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경의 현대인 고전 읽기] “책 읽으면 성공한다”는 명제는 거짓, 옥석 가려내야

들어가는 말

“책을 읽으면 인생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98%의 사람들은 ‘그렇다’고 답한다. ‘그렇지 않다’고 답하는 2%는 ‘대답할 가치가 없어서’ 혹은 ‘질문자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서’ 답변을 미룬다. 후자는 대개 삐딱한 시선으로 질문자를 바라본다. 그러면 나는 ‘그렇다’고 답한 한 명을 콕 짚어서 또 묻는다.
“책 많이 읽었나요?”
“... 많이 읽지 못했습니다.”
언행불일치가 드러나는 순간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착각하거나 오해하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책을 많이 읽으면 성공한다’거나 ‘인생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성공(이 성공은 사회적 출세 혹은 많은 부를 의미한다)은 –우선적으로- 수능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내신 1등급이면 가능하다. 거칠게 표현해서 국영수를 잘해서 5지선다형에 강하면 성공할 확률이 높다. 아니면 부모가 금수저이거나...

그러므로 “공부를 잘하면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표현은 맞지만 “책을 많이 읽으면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표현은 애당초 잘못된 것이며, “인생에 도움이 된다”는 표현도 어불성설이다. 그래서 나는 20~30대에게 책을 읽지 말라고 당부한다. 책 읽을 시간에 기술을 배우거나, 여행을 떠나거나, 야전에서 실제적인 활동을 하라고 진심으로 권유한다. 2010년 즈음에 초(超)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느니 차라리 아무런 목적 없이 1km를 어슬렁거리는 것이 삶에 훨씬 더 도움이 된다.

누구라도 소유하고 있는 책의 70% 이상은 유효기간이 지난 함량미달의 책들이다. ©김호경

책은 성공적 삶과 무관하다

국립중앙도서관에 소장된 자료는 2017년 3월 기준 총 10,914,801권(책)이라 한다. 이 중에서 국내도서(번역서 포함)는 7,683,213권이다. 엄청난 속독법을 발휘해 하루 1권의 책을 읽는다면 21,049년이 걸린다. 인생 한 번이 80년을 산다고 가정하면 263번의 윤회 과정을 거쳐야 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엄청나게 많은 윤회를 거쳐야 (그 동안에도 책은 계속 늘어나기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어느 곳이든 보관되고, 진열되고, 소유된 책의 97%는 무가치하다는 것이다. 모든 책은 가치가 있다거나, 책은 소중하다는 인식은 부모세대와 기성세대의 잘못된 교육에서 비롯되었다. 그 인식을 깨지 않으면 책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으며, 무가치한 책을 읽느라 시간과 열정, 돈을 낭비한다.

2015년 어느 날 나는 집에 책이 너무 많아서 거주공간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때 한 권의 책이 눈에 들어왔다. <2007 부동산 전망>이었다. 어처구니없는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2015년에 왜 2007년을 전망한 책을 가지고 있을까? 더구나 부동산에는 눈곱만큼의 관심도 없고, 더 중요하게는 돈도 없는데!

누구라도 그가 소유한 책의 70% 이상은 이와 같다. 유효기간이 진즉에 지났으며, 지나지 않았다 해도 함량미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책을 애지중지 소유하고 있으며, 그와 똑같은 책을 또 읽을 확률이 높다. 왜 그럴까?

“책을 읽으면 성공한다”는 잘못된 명제를 믿고 있으며, “책을 읽으면 인생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없는 사실로 스스로를 위안하기 때문이다. 현대의 한국 독자는 책에 대한 잘못된 믿음과 자기 위안의 포로가 되어 있다. 그 결박에서 벗어나야 한다. 책은 꿈을 이루어주는 요소가 아니며, 성공의 동반자도 아니다. 책은 그 이후의 삶과 관련이 있다. 사회에 첫발을 디뎠을 때, 사회적 지위를 확립했을 때, 리더가 되었을 때, 가장이 되었을 때, 창업을 모색할 때, 인간관계가 난맥을 보일 때, 탈출구를 찾으려 할 때, 미래로 도약하려 할 때, 바로 그때 발판이 된다. 단 좋은 책을 읽는다는 조건 하에서만 가능하다.

좋은 책은, 간단히 말해 고전이다. 고전(古典)은 고전(苦戰)이 될 수도 있고, 고전(古錢)이 될 수도 있다. ‘고’리타분한 ‘전’적(典籍)의 약어일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고전을 읽지 않으면 인생에서 고전할 수 있으며, 현재의 돈이 아닌 옛날돈(古錢)만 모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매스컴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베스트셀러의 유혹에 빠져서는 안 되며 고전에 세계에 빠져들어야 한다. 

 김호경

1997년 장편 <낯선 천국>으로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했다. 여러 편의 여행기를 비롯해 스크린 소설 <국제시장>, <명량>을 썼고, 2017년 장편 <삼남극장>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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