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의 전원일기]

[오피니언타임스=동이] 주말을 이용해 지인들과 텃밭고구마를 캤습니다. 더 둬도 되지만 오래 둔다고 알이 더 차는 것도 아니고, 두더지 공격만 심할 것 같아 서둘러 수확했습니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고구마는 거름을 많이 안해도 비교적 잘 자라고 농약 칠 필요가 없어 텃밭농군에겐 무난한 작물이라고 말씀드렸죠. 그럼에도 농작물인지라 가물면 씨알이 잘 안듭니다. 밭에 따라선 굼벵이 탓에 군데군데 썩기도 하죠. 굼벵이야 토양살충제로 예방이 가능하다지만 두더지 공격엔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수확철 가까웠을 때 몇줄기 캐보고 알이 들었다 싶으면 거두는 게 상책입니다.

대체로 올 고구마 농사는 지난해만 못합니다. 한 텃밭농군도 동이 고구마 캐는 걸 보고는 “고구마 잘 들었습니까? 가물어서 그런지 우리는 올 고구마농사 망쳤어요~”하고 지나갑니다.

동이텃밭인들 예외일 수 없죠. 작년보다 씨알이 작고 수확량도 많이 줄었습니다.

멀칭을 했음에도 비가 많이 오질 않아 땅이 바윗덩이입니다. 호미와 삽으로도 캐기 힘들 정도. 거의 채굴수준이어서 쇠스랑에 곡괭이까지 동원했습니다.

부러진 4지창 등 수확도구들 ©동이

반나절 가까이 대여섯사람이 말그대로 중노동! 아내가 낌새를 챘는 지 한마디 합니다.

동이네: 여보~ 고구마 좀 들었어?
동이: 응? 신통치 않아~ 올해 가물어서 다들 고구마가 안됐대~ 우리도 마찬가지야~
동이네: 고구마 순값만 6만원 들어간 거 알지?
동이:그렇게나 들었나?~~~
그 돈으로 차라리 사먹는 게 낫지 않냐는 겁니다.

올 고구마농사 ‘재미’ 못봤습니다. 강우량이 부족했고 물도 자주 주질 못했으니, ‘땅은 속이지 않는다’는 말이 딱 맞습니다. 물론 올해도 여지없이 두더지가 먹었습니다. 얼마나 먹었는지 가늠할 수 없지만 수확감소에 기여했으리라 봅니다.

두더지 굴과 두더지가 파먹다가 만 고구마 ©동이

개량품종이라 그런가 캐낸 고구마는 그런대로 실합니다. 캐면서 상처난 것을 바로 쪄먹어보니 맛도 그만하면 합격점을 줄만하더군요.

올 봄 파종 때 지난해보다 두둑을 넓게 하고 더 촘촘히 심었습니다. 같이 파종하던 지인이 “왜 그렇게 촘촘히 심냐? 교과서보다 한참 간격이 좁다”고 이의제기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막상 캐보니 과도하게 밀식한 건 아닙니다. 말라죽은 것과 알이 잘 안든 것을 감안하면 20cm 미만 간격으로 심어도 될법합니다.

수확한 고구마들 ©동이

수확한 고구마는 표면의 물기를 말려 서늘한 곳에 보관해야 오래갑니다. 저장고같이 온도가 일정한 곳이 있으면 금상첨화죠. 캐자마자 신문지에 싸거나 종이상자에 넣어 보관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 상태로 두면 곰팡이가 나 썩기 십상입니다. 주의할 점이죠.

지난해엔 일주일쯤 텃밭 비닐하우스에서 적당히 말린 뒤 지하실에 신문지를 깔고 둬봤습니다. 상하지 않고 비교적 오래 갔습니다. 고생들여 수확했는데 관리 잘못으로 썩으면 그것처럼 속상한 일도 없습니다. 포털 검색해보면 신문지 활용법 등 저장관리에 관한 ‘고수들 노하우’가 많이 올려져 있습니다. 내 환경에 맞게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막 캔 고구마는 맛이 좀 덜합니다. 캐고 나서 일주일정도 지나야 감칠 맛이 생깁니다.

주목을 휘감았던 고구마 씨알 ©동이

올해 고구마를 수확하면서 얻은 재배 팁 한가지! 소개합니다.

올봄 고구마 순을 심은 뒤 줄기가 평지로 뻗질 않고 주목나무를 휘감으며 세력을 펼치는 녀석이 있었습니다. 이번에 그 줄기를 캐보니 다른 것보다 수확량이 배가 넘습니다. 씨알 크기도 평지로 뻗은 것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컸습니다. 주목을 지지대삼아 활발하게 광합성을 한 결과가 아닌가 합니다.

넝쿨식물의 특성을 살려 재배한다면 단위면적당 수확량을 늘릴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내년엔 주목나무 등을 활용해 몇그루 더 시험재배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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