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자칼럼]

[오피니언타임스=심규진] 사람은 누구나 약점을 지니고 있다. 가까운 친구에게도 이야기하지 못할 그 약점은 마음 속 깊은 곳에 꼭꼭 숨겨두기 마련이다. 심지어 어머니라도 그 약점을 건드리는 날이면 분노 게이지가 폭발하여 불효를 범하고 만다. 대통령, 판사, 윤리선생 할 것 없이 인간은 누구나 공평하게 연약하다고 생각한다.

영화 7호실(이용승 감독, 2017)에서는 망해가는 DVD방 사장 신하균과 학자금 빚에 시달리는 도정수가 약점 한 가지씩 숨겨두었다. 바로 DVD방 7호실에. 알바생 도정수는 큰 돈을 마련하고자 마약을 몰래 7호실에 숨겨두었고, 신하균은 DVD방에서 청소하다 감전사고로 죽은 조선족 알바생을 몰래 7호실에 유기하였다.

두 사람은 서로의 비밀을 지켜주기로 약속했다. 그리고 시체를 처리하고 마약을 숨기는 일에 콤비를 이루어 마침내 경찰의 눈을 피하는데 성공하게 된다. 그들은 자유를 얻었고 각자의 길을 걸어갔다. 영화는 끝났고 내 마음은 허전했다.

다들 힘들게 살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절감했다. 그래서 위로가 되기도 했지만 그들의 블랙 코미디에 씁쓸한 미소가 가시지 않았다. 나 또한 누군가에게 말할 수 없는 비밀을 잔뜩 숨기고 있다. 내 마음속 7호실에. 하지만 나는 아직 자유를 얻지 못했다. 혹 자유를 얻는다고 해도 내 마음은 여전히 허전할 것 같다. 일시적으로 약점을 감출 순 있지만 연약함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 없는 것이 인간이기 때문이다.

당신은 7호실에 어떤 약점을 숨겨두었는가. 그리고 자유는 얻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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