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의 어원설설]

[오피니언타임스=동이] 삼시세끼란 인기프로가 있습니다. 밥 해먹는 프로그램이죠. 드라마틱한 요소가 많은 것도 아니고, 환호작약할만한 내용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장수프로로 높은 시청률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제목처럼 연예인들이 출연해서 삼시세끼 밥 해먹는 프로입니다. 밥 먹는 게 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출연자들이 아침 해먹고 나서 설거지하고, 점심 해먹고 나서 설거지하고, 저녁 해먹고 나서 설거지하고... 콜록콜록 연기 피워가며 밥하고 국 끓이고 반찬 만들어 먹는 프로.

가끔 화덕에 별미로 빵 만들어먹고 바닷가에서 고기잡아 요리해 먹기도 하지만 생존의 기본이라 할 ‘삼시세끼’라는 기본 컨셉에 충실합니다. 장삼이사의 하루살이와 다를 바 없지요. 사실 내용만 보면 시청자에 따라 심심하기도 한 프로입니다.

‘한끼 줍쇼’란 프로도 있습니다. 말 그대로 한끼 얻어먹는 내용입니다. 얼마 전엔 원조 요정 핑클의 이효리와 S.E.S의 슈가 밥동무로 출연해 한끼에 도전하더군요.

한끼든 두끼든 세끼든 ‘살려면 먹어야 한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잘 보여준다고나 할까. ‘누구든 먹지 않고는 살 수 없다, 하루 세끼 먹어야 한다는’ 단순한 메시지를 전달함에도 시청률이 높습니다. 먹어야 한다는 명제앞에 자유로울 수 없다는 걸 보여줌으로써 역설적으로 ‘은은한 재미’를 끌어내는 게 아닌가 합니다.

‘끼니를 잇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만만한 일이 아니죠.
한끼 두끼 세끼할 때의 ‘끼’는 먹는 걸 뜻합니다. 죽이든 밥이든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본능적 행위랄까? 식욕본능을 충족시켜줘야 하는 것. 그것이 끼니니까요.

‘끼니를 잇다’ ‘끼니를 때우다’ ‘끼니를 거르다’ 등등의 표현에서 보듯 끼니는 이어져야 한다는 당위를 내포하고 있습니다.끼니가 안 이어지면? 생명연장이 안되는, 그런 절박함이 따르는 것이죠.

“진지 드셨어요?”나 “식사 하셨냐?”부터 “밥은 먹고 다니냐?”는 어르신들 말씀에 이르기까지 곱씹어보면 ‘적어도 밥은 먹고 다녀야 한다’ ‘끼니는 거르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 있는 겁니다. 그런 점에서 끼니는 ‘잇다’와 밀접합니다.

끼니는 ‘끼’로도 줄여 부르죠. 일부 지방에선 ‘끄니’라고도 합니다.

세끼를 먹어야 생명이 연장되듯 끄니>끼니는 이어가야 하는 것이란 의미부여를 조상들이 했던 게 아닌가 상상해봅니다.

'끄니=끈+이’로 분해됩니다. 끈은 ‘꼬다’라는 동사에서 온 말로 꼬아서 만든, 이어진 줄이란 뜻이 있습니다. 끈질기다 끈끈하다 끈적끈적하다 끈적거리다 끈기 끄나플 등등도 ‘끈’ ‘꼬다’에서 나온 파생어죠.

©픽사베이

은퇴세대를 지칭하는 속어로 ‘삼식(三食)이’란 말이 있습니다. 집에 눌러붙어앉아 부인들 하루 세끼 밥차리게 하는 사람입니다. 두끼 먹으면 이식(二食)이, 한끼 먹으면 일식(一食)이,한끼도 한먹으면 무식(無食)이...
일식이나 이식이나 삼식이나 끼니를 이어야 하는 대명제 앞에 생긴, 다른 표현일뿐입니다.

“끼니는 끼와 니로 가를 수 있다. 끼는 ‘때’가 변한 말이고 ‘니’는 날(日)과 동원어다”(국어어원사전/서정범)

'니'를 '날'로 보지 않고 쌀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는 주장도 있습니다. ‘니’는 ‘쌀’을 의미하는 고대어의 화석형으로 현대 국어 ‘입쌀’이나 ‘이밥에 고깃국’이라는 관용어에 흔적이 남아있다는 것이죠.

끼니가 '구리''(먹)거리'에서 왔다는 설도 있긴 합니다.

끄니가 됐든, 끼니가 됐든, (먹)거리가 됐든 생명을 이어가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일, 끊어져서는 안되는 일, 그것이 ‘끼’'끼니'가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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