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의 어원설설]

“나는 오른쪽도 왼쪽도 아니다, 단지 옳은 쪽일 뿐...”
대선후보 경선에 나섰던 이재명 성남시장이 트위터에 올렸던 표현입니다.
옳은 쪽은 오른쪽일 수도 있고, 왼쪽일 수도 있죠. ‘왼쪽도 오른쪽도 아닌 옳은 쪽’이라고 재치있게 표현했습니다.

오른쪽은 바른쪽이라고도 했죠. 때문에 오른쪽은 ‘옳고 바른’ 쪽이며, 왼쪽은 바르지 않거나 비정상적이란 고정관념까지 한때 생겼습니다. 어린 아이가 밥숟가락을 들거나 글씨를 쓰기 시작할 무렵 왼손잡이 조짐이 보이면 부모들은 오른손을 쓰도록 강제하곤 했습니다. 왼손잡이는 ‘왼빼’라고 놀림받기도 했죠.

서양에서는 양손을 쓰는 식습관 때문에 밥상머리에선 왼손잡이든 오른손잡이든 서로 큰 불편이 없습니다. 그러나 옹기종기 모여 밥먹던 우리네 식문화에선 왼손잡이가 되면 오른손잡이와 툭! 툭! 부딪치게 돼있습니다. 숟가락이든 젓가락이든 오른손만 쓰게 돼있으니 왼손잡이는 주류문화(오른손잡이)에 속히 편입돼야 했습니다.

©픽사베이

요즘엔 왼손잡이가 돼도 부모들이 크게 신경쓰지 않습니다. 왼손잡이가 머리가 좋다는 속설때문인지, 아니면 ‘오른손 강요’가 가부장적 권위주의나 오른손 문화의 산물이라 여긴 탓인지 모르지만...왼손잡이에 대해 관대해진 것만은 분명합니다.

“오른쪽의 고어는 ‘올ᄒᆞᆫ녘’으로 어근이 올이다. 올은 온전하다, 바르다의 뜻. 올ᄒᆞ다>옳다가 되며 오른쪽은 좋은 쪽이 된다. 오른쪽의 반대어인 왼쪽의 ‘왼’은 ‘외다’(그릇되다)의 ‘외’와 동원어. 왼녘(왼녁)>왼쪽으로 왼손을 잘쓰지 않기 때문에 온전하지 못한 쪽에 속한다고 여겨진다”(국어어원사전/서정범)

오른쪽의 ‘오른’이 ‘옳다’에서 왔음을 알 수 있죠. 이런 연유로 왼쪽은 상대적으로 옳지 못한, 바르지 못한, 온전하지 못한, 잘못된 이란 뜻을 함축했던 겁니다. ‘외로 가다’ ‘(새끼를)외로 꼬다’할 때의 ‘외로’ 역시 '외다'에서 온 말이죠.

‘옳다’에 대(對)되는 말로 ‘틀리다’ ‘틀렸다’가 있습니다. 잘못됐다, 옳지 못하다는 뜻이죠.
반대로 ‘틀림없다’란 표현은 '잘됐다''조금도 어긋남이 없다'는 의미입니다.‘틀림없다’는 ‘틀림+없다’로 나눠지고 여기서 ‘틀’은 ‘골이나 판처럼 물건을 만드는 데 본이 되는 물건’(사전적 풀이)을 이릅니다.
틀리다(서로 반대쪽으로 돌림을 당하다) 틀다(반대쪽으로 돌리다) 뒤틀리다(꼬여서 비틀어지다)틀어지다(물건이 옆으로 굽어지다)의 ‘틀’ 역시 같습니다.

‘일이 틀어지거나’ ‘일이 꼬이거나’ ‘일이 어그러지러나’할 때도 ‘틀어졌다’ ‘뒤틀렸다’라고 했습니다. ‘틀(도구)이 제대로 되지 않고 어긋났을 때’의 ‘틀어지다’ ‘뒤틀어지다’ ‘틀리다’에서 비롯된 표현들이죠.

따라서 ‘틀림없다’는 ‘틀(도구)의 뒤틀림이 없다’는 말로 ‘틀이 뒤틀린다’와 대(對)되는 표현이 되죠. 틀이 이지러진 것이 ‘틀어진’ ‘뒤틀어진’ 모양새라면 ‘틀림없다’는 ‘틀이 틀어짐이 없이’ ‘~어긋남이 없이’ ‘반듯하게 짜여져 있는’ 모양새를 말하는 겁니다. ‘틀림없다’와 ‘반듯하다’가 유사어인 까닭이기도 하죠.

어긋남이 없는 모양새를 뜻하는 ‘틀림없다’에서 ‘틀림없이’가 오고 ‘반듯하다’에서 ‘반드시’ ‘반듯이’가 왔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반드시(꼭, 틀림없이)와 반듯이(곧게 바르게 똑바로)가 지금은 다소 다르게 쓰이지만 한뿌리로 보이는 이유입니다.

‘반듯하게 해라’ ‘틀어지지 않게 해라’ ‘틀림없이 해라’ ‘똑 바로 해라’ 등 크게 보면 같은 의미의 표현입니다. ‘반드시’나 ‘틀림없이’란 표현을 거슬러 올라가면 ‘틀’이라는 뿌리말을 만나게 됩니다.

인간이 진화하면서 만든 도구가 틀인 점을 감안하면 틀은 초기 언어 중 하나이고, 여기서 틀림, 틀리다, 틀어지다, 뒤틀리다, 반듯이, ‘꼭 맞게’, 틀림없이, 꼭, 반드시 등의 말이 분화한 게 아닌가 합니다. [오피니언타임스=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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