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급제·실적강요 불만 누적

대웅제약이 인재 유출과 소통 부족으로 흔들리고 있다. 사진은 대웅제약 본사ⓒ대웅제약

[오피니언타임스=이상우] 제약명가 대웅제약의 내부 분열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은 직무급제와 영업 실적 압박 등으로 뒤숭숭한 분위기다.  

제약업계는 윤재승 회장이 주도권을 움켜쥔 2014년부터 대웅제약이 예전과 확연히 달라졌다고 지적한다. 윤 회장이 조직을 갈아엎으면서 바람 잘 날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다는 얘기다.

특히 20년 이상 대웅제약을 위해 헌신해온 임원들이 2014년 이후 잇따라 회사를 떠나면서 조직의 안정성까지 위협받고 있다. 

서울제약의 경우 김정호 대표이사(사장)를 비롯해 △박종전 개발부문 부회장 △박재홍 경영관리 부사장 △이진호 생산부문 부사장 △정종근 연구부문 부사장 △이도영 영업기획 이사 등 다수의 대웅맨들이 임원으로 포진했다.

이정진 대웅제약 바이오연구소장은 종근당바이오 대표이사(부사장)로 갔다. 대웅제약과 한올바이오파마에서 경력을 쌓은 백승호 전무는 JW신약 대표이사(부사장)가 됐다. 

지난 27년간 대관과 홍보 등을 담당했던 주희석 상무는 대웅제약과 불편한 관계인 메디톡스로 이적해 제약업계의 화제가 됐다.   

대웅맨들의 탈출은 직무급제 영향이 컸다는 게 제약업계 평가다. 직무급제는 연차와 무관하게 개인 역량에 따른 역할을 부여하고 직무 능력에 맞춰 대우하는 제도다. 직급 순서도 통상적인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임원이 아닌 팀원-팀장-본부장 체제다.

윤재승 회장은 30대 팀장, 40대 본부장 등 파격 인사를 단행하면서 직무급제를 강하게 추진했다. 이 여파로 대웅제약에 헌신해 온 인물들은 설 자리를 잃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윤재승 회장이 조직 쇄신과 지도력 강화를 위해 오랫동안 근무한 임원들을 물갈이했다”고 설명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임원들의 개인적 선택일 뿐”이라며 “회사가 어떤 조치를 한 게 아니다”고 전했다.

대웅제약 영업직원들도 조직에 실망감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한 매체는 직장인 익명커뮤니티 ‘블라인드’에 대웅제약 영업직원들이 고충을 공유하는 것을 보도했다.

구체적 내용을 보면 대웅제약 영업직원들은 실적에 따라 상여금을 받는다. 매출을 이전 실적과 비교해 26% 이상 성장 S등급, 20~25% 성장 A등급, 15~20% 성장 B등급, 10~15% 성장 C등급, 0~10% 성장 D등급으로 구분하는 방식이다. S등급은 200%, A는 150%, B는 100%, C는 50% 상여금을 받고 D는 받지 못한다.

대웅제약 영업사원들은 이 기준이 지나치게 빡빡하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필요한 인력이 제때 충원되지 않는 상황에서 신규 거래처를 만드는 것은 무리라는 불만이다. 상여금은 연봉 협상 때 연봉에 포함되는데 실적 부진을 이유로 계약과 다른 급여를 지급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응도 많다.

기자를 상대하는 대웅제약 홍보팀도 비슷한 상황이다. 통상 기업 홍보팀은 3~4년, 길면 10년 이상 업무를 보면서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그런데 대웅제약의 경우 홍보 인원이 자주 물갈이돼 ‘홍보팀의 무덤’으로 불린다.

금주에도 대웅제약 홍보팀장이 회사를 떠날 예정이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대웅제약 홍보팀장이 눈에 띄게 자주 바뀌고 있다”고 귀띔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직무급제에 적응을 잘 한 사람도 있다”며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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