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의 전원일기]

[오피니언타임스=동이] 텃밭 월동준비는 다들 하셨겠죠. 조막만한 텃밭에 무슨 월동준비냐고 할지 모르나 그래도 할 것들이 있습니다.

고추나 가지, 호박같은 작물은 서리오기 전에 따야 하니 거두지 않았다면 지금쯤 폭탄맞은 형국일 겁니다. ‘된서리 맞았다’는 말이 있듯 웬만한 채소는 된서리 오면 끝입니다. 지난 주말 김장하러 영월에 갔더니 농촌마을 손길이 미치지 못해 호박들이 여기저기 언 채로 나뒹굴고 있더군요. 만져보니 얼었다 녹았다 해서 물컹~물컹합니다. 애써 키운 놈들 다 버리게 됐습니다.

된서리 맞고 얼은 호박들 ©동이

김장철이 11월 중하순부터 시작되는 이유도 추운 날씨엔 무 배추가 더 자랄 수 없고 자칫 얼어버리니 바로 저장(김장)했던 겁니다.

월동준비랄 것까진 없지만 동이텃밭도 고추 가지 호박은 서리내리기 전에 거뒀고 김장 무도 영하 4~5도까지 떨어진다는 소식에 부랴부랴 뽑았습니다. 무농사 곡절이 있었지만 그런대로 김장무로 요긴하게 썼습니다.

무청은 시래기로 말리는 중입니다. 채소가 없는 겨울철에 영양만점인 먹거리죠. 양구 펀치볼 시래기가 대박상품이 된 까닭입니다. 펀치볼 시래기는 해발 1100m 고산지대에서 수확해 자연건조시킵니다. 시래기 전용무로 재배해 껍질을 벗기지 않아도 될 만큼 식감이 부드러우며 비타민B·C와 미네랄, 철분, 칼슘, 식이섬유 등을 지니고 있어 웰빙식으로 각광받고 있다죠.

월동준비의 종결이라 할 올 김장은 영월배추로 했습니다. 텃밭 무와 영월 배추는 지난해 한차례 ‘궁합’을 맞춰봤기에 올 김장도 그런대로 잘 됐으리라 믿습니다. 배추는 친환경재배로 파란 이파리들이 많이 붙게 주문했죠. 아무래도 겨울철에 부족해지기 쉬운 엽록소를 보충해주지 않을까 합니다.

친환경 배추와 양념소스, 김장김치 ©동이

이번에 김장양념 만드는 걸 좀 자세히 봤습니다. 마늘 생강 쪽파 갓 영월산고추가루 젓갈류(멸치젓 등) 매실청, 무와 각종 재료를 넣고 끓인 물 등등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더군요. 어부인들한테 “양념소스에 뭐 들어갔냐”고 물으니 “좋은 것 다 들어갔다~”고만 얘기합니다.

현지에서 직접 배추를 샀는데도 대략 4인가족 기준이상의 김장비가 들어갔다 하니 왔다갔다 기름값하고 이러저런 간접비 감안하면 사실 좀 비싼 김치 담근겁니다.

토요일 아침에 일찍 내려가서 배추절이고 양념준비해 이튿날 마무리했습니다.남자들이야 주로 배추 옮겨주는 '노동'이지만 시설이 잘 갖춰진 정보화마을의 주방을 빌린 덕에 비교적 쉽게 마쳤습니다.

김장하러 강원도까지 간다!고 하면 재미없으니 산좋고 물좋고 공기좋은 곳에 놀러갔다 왔다고 생각합니다. 한결 마음이 가벼워지죠.

텃밭은 이제 엄동설한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남은 건 돼지감자뿐입니다.

소나무 뒤에 서있는 돼지감자들 ©동이

돼지감자가 낙엽을 떨구며 빨리 캐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내년 봄에나 캐야 겠습니다. 돼지감자는 겨우내 그냥 놔둬도 생존합니다. 생명력이 강하죠. 땅이 풀릴 때 캐도 영양분이 고스란히 남아있으니 서둘 이유는 없습니다. 뚱딴지로 불리는 돼지감자는 요즘 새 세대 먹거리로 떠올랐습니다. 당뇨에 효과가 있다 해서 재배농이 많아졌습니다. 생으로도 먹고 말려서 차나 튀김으로, 약재 좀 섞어서 환으로 만들어 먹어도 됩니다.

자동펌프 관에 연결한 열선. 검은 선이 열선이고 빨간 색이 밸브 ©동이

한가지! 관정을 갖춘 텃밭농군이라면 한겨울 동파되지 않게 열선 감아주는 게 좋습니다. 펌프모터가 하우스 안에 있더라도 영하 10도 안팎의 날씨가 계속되면 동파합니다. 동이도 한번 고생했습니다. 마트에 가면 열선제품 다양하게 나와 있습니다. 시공도 간편해 길이에 맞는 것 사서 테이핑 시공하면 됩니다. 단, 값싼 불량품은 화재위험이 있으니 조심!! 열선이 꺼림칙하면 자동펌프의 물을 빼주는 것도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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