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의 어원설설]

[오피니언타임스=동이] 어느덧 가을입니다. 가을을 대표하는 곤충으로 고추잠자리를 꼽을 수 있죠.
“아마 나는 아직은 어린가봐~ 그런가봐~ 엄마야 나는 왜~(중략) 가을빛 물든 언덕에 들꽃 따러 왔다가 잠든 나~ 엄마야 나는 어디로 가는걸까~”
어린시절 고추잠자리를 쫓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가왕 조용필의 ‘고추잠자리’ 노랫말입니다.

가을이 익어가면 고추잠자리도 날기 시작합니다. 고추 밭의 고추도 빨갛게 익어가죠.
‘고추잠자리는 몸길이 약 48mm, 뒷날개길이 약 33~36mm로 동아시아에서부터 동남아시아, 플로리다, 하와이까지 분포’(다음 백과)

고추잠자리는 몸이 고추처럼 빨개서 붙여진 이름이라죠. 성숙한 수컷에게만 나타난답니다.
고추가 지칭하는 대상으로는 두가지가 있습니다. 식물 고추와 꼬마들의 고추(이하 꼬추).

‘작은 고추(꼬추)가 맵다’는 얘기가 있죠. 고추는 작아도 맵다고 해서 붙여진 말이지만 사람에게도 적용되는 중의적 속담입니다. 작다고 얕볼 일이 아니며,작아도 ‘무섭고 독하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픽사베이

고추가 익는 걸 ‘약이 오른다’고 합니다. 약오름은 고추가 익어가면서 매운성분을 축적시키는 과정입니다. 약오르면서 색깔이 빨갛게 돼 사람이 붉으락푸르락 화낼 때 고추의 약오르는 걸 빗대어 ‘약오른다’ ‘약이 올랐다’고 했습니다. ‘고추먹고 맴맴~’이란 동요도 약오른 고추를 먹고 정신이 혼미해지는 현상을 지칭한 걸로 보이죠.

고추만이 아니고 약초가 자라면서 특정성분이 생길 때도 ‘약이 오른다’고 합니다. ‘약발받는다’나 ‘약효가 있다’할 때의 ‘약’이 같죠.

고추 잠자리의 빨간 색이 때마침 익어가는 고추 색깔을 닮아 이름지어졌듯 식물 고추 역시 애초 꼬마의 ‘꼬추’와 생김새가 비슷해 이름지어진 게 아닌가 합니다.

고추란 표현과 관련해 식물이 먼저라는 주장도 있고 ‘꼬추’가 먼저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전자는 ‘꼬추’가 식물고추와 비슷하게 생겨 고추라 불렸다는 것이고 후자는 ‘꼬추’를 고추라 부르고 난 뒤에 식물이름에 갖다붙였을 거라는 주장입니다.

동이는 후자쪽이 설득력이 있다고 봅니다. 이유인즉 고추가 ‘곧추서다’라는 말에서 생겼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죠. 즉 ‘곧추 선 꼬추’가 고추가 되고 이것이 작물이름으로 확장됐을 것이란 추정입니다.

‘곧추서다’의 사전적 풀이는 ‘구부러지지 않고 곧게 서다’라는 뜻. ‘곧추서는 것’이 남성의 그것을 상징적으로 의미해 곧추>고추라 불렀을 것으로 추측되는 까닭입니다.

우리가 식용으로 먹는 고추는 17세기에 전래됐다죠. 원산지는 중부아메리카. 애초 표기는 고추가 아니고 고쵸로 나옵니다. 맵다는 뜻의 ‘매울 고(苦)’와 ‘풀 초(草)’로도 표기했습니다.

고쵸, 고초>고추가 된 데는 ‘꼬추’와 형상이 비슷해 표기변화가 일어났을 것으로 추정에 근거합니다.

식물의 고추는 꼬추와 외양은 비슷하지만 곧추서지 않고 아래로 곧게 뻗습니다. 곧추서는 형상과는 정반대죠. 따라서 작물 고추는 ‘꼬추’보다 나중에 만들어진 표현으로 봐야 자연스럽습니다. ‘고초’로 불리다 고추라는 형상의미를 받아들인 것으로...

얼마전 서울광장에서 열린 ‘영양고추축제 행사장’의 음수대가 화제(?)가 됐습니다. 아랫도리를 벗은 아이의 ‘꼬추’에서 오미자차가 뿜어져 나오는 음수대 모형이 그 주인공. 행사를 주최한 경북 영양군이 고추축제를 재미있게 표현하기 위해 ‘어린아이 꼬추음수대’를 설치했다가 ‘보기 민망하다’는 지적들이 제기되자 철거했습니다.

민망하기야 하지만 고추가 자연스레 ‘꼬추’로 연결되는 언어 연상작용이야 어쩔 수 없는 노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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