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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탈루냐 독립, 정치적 대화로 풀어야[유세진의 지구촌 뒤안길]
유세진 | 승인 2017.10.12 14:08

[논객닷컴=유세진] 카를레스 푸지데몬 카탈루냐 주지사의 선택은 결국 정치적 혼란은 피하자는 것이었다. 스페인 중앙정부 및 헌법재판소는 분리독립에 대한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 실시는 불법이라며 즉각 중단을 명령했지만 푸지데몬은 10월1일 투표를 강행했다. 850만 카탈루냐 주민 중 230만명만이 투표에 참여, 43%라는 낮은 투표율을 보였지만 전체 투표자의 약 90%가 독립에 찬성했다. 그리고 나서 9일 뒤인 10일 바르셀로나 주의회에서 카탈루냐의 독립 선포 여부에 대한 주정부의 입장을 밝히는 푸지데몬의 연설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플리커

연설은 당초 예정보다 1시간 정도 지체됐다. 독립을 강력히 주장하는 극좌 성향 민중연합후보당(CUP)과의 조율 때문이었지만 분리독립에 대한 평생의 신념과 독립하면 안 된다는 카탈루냐 안팎에서의 극심한 압력 사이에서 푸지데몬이 겪어야 했던 고민을 엿볼 수 있었다.

푸지데몬은 분리독립을 위한 절차를 계속 진행할 것이지만 협상을 위해 효력의 발효를 몇주 간 중단시킨다고 말했다. 그로서는 독립의 불가피성을 제시하되 협상을 위한 몇주 간의 시간을 확보해 독립 지지파와 통합 지지파 모두를 만족시키겠다는 의도였는지 모른다. 그러나 반대로 독립이나 통합 모두 분명하게 밝히지 않음으로써 양측 모두에게 분노와 좌절을 안겼다는 비난도 피할 수 없다. 

아무튼 그의 연설은 이해하기 어려운 애매한 내용으로 혼란을 더욱 심화시키게 됐다. 그래도 일부에서는 주어진 여건 하에서 가장 분별있고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푸지데몬이 중앙정부와 정면 충돌하는 대립을 선택했다면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심연의 길로 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이다.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의 중앙정부로서도 그대로 날려버릴 수만은 없는 대화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카탈루냐는 스페인의 17개 주 중 가장 부유한 주로 스페인 전체 수출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중앙정부로부터 폭넓은 자치권을 부여받고 있지만 다른 주들에 비해 너무 많은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는 불만 때문에 최근 분리독립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물론 카탈루냐의 분리독립 주장이 하루이틀 된 것은 아니다. 이미 지난 1934년 루이스 콤파니스 카탈루냐 주총리(당시)가 분리독립을 선포했다가 체포돼 1940년 처형됐던 아픈 역사도 갖고 있다.

2000년대 후반 스페인이 경제 위기에 처하고 지난 2010년 중앙정부로부터 보장받았던 자치권 일부가 삭감된 것도 분리독립 요구를 거세게 만들었다. 지난 1일 투표 실시 전까지만 해도 투표의 적법성 여부가 논란이 됐었다. 하지만 중앙정부가 투표 실시를 막기 위해 투표소에 대한 강제 소개에 나서고 투표 참가 주민들을 향해 고무탄을 발사하는 등 폭력을 휘둘러 카탈루냐 주민들의 인권 문제로 논란의 초점이 옮겨졌다. 스페인 정부의 법 집행이 레드라인을 넘어섰다는 국제적 비난이 일면서 카탈루냐 주정부가 도덕적 우위를 점하게 돼 주민들 사이에선 독립 선포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도 높았다.

카탈루냐 시민들이 “카탈루냐는 스페인이 아니다”라는 플래카드와 깃발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플리커

그럼에도 푸지데몬이 대화를 들고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은 중앙정부와 국제사회의 가중되는 압력에 맞서는 것은 파국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 때문이다. 스페인에서 가장 부유한 카탈루냐주가 분리될 경우 막대한 타격이 불가피한 중앙정부의 강경한 반대로 그나마 갖고 있는 자치권마저 상실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해결할 수 없었다.

실제로 스페인 정부는 단 한번도 사용된 바 없는 헌법 155조를 카탈루냐에 사용할 것을 위협했다. 155조는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에 따르지 않을 때 지방정부를 해산하고 직접 통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유럽연합(EU)과 각 회원국들이 일제히 카탈루냐의 분리독립에 반대하고 독립을 선포하더라도 승인하지 않을 것이며, 독립 선포 즉시 카탈루냐는 EU에서 쫓겨날 것이라고 위협했다. 민족주의가 고조되는 세계에서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 스코틀랜드의 영국으로부터의 분리독립 추진, 벨기에 북부 네덜란드어 사용 플레밍 지역의 분리독립 움직임 등은 EU를 분리독립 움직임 대두에 고심하게 했다.

푸지데몬은 게다가 독립의 정당성을 스페인 국민들에게 납득시키는 것조차 실패했다. 독립 선포 움직임 이후 바르셀로나에서 벗어나려는 대기업들의 탈출이 줄을 이었고 독립하더라도 EU에 잔류할 수 있다던 그의 약속은 공수표로 드러났다. 카탈루냐의 독립에 따른 다른 스페인 주들의 피해 우려도 전혀 불식시키지 못했다. 지난 8일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분리독립 반대 시위에 수십만명이 참가했을 정도로 카탈루냐 내에서도 독립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무시할 수 없다. 결국 카탈루냐는 분리독립 목소리만 높았을 뿐 실제로 독립할 준비는 되지 않았던 것이다. 아르투르 마스 전 카탈루냐 주지사는 국경을 지킬 군대가 없는 등 국경 통제와 세금 징수, 사법 기능 등 어느 것 하나 독자적으로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라호이는 투표는 극소수만이 원하고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카탈루냐의 독립을 위한 일부 정치인들의 전략일 뿐이라고 11일 비난했다. 이러한 반응에 비춰볼 때 앞으로 대화를 통한 타협 가능성도 결코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 정부는 이제까지 카탈루냐에 조금도 양보하지 않았다. 그러나 푸지데몬이 일단 대화를 위한 길을 연 만큼 이제는 라호이도 한발 물러서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정치 문제는 결국 정치적 대화로 풀어야만 한다. 서로 다른 두 가지 계산이 양보 없이 정면 충돌하는 것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 두 가지를 모두 손에 넣기는 힘들다. 하나를 얻으려면 나머지 하나는 어느 정도 포기할 줄 알아야 한다.

 유세진

 뉴시스 국제뉴스 담당 전문위원

 전 세계일보 해외논단 객원편집위원    

 전 서울신문 독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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