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마라톤 협상 지속

하이트진로 노사가 임금인상률 등을 두고 충돌하고 있다. 사진은 하이트진로 맥주ⓒ하이트진로

[오피니언타임스=이상우] 주류명가 하이트진로가 실적 부진을 이유로 노조에 고통분담을 요구, 인위적 공포감을 조성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파업 중인 노동조합에게 임금을 올려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노조는 7.5% 임금 인상을 사측에 요구하고 있다. 양측은 공장 매각에 따른 고용보장 문제 등에서도 이견을 보이고 있다.  

하이트진로가 강경한 태도인 이유는 맥주부문 실적악화가 심상찮아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자료를 보면 하이트진로는 올 상반기 맥주사업에서 434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된 적자를 더하면 4년간 하이트진로는 맥주에서 1000억원에 가까운 손해를 봤다.

하이트진로는 가동률 50%에 미치지 못하는 강원 홍천군, 전북 전주시, 경남 창원시 맥주공장 중 하나를 내년 상반기까지 팔 계획이다. 지난 3월에는 2012년 이후 5년 만에 희망퇴직이 시행됐다.   

여기까진 하이트진로가 김인규 대표이사의 말대로 인건비 증가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인 것처럼 보인다. 기간제 근로자를 합친 하이트진로 직원의 평균 연봉이 지난 6월 말 기준 4207만으로 주류업계 최상위권인 점도 사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하지만 사측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어려운 부분도 많다.

하이트진로는 214년 937억원, 2015년 1339억원, 2016년 1240억원 등 꾸준히 1000억원대를 넘나드는 영업이익을 올렸다. 올 상반기에는 희망퇴직 시행 등으로 판관비가 증가해 영업이익이 75억원에 머물렀지만 증권가에선 하이트진로의 실적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

홍세종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하이트진로의 3분기 영업이익은 예상치 433억원을 뛰어넘는 499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맥주시장이 둔화세이지만 하이트진로의 필라이트는 판매가 늘고 있는 데다 참이슬 등 소주는 여전히 인기를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구조조정으로 하이트진로는 370억원의 인건비 절감 효과를 봤다"며 "전체 임금이 5% 올라도 인건비 증감분은 100억원 내외"라고 분석했다.

즉 하이트진로의 현 상황이 김인규 대표이사가 말한 "회사는 절체절명의 순간"이라는 식의 공포 분위기와는 거리가 있는 셈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맥주시장에서 OB맥주에 밀린 위기감 때문에 하이트진로 사측의 고민이 큰 것 같다"면서도 "소주 매출액만 1조원을 넘는 국내 최대 주류업체가 곧 넘어질 것처럼 말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라고 전했다. 

주류업계는 하이트진로 파업이 OB맥주와 비슷하게 마무리될 것으로 내다봤다. 파업이 장기화되다간 참이슬 등 소주 판매에도 악영향이 오기 때문에 노사가 양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OB맥주 사측은 3.5%, 노조는 8% 임금인상률을 주장했으나 지난 9월 4.5%로 타협했다.

현재 하이트진로 노사는 마라톤 협상을 계속하고 있지만 입장 차이를 좁히기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노사 모두 협상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혀 타결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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