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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기가 꺼져있어 소리샘으로 연결됩니다[신명관의 모다깃비감성]
신명관 | 승인 2017.10.11 12:21

[논객닷컴=신명관] 가끔씩 나 자신이 지독히도 마음에 안들 때가 있다. 그건 내가 가진 신체적 약점에서 비롯되기도, 내 성격에서 비롯되기도 했다. 나는 지금 ‘이런 문제를 극복하고 인기남이 되었습니다☆’를 말하려는 게 아니다. 그렇다고 내가 가진 특수성에 대해서 이해해달라고 떼를 쓰려는 것 또한 아니다. 그저 누구에게나 몰려올 수 있는 지독한 고독감에 대해 말하려 한다.

©픽사베이

나는 한창 축제가 진행 중인 학교 운동장을 뒤로 하고 기숙사 계단에 쭈그려 앉아 울어봤다. 언젠간 사람을 잃어 집으로 가는 버스에서 억지로 울음을 참으며 끅끅댄 적이 있다. 작년에는 부모님에게 날 좀 내버려두라는, 반항기 충만한 고등학생이 내뱉을법한 고전 대사를 외치면서 집을 나간 적도 있다. 사람에 대한 배신감 때문에 하루 종일 화가 나 있는 채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어도 봤다.

이런 것들은 나를 정말로 잘 아는 사람을 제외하곤 모르는 사실이다. 그도 그럴 것이 평소 나는 감성적이란 소리보다 현실적이란 소리를 자주 들었고, 방황의 시간이 지나간 뒤에는 멀쩡히 생활했으니까. 다음날 멀쩡히 친구들이 있는 테이블로 가서 술을 마셨고, 학교로 가는 버스 안에서 숙면을 취했다. 부모님과 같이 농담 따먹기를 하고 집에서 멀쩡히 내 할 일을 했다.

그저 그럴 때가 있었다. 나 자신이 영문을 모를 정도로 서러울 때. 나로 인해 모든 것들이 잘못된 것처럼 느껴질 때. ‘내가 이상한거야?’라는 물음을 던지고 싶은데, 누구도 답해줄 것 같지 않아 숨죽여 울 때가 있었다. 굳이 이렇게 살아야 할까란 생각도 들었다. 무의미한 일상을 반복하며 살아봤자 별로 나아질 것도 없을 듯한 기분. 글루미 선데이가 사람들을 자살하게 만들었다는 호사가들의 말이 지금까지도 유효한 이유는, 사람의 감정이 무턱대로 폭발할 때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아직도 신체적, 성격적 특성을 고치지 않았다. 고칠 필요가 없다. 세상엔 다른 사람이 있지 틀린 사람은 없고, 사람은 어떻게든 산다. 행복도의 차이는 지극히 주관적이다. 게다가 심리학적으로 말하자면 세상에 크고 작은 성격장애를 가지지 않은 사람은 없다. 어떻게든 성격을 고친다 해도 고독감이라는 건 새벽 공기와 같아, 당신이 의도하지 않아도 찾아올 것이다. 그저 행복하게 살 면 되는 건데, 이게 무척이나 어렵다.

얼마 전 후배 하나가 너무 힘들다고 말하고서는 연락이 끊겼다. 전화기는 꺼져있었다. 그런 말을 쉽게 하는 사람이 아니었기에 무턱대로 택시를 타고 가 후배가 있었다는 곳을 뒤져봤다. 이게 지금 뭐하는 짓일까 싶다가도 ‘그래도’라는 마음이 덮쳐왔다. 어디선가 울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감정을 못 이기고 다 포기해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해서였다. 아빠와 판박이로 닮아버린 내 성격 중 하나는, ‘전화기가 꺼져있어 소리샘으로 연결됩니다’라는 수화음 너머의 말을 가장 두려워한단 거였다. 다행히 후배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갔다. 택시비 받아내야지.

언젠가 또 저런 감정에 휩쓸리게 될지 모른다. 새벽공기가 무거운 탓에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서러워졌다가, 아침이 되고 나면 슬며시 사라져버리는 감정들. 하지만 가라앉었다고 해서 그 슬픔이 없던 것은 아닐테다. 그리고 나는 사람이 좋아서 누군가가 그런 감정에 휩쓸려 우는 꼴을 못 보는 사람이다.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손을 잡아 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면. 따끔하게 제정신으로 되돌려줄 사람이 없다면. 그러다 너무 슬퍼서, 목놓아 울어버렸단 사실을 알게 된다면 나 또한 주체 못할 정도로 슬플 것만 같아서.

나는 지금도 말을 건넨다. 밥은 먹었는지. 잠은 잘 잤는지. 별 일은 없는지. 당신의 사소한 일상까지 다 얘기해주기를 바라는 욕심에서가 아니라, 당신이 괜찮은지 묻고 싶어서다. 주입식 영어교육의 폐해인지 ‘How are you?’라는 말에 우리들은 울면서도 ‘Fine’이라고 답한다. 귀찮고 성가시더라도 나는 아마 당신에게 계속 묻게 될 것 같다. 내가 귀찮고 성가신 사람이 되는 것보다, 당신이 괜찮지 않아 신호탄을 쏠 때 보지 못하는 사람이 되는 게 더 싫다.

얼마 안가 비가 온다고 했다. 시월의 비가 오고 간 자리는 많이 쌀쌀해진다. 따뜻한 밤만이 내 사람들에게 가득하길. 행복한 밤만이 당신을 감싸길 바랄 따름이다.

신명관  silbse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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