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진의 민낯칼럼]

지난 3월 2017세계휠체어컬링선수권대회-결승전이 열리고 있다. ©플리커,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

I. 동계올림픽에 앞서 장애인올림픽을 개최하라!

충북에서 지난달 9월15일~19일 열린 제37회 전국장애인체전은 여러모로 이야깃거리가 많은 대회였다. 경기도의 12연패를 막은 충북선수단이 종합우승을 한 가운데, 전국 17개 시도에서 역대 최고인 8500여명의 선수단과 역대 최대관중이 참가했으며 체계적인 자원봉사 운용도 돋보였다. 특히 이번 대회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개회사에서 말했듯이 ‘장애인체전 사상 처음으로 전국체전보다 먼저 열린 대회’로서 의미가 크다. 이 총리가 “정부도 장애인 먼저의 정신으로 관련정책을 수행하겠다”고 결의를 밝힌 것은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장애인복지신문 대표인 필자는 2010년 평창올림픽 유치 당시부터 줄기차게 ‘장애인 퍼스트’를 주장해왔다. 내년 2월 평창올림픽보다 먼저 장애인올림픽(패럴림픽)을 열어 <장애인먼저정신>이 세계만방에 울려 퍼지게 되길 간절히 바라기 때문이다. 동계올림픽과 함께 개최하는 장애인올림픽은 단순히 올림픽의 부산물이 아니다.

장애인올림픽을 먼저 치름으로써 얻는 이득은 상당하다. 장애인을 먼저 생각하는 성숙한 국민의식을 세계 만방에 알리고 대한민국 국격을 높일 수 있다. 또한 장애인올림픽을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올림픽에 특별한 의미를 더하고, 국민적 관심을 높이는 흥행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올림픽과 함께 장애인문제를 재조명하고 온 국민의 이해를 높인다면 향후 장애인문제를 둘러싼 갈등 완화에도 커다란 전기가 마련될 것이다.

그러나 올림픽 개최가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이러한 주장에 귀 기울이기는커녕 장애인올림픽에 대한 조그마한 언급조차 없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때문에 체전에 앞서 장애인체전을 치룬 이번의 충북도의 결정이 우리를 고무시키는 것이며, 늦은 감은 있으나 우리나라 국격을 높이는 마지막 기회임에 다시한번 강조한다.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하는 마음 못지않게 장애인올림픽의 성공적 개최 또한 우리국민 모두의 기원이어야 한다.

다른 나라 사정은 모르되, 적어도 우리나라만큼은 올림픽 후 장애인올림픽이라는 관행화된 도식을 과감히 깨뜨리고 장애인올림픽을 먼저 개최하게 되길 바란다. 시간상으로 이미 결정의 시기를 넘겼을 수 있지만, 인류의 제전을 통해 세계만방에 장애인 문제를 부각시킴으로써 국제협력을 통해 전인류가 함께 노력을 다짐하는 계기가 되길 원하기 때문이다.

지난 7월24일 평창올림픽 D-200일을 맞아 성공기원 플래시몹을 하고 있다. ©청와대

II. 올림픽 개최국 맞아? 정부와 조직위는 뭐하나?

평창 동계장애인올림픽 개최를 불과 5개월을 앞둔 가운데 국민 3분의 1이 장애인올림픽 개최 사실조차도 모른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충격이다. 처음 여론조사 때보다도 줄어든 것이라 더욱 놀랍다. 홍보부족으로 개최사실조차도 모르는 개최국 국민이 이렇게 많다는 것이 도무지 믿겨지지 않는다. 또한 장애인올림픽에 대한 관심을 묻는 항목에서는 응답자의 22.9%만이 관심있다고 답했다고 하니, 이런 지경에 성공적 개최를 기대한다는 66.6%가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장애인올림픽은 단순한 스포츠 제전이 아니다. 스포츠를 통한 국가 간의 우정과 이해의 증진을 바탕으로 인류평화를 이루고자 하는 올림픽정신을 바탕으로 장애인의 권리와 복지를 이룩하고자 하는 세계 각국의 의지와 전 세계 장애인의 꿈과 희망을 담아내는 꿈의 제전이다. 장애인올림픽은 ‘장애인은 인간이다’라는 보편적인 장애인의 인권과 인간능력의 한계에 도전하는 대축제이며, 전 세계 장애인의 차별과 소외와 빈곤에서 벗어나 장애해방과 평등을 갈구하는 엄숙한 선언의 장이다.

1988년 장애인올림픽을 개최했던 것을 계기로 우리나라도 장애인올림픽의 정신과 이념을 바탕으로 장애인분야에 있어 발전을 거듭해 온 것이 사실이며, 올림픽을 계기로 복지선진화와 장애인에 대한 인권사상이 고조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인 현실을 호도하고 왜곡하는 장애인올림픽을 반대한다’고 했던 당시 장애인들의 외침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것은 아직도 장애인은 “소외된 자 중에 가장 소외됐고, 가난한 자 중에 가장 가난하기 때문”이며 우리의 제도와 정책이 매우 미흡하기 때문이다.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는 이제까지 흔해빠진 ‘장애인올림픽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말라’거나 ‘장애인선수들의 격려금과 연금 수준을 비장애인선수들 수준으로 높이도록 하겠다’는 식의 선수단 사기진작용 립서비스조차도 찾아 볼 수가 없다. 민간의 지원도 거의 없는 판이니 ‘잘 싸우라’는 인사조차도 민망하다. 그러나 어차피 정부당국자들이나 정치지도자들의 장애인문제에 현실인식과 이를 해소·발전시키고자 하는 철학과 소신을 확인하지 못한 우리들로선 그런 식의 입에 발린 소리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이 땅의 모든 장애인이 희망을 품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장벽, 제도적 장벽의 완전한 철폐이다. [오피니언타임스=안희진] 

 안희진

 한국DPI 국제위원·상임이사

 UN ESCAP 사회복지전문위원

 장애인복지신문 발행인 겸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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