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회장, 롯데기공 부당지원 지시 안해”

롯데그룹 경영 비리 재판에서 롯데피에스넷 지원 문제를 두고 검찰과 변호인단이 입씨름을 벌였다. 사진은 재판장에 입장하는 신동빈 회장ⓒ오피니언타임스

[오피니언타임스=이상우] 검찰과 변호인단이 롯데피에스넷 불법 지원 문제를 두고 배임과 경영판단을 주장하는 쪽으로 나뉘어 팽팽한 설전을 벌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제24부(김상동 부장판사)는 25일 오후 2시15분부터 롯데그룹 경영 비리 공판을 속개했다. 1심 마지막 공방 주제는 ATM기 운영업체 롯데피에스넷 지원 문제였다.

롯데피에스넷 문제는 신동빈 회장, 황각규 롯데지주 대표이사, 소진세 롯데지주 사회공헌위원장 등 현 그룹 수뇌부가 연루돼 있다.

검찰은 이들이 롯데피에스넷 ATM기 구입에 롯데기공을 끼워넣은 것과 계열사를 통한 롯데피에스넷 구주 매입·유상증자를 결정해 업무상 배임을 저질렀다고 보고 있다.

검찰과 신동빈 회장 변호인단은 먼저 2008~2012년 이뤄진 롯데피에스넷의 ATM기 구입 과정에 보일러·자판기 제조회사 롯데기공이 들어간 것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롯데피에스넷은 ATM기 생산업체인 네오아이씨피와 직접 거래할 수도 있었지만 같은 그룹 내 계열사인 롯데기공을 통해 간접 구매했다. 이 과정에서 롯데기공은 39억3400만원의 수익을 얻았다.

검찰은 “신동빈 회장이 어려움에 처한 롯데기공을 돕기 위해 롯데피에스넷 거래에 끼워넣었다”며 “롯데기공의 수익은 그대로 롯데피에스넷의 손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시 신동빈 정책본부장-황각규 정책본부 국제실장-김선국 정책본부 부장 순으로 지시가 떨어졌고 임종현 롯데기공 대표이사(사장)가 이를 실행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롯데기공 문제에 대해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미 대법원이 신동빈 회장의 혐의를 인정한 데다 이처럼 부자연스러운 거래를 허락할 수 있는 사람은 최종결정권자 신 회장이라는 것이다.

신동빈 회장 변호인단은 신 회장이 끼워넣기 지시를 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제시하는 데 주력했다. 앞서 신동빈 회장도 “2007~2008년 롯데기공 사업이 기울자 ATM 제조를 제안했다”고 증언했었다. 롯데기공의 활로를 뚫기 위해 ATM 생산을 검토했을 뿐 부당 지원의 수단으로 생각한 적은 없다는 뜻이다.

변호인단은 “2008년 10월 6일 신동빈 회장의 끼워넣기 지시가 있었다는 판결이 있었지만 지금은 추가 증거와 증언으로 상황이 달라졌다”며 “신동빈 회장은 분명 ATM 생산을 구상했으며 사업성도 검토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검찰은 신동빈 회장의 지시가 있었다는 결정적 증거를 제시하지 않고 정황만으로 추론하고 있다”며 “가능성의 문제가 되면 유죄를 단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검찰과 변호인단은 코리아세븐의 롯데피에스넷 구주 매입과 그룹 계열사들의 유상증자에 대해서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 사안에선 변호인단이 심리적 우위에 있었다. 신동빈 회장이 개인 이득을 챙긴 게 아닌 데다 롯데피에스넷이 파산한 것도 아니어서다. 배임 요건에 들어맞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오랜 적자에 허덕이던 롯데피에스넷은 올해 카카오뱅크와 제휴를 맺는 등 회생하고 있다. 

검찰은 “롯데피에스넷 실적이 계속 하락세였고 ATM 이용 인구가 줄어 미래 성장 가능성도 낙관적이지 않은데 신동빈 회장이 계열사를 동원해 지원했다”며 “신 회장이 롯데그룹 경영권을 잡기 위해 실패를 감추려 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롯데피에스넷은 처음부터 인터넷은행 사업을 위해 장기적인 안목으로 보던 회사”라며 “롯데피에스넷을 계속 끌고 갈 것인지는 경영 판단의 영역”이라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오는 30일 양형에 대한 공방과 최후 변론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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