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사설] 한겨레·경향 “전향적 검토” vs 국민 “용인할 수 없는 행위”

[오피니언타임스=박형재 기자] 청와대가 26일 국민청원에 공식 답변하는 형식으로 낙태죄 폐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했다.

지난 9월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 유도약 합법화를 부탁드립니다’라는 청원에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정부 차원의 낙태실태 조사를 벌인 뒤 그 결과에 따라 어떻게 처리할지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법으로 낙태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매년 약 17만명의 아기가 불법 낙태로 태어나지도 못한 채 사라지는 것으로 파악된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낙태 문제에 정부가 사실상 손을 손을 놓고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논의에 관심이 집중된다.

언론들은 낙태법 논쟁이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을 앞세워 서로를 헐뜯는 소모적인 싸움에서 벗어나 현실적인 해법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무엇보다 법과 현실 사이에서 고통받고 있는 여성과 의료인들 입장에서 개선책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향신문: 낙태죄 손질, 전향적으로 검토할 때다

경향신문은 “청와대가 형법상 낙태죄와 관련해 ‘현행 법제는 모든 법적 책임을 여성에게만 묻고 국가와 남성의 책임은 완전히 빠져 있다’며 ‘여성의 자기결정권 외에 불법 임신중절 수술 과정에서 여성의 생명권, 건강권 침해 가능성 역시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밝혔다. 조국 민정수석은 26일 시민 23만여명의 ‘낙태죄 폐지’ 청원에 대한 동영상 답변에서 이 같이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현행 형법은 자기 낙태 및 의사의 낙태 시술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인공 임신중절은 ‘강간에 의한 임신’ 등 극히 예외적 사유에만 허용된다. 그러나 법과 현실은 동떨어져 있다. 한국의 낙태 건수는 연간 16만9000건(2010년 기준)으로 추정되는데, 이 중 합법 시술은 6%에 그친다. 낙태죄로 기소돼 재판받는 건수도 연간 10건 안팎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한겨레: 여성에게만 굴레 씌우는 ‘낙태죄’ 이대론 안된다

한겨레는 “낙태죄 폐지 쪽은 임신과 출산에 대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유지 쪽은 태아의 생명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맞선다. 낙태 논쟁이 오래 계속된 만큼 이번에는 종전의 가치들만 내세워 다시 충돌할 게 아니라 현실적 해법이 마련돼야 한다. 무엇보다 법과 현실 사이에서 고통받고 있는 여성과 의료인들 입장에서 개선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 독일의 경우 임신 12주 내에 임신부 동의하에 실시하는 임신중절술은 처벌하지 않는다. 네덜란드와 스웨덴도 임신 초기 본인이 요청한 임신중절은 가능하다. 독일과 네덜란드는 시술 전 3~8일간의 숙려기간을 갖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들 나라처럼 임신중절의 부분 합법화를 검토해야 한다. 모자보건법을 고쳐 임신 주수별로 위법 적용 여부를 달리하거나, 인정 범위를 일부 확대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일보: ‘비혼모’ 편견 바로잡아야 불법 낙태 없앨 수 있다

국민일보는 “낙태는 어쩔 수 없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결코 용인할 수 없는 행위다. 그러나 많은 여성이 미혼모가 될 수 없다는 이유, 아이를 키울 경제적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법 낙태를 선택한다. 이들의 사연에는 무책임한 성적 방종만 담긴 게 아닌 것이 현실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낙태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을 풀기 위해서는 소모적 싸움에서 벗어나야 한다. 낙태를 반대한다고 구시대적인 인물로 낙인찍고 비하하거나, 불법 낙태 시술을 한 의료인을 더 강하게 처벌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무엇보다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은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바로잡아야 한다. 여자 혼자 아이를 키우며 사는 모습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사회가 될 때 불법 낙태를 선택하는 여성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요 신문 11월 27일 사설>

경향신문 = 낙태죄 손질, 전향적으로 검토할 때다 / 김관진ㆍ임관빈 잇단 석방, 기로에 선 적폐청산 수사 / 주권침해 논란까지 부르는 중국의 사드 압박

서울신문 = 국회는 '쪽지예산'이 불법적 세금 절도임을 알라 / 국정원 정치개입 금지 법제화 필요성 크다 / 재난 악순환 막을 '사회적 참사법'에 거는 기대

세계일보 = 추락하는 인재 경쟁력으로 4차 산업혁명 이룰 수 있나 / 나랏빚 늘릴 '선심성 예산' 무사통과 절대 안 된다 / 김관진ㆍ임관빈 석방 판사 집단 공격은 反법치 폭거

조선일보 = 정치 수사 검찰의 막무가내 구속영장, 法治 위협한다 / 감사원의 KBS 이사 감사, '정권 흥신소'로 나섰다 / 대선 캠프 출신들도 걱정하는 '소득 주도 성장론'

중앙일보 = '석방=적폐 판사'로 모는 정치인의 선동 / 한ㆍ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연장의 교훈 / 금융완화 시대의 끝자락, 시장충격 완화에 힘써야

한겨레 = 여성에게만 굴레 씌우는 '낙태죄' 이대론 안된다 / '노키즈존', 점주와 고객 모두 수긍하는 해법 찾자 / '사회적 참사법' 비판하며 피로감 조장하나

한국일보 = 법원 결정에 '떼창 욕'과 '망나니 칼춤'이 웬말인가 / IS 테러 위협 다시 고조시킨 이집트 사원 참사 / KBS 이사들 업무추진비 부당 사용했다면 책임 물어야

매일경제 =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허가, 규제공화국 돌아보는 계기로 / 여야 정쟁 속 1주일도 안 남은 예산 처리, 부실 심의 걱정된다 / 세계 39위 인재경쟁력으로 4차 산업혁명 헤쳐나갈 수 있나

한국경제 = 투자자 '자기책임 원칙' 바로 세워야 코스닥 큰 길 열린다 / '과잉' 논란 빚는 인권 타령, '인본'이 먼저다 / 또 카톡ㆍ쪽지예산… 민원 넣은 의원 이름 공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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