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까지 시간 걸리는 방위산업 특성 이해 필요”

KAI를 둘러싼 방산 비리 논란이 마무리되고 있다. 사진은 안전 문제로 파장을 일으켰던 수리온 헬기 모습ⓒKAI

[오피니언타임스=이상우]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방산비리 수사가 별 성과 없이 끝나면서 방위산업에 대한 이해없는 여론몰이를 반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수리온 헬기가 저온 비행에서 기체와 날개 등에 얼음이 맺히는 체계결빙 관련 기준에 미달하는 등 안전 문제가 있다’는 감사원의 고발로 시작됐던 KAI 방산 비리 수사는 핵심인 원가 부풀리기와 분식 회계 등을 제대로 밝히지 못했다. 비자금 등 KAI를 옥죄던 적폐 의혹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방산업계 관계자들은 KAI 방산비리 사건이 방위산업에 대한 몰이해에서 나왔다고 지적한다. 감사원 고발부터 무기 개발이 완료된 후에도 지속적으로 문제점과 성능을 개선해 나가는 방위산업의 특성을 무시한 채 이뤄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이 400조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도입하는 F-35 스텔스 전투기의 경우 엔진 이상 등의 문제가 꼬리를 물었다. 미군의 차세대 항공모함 제럴드 포드도 성능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원가 부풀리기 문제는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 수출과 관련된다. 검찰은 KAI 경영진이 T-50 수출과 내수 가격을 다르게 책정해 부당이득을 챙겼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가격경쟁력을 위해 어쩔 수 없었던 측면이 있다.     

2011년 KAI가 인도네시아에 T-50을 판매할 땐 가격이 경쟁 상대보다 비싸 이를 보완해야만 했다. 앞서 KAI는 아랍에미리트, 싱가포르, 이스라엘에 T-50을 수출하려 했지만 모두 실패했기에 인도네시아마저 놓칠 순 없는 상황이었다.

인도네시아 수출 성사 후 KAI가 이라크, 필리핀, 태국 등과 T-50 판매 계약을 맺은 것만 봐도 시장 개척 측면에서 가격을 깎은 선택이 잘못됐다고 보긴 어렵다.

하성용 전 KAI 대표이사가 주도했다는 분식 회계도 무조건 유죄라고 볼 수 없는 부분이 있다.

KAI는 수주 산업인 방위산업에 맞게 프로젝트에 투입된 원가와 총 예정 원가의 비율로 공사 진행률을 계산해 매출에 반영하는 투입법을 쓴다. 검찰은 KAI가 하청업체에 대금을 선지급해 원가, 공사 진행률, 매출을 부풀렸다고 주장하지만 회계 방식의 차이일 뿐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방산업계 관계자들은 “방위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채우석 한국방위산업학회장은 “방위산업은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들고 성과가 단기간에 나오지 않는다”며 “오랜 시간 공들여 육성해야 하는데 타 산업처럼 접근해선 안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리온 헬기에 안전 문제가 있다면 그것을 고쳐나가면 된다”며 “여론이 질타만 한다면 신무기 개발은 어렵다”고 덧붙였다.

방산업계 한 관계자도 “만들자마자 100% 완벽한 무기는 존재하지 않는데 수리온 헬기가 비리로 덮힌 불량품처럼 각인됐다”며 “검찰 수사가 끝나고 보니 KAI가 일방적으로 당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현재 KAI는 대표이사가 새로 선임된 데 이어 주식 거래가 재개되는 등 다시 일어서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국회의원도 “국내 방위산업에서 KAI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다른 관계자는 “기껏 개발한 무기를 비리 의혹만으로 깎아내리는 일이 다시 발생해선 안 된다”며 “방위산업은 무엇보다 인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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