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기수의 중국이야기]

[오피니언타임스=함기수] ‘인민대회당 중앙무대 제일 앞자리에 가로로 늘어서 앉은 42명의 주석단 상무위원석에는 놀랍게도 100세의 쑹핑(宋平) 전 정치국 상무위원과 리펑(李鵬·89), 주룽지(朱鎔基·89), 원자바오(溫家寶·75) 등 3명의 전 총리가 앉아 있었다. 상하이(上海)시 당 서기 출신의 장쩌민을 무사히 베이징의 권력 무대에 정착시킨 쩡칭훙(曾慶紅·78)을 비롯한 전직 상무위원급 원로들도 총출동했다.’
2017년 10월18일 중국공산당 대표대회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그동안 중국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확신케 한 것은 절묘한 타협을 바탕으로 한 예측 가능한 정치였다. 이합집산과 배신이 난무하는 권력의 속성을 감안할 때, 현재의 권력자가 미래의 권력자를 미리 받아들인다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그리고 오랜 세월동안 철저하게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수업받고 검증받는 과정을 거쳐 결국 권력자로서 등극하는, 모두가 예측가능한 정치는 보통의 나라에서는 가능한 일이 아니다.

마오(毛澤東)에 대한 변치 않는 충성심 속에서도 덩샤오핑은 대약진 운동과 문화대혁명의 과오를 마오 일인독재의 소산이라고 생각했다. 그 자신은 일인독재의 정점에 있었을지라도 너희들은 그러면 안된다는 독재적인 발상은 아이러니다. 그것이 오만이었을지라도 그의 예측가능한 중국정치의 설계는 탁월했다. 그는 한 사람에게 집중된 권력을 막기 위해 정치국 상무위원들의 집단지도체제를 선택했고, 미래의 지도자를 사전에 지정하여 다양한 경험을 쌓게했다.

©픽사베이

중국 공산당은 공산당원과 공산당 전국대표, 중앙위원회 후보위원, 중앙위 위원, 정치국원,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이어지는 6중 동심원 구조이다. 전당대회 격인 공산당 전국대표 대회는 5년에 한 번씩 열린다. 2/7 사이클이다. 2002년과 2007년, 2012년과 2017년처럼 2와 7이 들어가는 해에는 중국 권력의 축이 출렁거린다. 당 조직의 핵심은 중앙위원회이다. 중앙위원회 위원들은 공산당 대표대회의 2000여 명의 대표들에 의해 선출된다. 2017년 제19차 당 대회에서는 중앙위원 204명과 후보위원 172명이 선출되었다. 이들이 중앙위원회 정치국원 25명을 뽑고 여기에서 7명의 정치국 상무위원과 총서기가 선출된다.

모름지기 출세하려면 중국에서 해야 한다. 중앙위원회 후보위원 정도라도 그 위세는 대단하다. 지금에야 그럴 리 없겠지만 지난 90년대만 하더라도 날아가는 비행기를 세울 정도였다. 하물며 25명의 정치국원 정도면 말할 것도 없다. 중국 공산당에서 ‘당중앙’이라는 호칭은 이들을 말한다. 이들로부터 국가의 경호가 따른다. 이 다음이 상무위원이다.

덩샤오핑은 현재의 권력자가 자기 뒤를 잇는 권력자를 지정한다는 것이 인지상정 상 무리임을 알았다. 그리하여 소위 격대지정(隔代指定) 원칙이 탄생한다. 현재 지도자는 다음 지도자를 정할 수 없는 것, 대신 한 대(代)를 뛰어넘어 그다음 세대 지도자를 지정할 수 있다는 중국의 지도자 교체 원칙이다.

그래서 덩은 1992년 장쩌민(江澤民)에게 권력을 넘기면서 당시 만 49세였던 1942년 12월생 후진타오(胡錦濤)를 다음 지도자로 지정하였다. 그리고 장쩌민은 1953년 생 시진핑(習近平)과 1955년 생 리커창(李克强)을 지정하였고, 후진타오는 1963년 토끼띠 동갑인 쑨정차이와 후춘화를 지정하게 된다. 미래 권력을 미리 낙점함으로써 기존 권력의 독재와 세습 가능성을 차단한 것이다.

©청와대

일인 독재 체제를 막기 위한 정치국 상무위원을 명실상부한 국가의 ‘영도’라고 한다. 칠룡치수(七龍治水), 7명의 정치국 상무위원이 권력을 나눠 중국을 통치한다라는 말이다. 그리고 이 칠룡에게는 ‘7상8하’라는, 적어도 후배들에게는 아름다운 관례가 있다. 당 대회가 열리는 해에, 만 68세 이상이면 정치국 위원 이상 간부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시진핑의 옆에서 사정이라는 칼자루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 왕치산(王岐山)도 이번 제19대에서 이 규정을 넘지는 못했다. 노욕(老慾)은 추하다. 권력의 맛을 본 노욕은 무섭기까지 하다. 그래서 이 규정을 지켜가는 공산당의 저력이 신기하다.

그리하여 미래의 총서기는 10년 전에 정치국 위원이 되고 5년 전에 상무위원이 되어 권력이양의 준비를 하게 된다. 덩에 의해 낙점된 후진타오는 덩의 후광으로 1992년 제14기와 1997년 제15기에 상무위원으로 등장하였다. 장쩌민에 의해 낙점된 시진핑과 리커창은 후진타오 집권후기인 2007년 제17기 대회에 상무위원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후진타오에 의해 낙점된 쑨정차이와 후춘화는 이번 제19기에 상무위원으로 등장해야하는 것이 정상이었다.

그러나 이 둘은 새로 발표된 7인의 상무위원 명단에 들지 못했다. 쑨은 2017년 7월 충칭시 서기 자리에서 돌연 낙마한 뒤 두 달여에 걸친 조사 끝에 당적과 공직박탈을 의미하는 ‘쌍개(雙開)처분을 받았다. 현재 사법기관에 넘겨져 추가조사를 받고 있다. 후는 이보다는 좀 낫지만 현재 대기발령 상태이다. 광둥성 당서기 자리를 내놓고 현재 중앙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다. 아직 정치국원 자리는 유지하고 있지만 그의 앞날은 시진핑의 권력강화와 함께 순탄치 않아 보인다.

바야흐로 중국정치의 예측가능함이 무너지는 순간이다. 그래서 시진핑 이후의 권력구조에 대한 설이 벌써부터 파다하다. 예측가능하다는 것은 앞으로 벌어질 사안에 대해 준비할 수 있는 여유를 준다. 그래서 예측할 수 없음은 불안하다.

절대적인 권력은 또 다른 권력의 도전을 받는다. 그것이 동서고금의 진리이다. 14억의 인구, 8900만 명의 당원, 시퍼렇게 두 눈뜨고 주석단 자리에서 지켜보는 노회한 공산당 원로들의 수많은 머릿속이 궁금하다. 모름지기 큰 나라의 정치나 권력구조가 불안해 지면 덩달아 주변국들이 불안해 진다. 그래서 안정되고 예측가능한 중국 정치가 되었으면 하고, 그 가능성은 아직도 충분하다. 

 함기수

 글로벌 디렉션 대표

 경영학 박사

 전 SK네트웍스 홍보팀장·중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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