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의 전원일기]

[오피니언타임스=동이] 한껏 부풀게 하는 프로젝트가 하나 생겼습니다. 목공 도전입니다. 중년남자 넷이서 의기투합해 목공을 배운 지인의 도움을 받아 전통식 짜맞춤가구를 만들기로 한 겁니다.

필요한 자재와 기계는 인터넷에서 공동구매키로 했습니다. 또 하나의 ‘신세계’를 경험한다는 것, 즐겁고 반가운 일입니다.

“그런 거 뭐 귀찮게 만들고 그러냐? 돈 좀 주고 사지...” 그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재미있을 것 같고 재테크도 된다고 하니 다들 해볼만하다고 하이파이브를 했습니다.
얼추 시중가 5분의 1수준이면 만들겠다는 견적이 나왔으니 ‘안 해야 할 이유’ 없습니다.

도전과제는 향이 좋은 편백나무 긴의자(쇼파로도 쓸 수 있는). 초짜들로선 부담스런 과제죠.

그러나 일단 ‘칼을 뽑았으니 호박이라도 잘라야’ 합니다.

인터넷 쇼핑이 워낙 잘 돼있는 대한민국. 주문을 내니 바로 직배송입니다. 토요일임에도 텃밭에 오차없이 배달됩니다. 자재 금액은 절단비(2만원)를 포함해 40만원이 채 안됩니다. 인건비는 무료이니, 드는 건 약간의 돈과 시간뿐입니다. 이게 어딥니까?

절단상태에서 택배로 배달된 편백나무 각재 ©동이

제작에 필요한 기본공구(줄자, 직각자, 금긋는 도구, 톱 등)는 목공을 배운 지인의 것을 활용키로 했습니다. 있는 것 활용하는 것도 절약이죠.

자재산출과 기본도면 작성엔 ‘경험있는 이’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한번 보고 배우면 바로 따라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점 말씀드립니다.

짜맞춤 가구의 원리는 간단합니다. 목재의 암수를 만들어 끼우는 일이죠. 옛날 목수들은 일일이 끌 작업으로 암숫놈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각끌기’란 자동공구가 개발돼 암놈작업도 쉽게 끝낼 수 있습니다. 인터넷 검색으로 비싸지 않은 ‘메이드 인 차이나’ 각끌기를 공동구매했습니다. 가격은 48만원. 투자라 생각하고 넷이서 12만원씩 공출했습니다.

각끌기계로 암놈작업을 해보니 어렵지 않습니다. 물론 다소간에 숙련이 필요하나 천천히 작업해보면 배울만 합니다. 숫놈작업은 톱과 끌을 이용해 전통방식(수작업)으로 마무리지을 수 있습니다.

주말을 이용해 남자 넷이서 틈틈이 목재를 재단하고 암수를 만들고 있습니다. 동이텃밭 하우스를 공방삼아 막걸리 한잔씩 하면서 소꿉장난하는 기분으로, 연내 완성을 목표로...

각재에 암놈 위치를 표시하는 작업 중 ©동이

단계별로 보면 필요한 자재의 규격별 수요와 치수를 고려한 ‘절단 주문’이 중요합니다. 이에 앞서 대략적인 구상(설계)이 물론 있어야겠죠.

각재가 절단돼 배달되면 각재마다 필요한 암수의 깊이와 길이를 표시해줍니다. 표시가 잘못되면 자재 자체를 못쓰게 되기에 한치의 오차가 허용되지 않습니다.

표시한 대로 암수작업을 마쳐야 당초 구상대로 짜맞출 수 있습니다. 고정단계에서는 고정용 장치와 접착제(본드)를 활용해 고정시킵니다.

몇가지 공구도 갖춰야 하니 처음엔 소목경험있는 이의 도움을 받는 게 시행착오를 줄이는 길이라는 점 다시한번 강조드립니다. 국면국면 난제를 만났을 때 자문도 받아야 하니까요. 물론 한번 배우면 체득이 가능합니다. 동이도 어깨너머 배움이지만 이들 공구만 있으면 혼자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감히 생겼으니까요.

각끌기로 암놈을 파고 있는 모습 ©동이
끌과 고무망치로 숫놈 만드는 중©동이

요즘엔 도시공방들도 꽤 있어 목공배우기 좋습니다. 전원생활하면서 한쪽에 공방 차려놓고 재미삼아 목재가구 만드는 분들도 많습니다. 회원제 공방도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습니다. 비싼 공구나 기계를 사지 않고 조금만 투자하면 ‘나만의 가구’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는 겁니다.

이번 가구제작이 성공리에 끝나면 편백나무 쌀통같은 다른 가구도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시골생활을 하더라도 시설하우스하지 않는 한 겨울엔 놀게 돼있습니다. ‘어른 소꿉놀이’라 생각하고 익혀놓으면 정신건강에도 보탬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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