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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콩깍지가 씌였군~”[동이의 어원설설]
동이 | 승인 2017.11.23 11:46

‘갈무리’란 노래가 있습니다.
‘내가 왜 이러는지 몰라~ 도대체 왜 이러는지 몰라~ 꼬집어 말할 순 없어도~ 서러운 마음 나도 몰라~
잊어야 하는 줄은 알아~ 이제는 남인 줄도 알아~ ...이제는 정말 잊어야지
오늘도 사랑 갈무리’(나훈아)

 

갈무리란? ‘물건 따위를 잘 정리하거나 간수함’ ‘일을 처리하여 마무리함’을 뜻하죠.
가수는 ‘물건’이 아니라 ‘사랑’을 갈무리했습니다.

요즘은 갈무리란 표현이 PC자료 저장 등의 의미로 쓰이지만 실은 농경문화와 관련된 말입니다. 추운 겨울을 나려면 농촌에선 곡식과 채소를 잘 거두고 저장해야 했습니다. 서리 오기 전에 서둘러 수확하고 땅이 얼기 전에 무 배추를 묻었습니다. 이런 일련의 저장행위를 갈무리라 했죠.

무 임시 갈무리 ©동이

갈무리의 ‘갈’은 가을의 준말로 보입니다. 무리는 ‘묻다’의 묻이가 무지>무리로 변화된 것이고... 가을의 옛말은 ‘가슬’(발음)로 ‘가장자리(가)를 자른다’에서 왔다는 게 통설입니다. 곡식을 ‘자른다’는 고어 ‘갓’에서 ‘가슬’이란 말이 탄생했다죠.

봄이 ‘보다’에서, 여름은 ‘열다’에서 오고 겨울은 ‘겨다’ ‘계시다’(추운 계절이어서 방안에 있다는 뜻)에서 왔다는 주장도 그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수확 중인 콩과 철제 도리깨 ©동이

결실을 거두고 겨울을 준비하는 계절, 가을. 농경사회에서 가을의 상징은 추수(타작)입니다.
벼 콩 팥 조 수수 등 곡식을 거두기 위해 주로 탈곡기를 이용했지만 탈곡기 외에 도리깨같은 농기구도 썼습니다. (도리깨는 나무로 만든 농기구로 두손으로 붙잡고 횟초리같은 나무가 돌아가도록 고안된 놈입니다. ‘돌리다’에 온 ‘도리’와 ‘깨다’에 온 ‘깨’가 합쳐진 말이죠)

‘눈에 콩깎지가 씌였다’는 말이 있습니다. ‘고운 색시가 못난 사내와 눈이 맞아’ 결혼이라도 하면 ‘눈에 콩깎지(껍질)가 씌였다’고 입방아를 찢곤 했습니다. 이 표현은 눈에 콩깍지가 붙어 사물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는 게 본뜻입니다.

실제 도리깨를 돌려가며 콩을 내리칠 때 콩껍질이 튀어 눈꺼풀에 끼거나 붙기도 합니다. 순간 시야가 흐려지죠. 이를 빚대어 ‘사람 잘못봤다’는 의미로 확대됐다고 봅니다.

키로 콩을 까부르는 모습 ©동이

‘까불다’ 역시 타작문화에서 비롯된 우리말입니다.
‘가볍고 방정맞게 행동하다’ ‘위 아래로 가볍고 빠르게 흔들다’가 ‘까불다’의 사전풀이입니다. ‘까(다)+불다’가 합쳐져 곡식의 껍질을 ‘까고 불어서’ 낱알을 거두는 행위를 일컬었던 겁니다.

곡식을 먹거리로 만드는 과정 중에 아주 번거로운 작업이 껍질을 제거하는 일입니다. 요즘이야 기계가 다 하지만 불과 한두세대 전만해도 손수 타작을 하고 바람을 이용해 알곡을 추렸습니다. 자연풍을 이용하기도 하고 바람개비라는 ‘작은 풍차’처럼 생긴 도구나 키를 활용했죠.

키를 아래 위로 가볍고 빠르게 흔들면 검불과 먼지가 날아가고 알곡만 남게 됩니다. 키를 까부르는 동작이 매우 빠르고 가벼워 사람이 체신머리없이 경거망동할 때 키질에 빗대 ‘까분다’고 했습니다.

‘갈무리’ ‘가을’ ‘까불다’ ‘콩깎지 씌이다’ 등등의 표현이 농경사회의 수확에서 생겨난 멋진 우리 말들인 것이죠. [논객닷컴=동이]

동이  news34567@nonga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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