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자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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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타임스=조요섭] 겨울은 저도 추운지 창 어귀를 기웃거리다 문풍지를 뚫고 집 안으로 기어들어온다. 공과금 고지서를 헤아리는 새벽, 새끼 밴 개가 진통으로 헐떡였다. 어림짐작 걱정하던 생활비보다 더 치열한 산통이 시작됐다.

어미개는 안절부절 못하며 깔아둔 요를 오르내렸다. 전기요의 보온 숫자를 하나 더 올리자 겨우 안정을 찾은 듯 구석에 누웠다. 주인 냄새 물씬한 외투를 목덜미까지 올려주고 한동안 조바심을 내다 시집을 찾아 읽었다.

사각사각, 첫눈처럼 써 내려진 활자들 사이로 새 생명을 품은 어미개가 아른거렸다. 한참 뒤에야 죽은 것과 산 것이 문을 열고 함께 나왔다. 지쳐 무뎌진 어미는 아는 듯 모르는 듯 어린 것들을 똑같이 핥으며 보듬었다. 어미의 체액에도 엎드려 식어있는 것. 그 옆에 꿈틀거리는 핏덩이 하나는 기어코 채 뜨지 못한 눈으로 아등바등 물 것을 찾았다.

붉게 불은 젖 빨아대는 핏덩이, 한사코 물고 있는 저 턱 아귀. 그 힘으로 창 밖 마른 화단에 잎이 피고, 뜨거운 목 넘김으로 볕이 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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