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칼럼 이종원의 프리즘 속 세상
십시일반의 사랑, 구세군자선냄비[이종원의 프리즘 속 세상]
이종원 | 승인 2017.11.23 11:20
경기도 과천시 구세군사관대학원대학교에서 사관학생들이 12월 1일부터 거리 모금에 사용할 자선냄비를 배경으로 밝은 표정을 지으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종원

[논객닷컴=이종원] 세모(歲暮) 풍물 중 하나인 구세군(救世軍)자선냄비가 12월부터 거리에 등장한다. 군대식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자선냄비 옆에 서서, 딸랑딸랑 내는 종소리를 들으며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게 된다. 연말의 스산한 도심을 따뜻하게 만드는 정감 어린 풍경이다.

구세군사관대학원대학교의 사관학생들은 1인 1악기 연주가 기본 교육과정에 들어 있다. ©이종원
©이종원

구세군은 1865년 영국 감리교 목사 윌리엄 부스가 창시한 기독교의 한 교파로 1908년 우리나라에 도입됐다. 구세군 자선냄비는 1891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추운 겨울 난파선 난민이 발생하자 당시 구세군 여성 사관인 조셉 맥피에 의해 시작됐다. 그는 예전 영국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주방에서 사용하던 냄비를 거리에 내걸었다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냄비를 끓게 합시다”라며 모금을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난민들에게 따뜻한 수프를 제공할 수 있을 정도로 성금이 모였다.

2년간의 교육과정을 마치고 임관식에서 구세군 사관 서약을 하는 모습. ©이종원

이후 ‘굶주리는 이웃에게 따뜻한 음식을 대접한다’는 가치는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한국에서는 1928년, 서울에서 처음 시작되어 오늘날 까지 89년간 한국의 대표적인 모금 및 나눔 운동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자선모금활동을 나가기 전에 자선냄비와 종을 손질하는 구세군 본영의 직원들. ©이종원
©이종원

구세군의 가장 큰 특징은 군대의 조직 형태를 본뜬 사관학교를 통해 성직자를 배출하는 시스템이다. 대한제국 말엽 서울에 성경대학이 문을 열면서 세워진 구세군학교는 1912년에 사관학교로 개칭 되었으며 2015년부터 대학원대학으로 개편하였다. 2년의 교육과정을 마치면 신학대학을 졸업한 천주교 신부나 개신교 목사처럼 사제 자격을 받는다.

거리의 모금활동 이외에 지자체의 모금행사에 참여하기도 한다. (서울 서초구 관내 어린이 모금활동) ©이종원

경기도 과천의 구세군사관대학원대학교. “할렐루야!” 여기저기서 사관학생들이 우렁찬 목소리로 오른손 검지를 들어 올리는 구세군식 인사를 한다. 짙은 감색 제복의 그들의 동작에 ‘군기’가 바짝 들어 있다. 사관학생들은 사택에서 엄격한 내무생활을 한다. 청소를 비롯한 학교 내 모든 일은 학생 모두가 참여하는 공동체 생활로 이뤄진다. 일요일이면 각자 배정받은 교회에 가서 목회 실습을 한다. 무엇보다도 결혼을 하려면 반드시 사관 커플이어야 한다는 독특한 원칙도 있다.

구세군사관대학원대학교 본관에는 109년을 맞은 한국 구세군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종원

구세군도 월급을 받지만, 사회에서 봤을 때는 어떻게 살까 싶을 정도로 적다. 실제로 사관이 돼도 월급은 겨우 최저생계비 수준이다. 구세군사관대학원대학교 양윤석 교수는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다는 보람 하나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청빈(淸貧)이 ‘구호가 아닌 생활’인 것이다. 스스로를 ‘그리스도의 군병(軍兵)’이라고 부르는 이들은 임관 후에 전국 300 여개의 교회와 150 여 곳의 구세군 복지시설로 간다.

구세군자선냄비는 한국의 대표적인 모금 및 나눔 운동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이종원

“자선냄비 모금을 왜 12월에만 하느냐.”고 한 사관학생에게 물었다. 그는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기인 만큼 이웃사랑 실천을 통해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서”라고 대답한다.

1910년 2월 15일, 개교한 구세군 성경학교의 모습. ©이종원

올 연말에도 어김없이 전국 각지에서 자선냄비는 따뜻한 손길을 기다릴 것이다. 십시일반(十匙一飯)의 사랑으로 자선냄비가 펄펄 끓어 넘치길 기원한다. 

 이종원

 서울신문 전 사진부장

 현 서울신문 사진부 선임기자

논객닷컴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종원  jongwon@seoul.co.kr

<저작권자 © 논객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매체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논객닷컴 | (03163)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12, 대일빌딩 1405호
대표전화 : 070-7728-8569 | 팩스 : 02-722-6500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종국
제호: 논객닷컴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78 | 등록일 2011년 9월 27일 | 발행일: 2011년 10월 1일 | 발행ㆍ편집인 : 권혁찬
Copyright © 2018 논객닷컴.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