 특히 급소인 사람의 목덜미와 정수리 쪽을 집중 공격합니다. 말벌이 급소를 알아서라기보다 열을 많이 발생하는 신체부위여서 본능적으로 열을 감지해 공격하는 걸로 알려져 있죠. 따라서 산행할 때는 모자와 옷으로 급소부위를 보호해주는 게 좋습니다.

말벌에 쏘였을 때 응급처지 방법이라면?
급소를 쏘이면 삽시간에 독이 퍼져 생명이 위험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 움직이기 어렵다면 119에 바로 신고해야죠. 그러나 구조팀이 오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응급처방이 필요합니다. 산꾼들은 암모니아수를 씁니다. 진정효과가 있죠. 개인적으론 발효식초를 상비약으로 지니고 다닙니다. 물론 평소엔 음용합니다. 민간요법으로 된장을 쓰기도 하지만 임시 진정효과가 있을 뿐입니다. 

말벌에 쏘인 적이 계신지요?
산행 중 동반자가 스틱으로 말벌집 입구를 건드리는 바람에 말벌에 쏘인 적이 있습니다. 허벅지에 쏘였는데 쇼크를 받아 그 자리에 주저앉았습니다. 따끔했는가 싶더니 금방 어지러워지더군요. 급소가 아닌 게 다행이었죠. 배낭 속에 있던 발효식초를 마셨습니다. 해독 진정효과가 있거든요. 가빠지던 호흡이 진정되고 부었던 몸이 좀 가라앉아 그 길로 걸음을 재촉했습니다.

다른 벌들은?
말벌 못지 않은 녀석들이 땡삐(땅벌의 사투리)입니다. 땡삐는 떼로 달려들기 때문에 위력이 말벌 못지 않습니다. 땡삐는 물속에 들어가도 몸에서 떨어지지 않고 계속 쏘아댑니다. 그 점에선 말벌보다 더 위력적이죠. 땡삐 역시 자신이 공격당했다고 여기기 때문에 공격하는 겁니다. 들녘이나 야산에선 자칫 땅속의 땡삐 집을 잘못해서 건드리는 수가 있습니다. 벌이야 사람의 실수인지 알 도리가 없으니 무조건 공격신호로 받아들이는 겁니다.

말벌이든 땡삐든 벌에 덜 쏘이려면?
향수나 진한 향이 나는 화장품은 벌을 자극합니다. 산행할 때는 반드시 긴옷을 입어야 합니다. 등산화도 발목이 긴 것으로. 긴 장화도 좋습니다. 모자는 물론 목에도 타월같은 것을 두르고 살충효과가 있는 에프킬러나 암모니아, 발효식초를 지니는 게 좋죠. 에프킬러는 나나니벌같이 작은 벌이나 벌레가 달려들 때 사용하면 효과적이죠. 산꾼들은 암모니아수가 없을 때 동료나 자신의 오줌을 사용합니다. 응급용으로 암모니아수를 갖고 다니는 게 좋습니다. 벌은 독사와 함께 가을에 가장 조심해야 할 녀석입니다

독사라면?
살모사나 까치독사, 칠점사같은 게 있죠. 다 맹독을 가졌습니다.특히 칠점사는 양지바른 바위 위에 앉아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바위를 오르다 코앞에서 칠점사와 맞딱뜨렸던 경험이 있습니다. 칠점사는 다른 뱀과 달리 사람이 접근해도 도망가질 않습니다. 자기가 ‘왕’이라고 생각합니다. 만나면 피해야 합니다. 칠점사를 만나면 ‘왼손으로 치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역설적인 표현인데 ,칠점사를 공격하지 말라는 뜻이죠. 벌이나 뱀이나 자신을 공격하지 않으면 먼저 공격하는 일은 드뭅니다. 칠점사든 독사든 가까이 접근하면 공격적이 됩니다. 요즘 뱀들이 한창 교미기여서 더 조심해야 합니다. 여러 마리가 뒤엉켜 있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죠.이 때도 못본 척하고 지나가는 게 답입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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