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선의 컬처&마케팅]

[오피니언타임스=황인선] 2017년 해가 바뀌기 얼마 남지 않은 오늘은 습관 이야기를 하고 싶다. 인생을 바꾸고 싶다면 습관을 바꾸라는 말 자주 듣는데 내 게으름과 아집 때문에 잘 안 된다. 그러나 이건 명심해야겠다. 운명은 손금이 아니라 습관이 쌓여 이루어진다는 것을.

지금? 가벼움이 습관이 된 시대

가뭄이 들면 아프리카 큰 동물들은 물을 찾아 대이동을 한다. 반면 인간은 우물을 파고 물길을 끌어온다. 이것은 동물과 다른 인간의 조건대응 지혜이다. 이런 지혜가 쌓여 인간은 위기를 맞는 습관이 달라졌다. 인간 세상에서도 덜 깨친 사람은 위기 때 신(神)집에 가고 깨인 사람은 과거를 연구한다.

지금 우리 조건도 바뀌는 중이다. 특징적인 조건 변화만 보면 SNS가 대세고 소비를 조장하는 사회가 되었다. 이에 따라 사색보다는 검색, 관계에 대한 버거움, 자기중심적, 생산보다는 소비중심이 주 대응행태가 되었다. 혼족과 욜로가 확산 중이고 “이거 왜 하지?” 묻기 보다는 “와, 이거 얼마야? 그거 재미져?”라고 묻는다. 많은 것이 가벼워졌다. 그래서 “힘들어도 즐거워요” 소리는 듣기 어려워졌다. 물론, 이런 저런 이유로 무겁고 피곤한 사회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 밀란 쿤데라의 명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외과의사 토마시가 추구했듯이 가벼워지면 미련과 집착이 없어지는 장점도 있다.

그런데 따사한 햇볕도 과도하면 피부를 태워 면역성을 파괴한다는 진실이 부담스럽다. 가벼움도 햇볕처럼 그런 위험이 있다. 가벼움, 재미만 추구하면 면역력은 약해진다. 면역이 약해지면 위기에 힘들다. 그렇다고 해병대 훈련이나 무인도에서 살기, 사막 횡단하자는 얘기는 하지 않겠다. 그것은 무거운 습관이다. 무거움 또한 병이다. 그럼, 혹시 가벼움의 장점을 가져가면서도 면역성을 키우는 ‘가(볍게 할 수 있고)-면(역력을 키우는) 습관’은 없을까?

©픽사베이

3가지 가-면 습관

1호는 손글씨 노트를 해보는 것이다. 애걔- 하지 말기를. 성공한 사람들의 7가지 습관에는 늘 책과 기록하는 습관이 따라다니니까. 다행히 최근 젊은 여성들이 손글씨 노트로 회귀 중이라고 한다. 대학생 대상 한 전문가는 한때 젊은이의 상징이었던 갤노트가 어느덧 대중적 아저씨 표식이라고 귀띔도 한다. 카페나 한강 공원에서 뭔가 골똘하게 메모하는 여성은 꽤 그럴 듯해 보인다. 기계를 통하지 않기 때문에, 그녀들은 자신의 즉자적 진실과 만나는 중일 것이다. 손글씨 노트 습관이 왜 성공하는 습관일까?

손글씨 노트는 모바일 노트에 비해서 기억력이나 집중력 등을 30%이상 늘려준다. 또한 진실성의 전달과 공감 측면에서도 좋다.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는 책으로만 보면 전선에 선 장군의 당시 민낯을 제대로 알기 어렵다. 그런데 난중일기 영인본을 보면 군데군데 지운 글이 어지럽게 보여 장군의 촉박하고 복잡한 심경이 느껴진다. 장군의 일기는 책이 아니라 원래 노트로 보아야 한다. 힙(Hip)한 개념녀, 이효리가 만일 자신만의 진실 노트를 공개한다면 ‘효리네 민박’보다 더 민낯의 진실을 보여줄 것이다.

다음 습관 2호는 친절해지는 습관이다. <선의 탄생>을 보면 1부 4장에 ‘가장 친절한 사람이 생존한다’는 구절이 나온다. 친절이 단순히 에티켓이나 도덕이 아니라 생존의 수단이라는 것이다. 놀부가 아니라 흥부가 흥하는 것이 필연이라는 주장인 셈이다. 흥부 같은 사람들이 살아남았기에 지금 사회는 결국 선하다는 진화생물학적 관점이다. 그러면서 ‘인(仁)의 비율’이라는 독특한 척도를 제시하는데 이는 한 사람의 선행/악행의 비율을 말한다. 사회도 인의 비율이 높으면 살기 좋은 사회가 된다. 그러니 친절을 인의 습관으로 하는 것은 생존 차원에서 추천할 만하겠다.

나는 거기서 좀 더 나가 친절을 실천하는 실천적 습관으로 두 개를 추천하고 싶다. 하나는 작은 피드백을 잘하자는 것이다. 작지만 큰일이고 사회를 움직이는 도르래 역할을 할 것이다. 스타트업이나 상점주인, 고객 센터 직원들이 독한 고객이나 친절을 가장한 훈수꾼 만나 우울증, 대인 공포감, 감정노동 등에 고통 받는데 이것이 불친절한 피드백이다. 그 외에도 소소한 일 같지만 서비스를 받았으면 빨리 입금하고(절차가 복잡한 공공기관 특히),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막연한(관료적 기업 특히) 말보다 바로 예스 노 답을 주라. 말을 했으면 지키고. 얼마 전에 내 강의가 끝나고 한 여성이 책을 살 수 있냐고 해서 “읽고 추천해주시면...” 하면서 책을 선물했다. “네, 물론... 감사해요” 하던 그녀는 정확히 3일 후에 페북에 추천 글을 올렸다.

두 번째 실천 습관으로, 소중한 사람에게 작은 선물하기. 딸을 낳으면 100점이라 하여 엄마는 열심히 키웠는데... 100점 딸은 무엇으로 엄마에게 선물해주나? 엄마처럼 살기 싫어 아빠처럼 사느라고(조한혜정 교수 말) 엄마를 잊은 건 아닌가. 딸이 100점인 것은 아들이 못 가진 공감 능력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틈틈이 엄마에게 작은 선물을 주라. 무거운 선물은 뇌물이지만 작은 선물은 관계의 윤활유 같은 것이다. “늘 엄마 생각해.” 같은 소소한 문자, 엄마와 손잡고 산책도 좋다. 그럼 엄마는 “ 네가 내 딸이어서 고마워” 응답할 것이다. 현대백화점이 매년 가을에 하는 엄마와 딸 프로그램이 이런 ‘서로 선물’ 문화를 이끌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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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에서 내려다보기

나는 요즘 하늘을 올려다보는 습관을 키우려 한다. 세상에 화나거나 내가 작다 싶으면 눈을 들어 하늘을 보는 것이다. 이것이 3번째 가-면 습관이다. 시점(Viewpoint) 상상을 통한 셀프 확장 여행이다. 천문학과 SF영화 힘을 빌려 시점을 상상으로 천 킬로미터쯤 위로 올렸다가 점점 마음의 눈으로 내려온다. 은하와 별, 지구가 점에서 개미 사이즈로 그리고 농구공처럼 보이다가 점점 더하면 한국- 서울- 종로- 사무실- 사장님... 마침내 현실의 그물에 얽힌 내 존재가 보인다. 나는 왜 많은 중에 지구, 한국 그리고 서울, 지금의 현실만을 볼까. 그럼 모든 필연이 희미해지고 ‘이 또한 지나가리니...’가 되어 잠깐이라도 넓어지고 깊어진다. 돈 한 푼 안 드는 우주 명상법이다.

내년에 현실을 바꾸려면 지금, 습관을 바꿔봄이 어떨까? 가-면 습관으로.

 황인선

브랜드웨이 대표 컨설턴트

2017 춘천마임축제 총감독 

문체부 문화창조융합 추진단 자문위원 / 전 KT&G 마케팅본부 미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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