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자칼럼]

©픽사베이

1.
동물의 세계를 보여주는 방송을 보면 먹고 사는 것과 번식에서 가장 동물적인 본성을 보곤 한다. 종의 구분없이 먹이를 놓고는 서열을 무시하고 먹으려다가는 끔찍한 응징을 불러온다.

애완견 방송을 즐겨보곤 하는데 동물의 야성을 잃어버렸다고 여겨지는 순한 애완견들도 먹고있던 음식을 뺏으려 하면 주인에게 이빨을 드러내고 덤비곤 했다.
먹을 때는 동물의 본성을 감추기 어려운가 보다.

어려서 자주 듣던 말 중에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가 있다.

2.
밥상머리 교육이 크게 줄었다. 산업화가 진행되며 대가족제도가 사라지고 핵가족화가 되더니 이제는 1인세대가 크게 늘어났다.

핵가족에서도 직장과 입시준비로 한 가족이 함께 모여 식사하는 경우란 거의 없었는데, 이제는 더 보기드문 일이 됐다. 명절 등에야 온가족이 모여 겨우 밥을 같이 먹지만 해피엔딩으로 끝나기 어렵다.

드문 자리이다 보니 평소에 묻지 못했던 것들을 물어보고 심문을 당하는 입장에 놓이는 자녀들은 주둥이가 튀어나오게 된다. 사소한 질문에도 오가는 말이 곱지 않게 된다.

이상적인 지도자상으로 당근과 채찍을 필요한 때 적절하게 구사할 줄 아는 능력을 꼽는 걸 보게 된다. 그러나 실제로 한 사람이 무섭게 야단도 치다 갑자기 온유한 모습으로 기어변속하듯이 바꾸기는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러다 보니 가정에서건 회사에서건 악역을 맡아 싫은 소리를 입에 달고 사는 사람과 쓰다듬고 보듬어 주며 위로하는 역할을 맡은 사람이 대부분 따로 있어왔다.

물론 악역을 맡은 사람은 인기가 없기 마련이고 그의 가치나 기여가 인정된다 해도 그러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3.
압축성장의 과정을 지나오며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기회를 잡았던 사람들의 성공사례를 지켜보며 한편으로는 그들을 욕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그들을 부러워하는 복잡한 잣대를 적용해온 우리세대다.

어려서는 밥상머리에서 잔소리와 꾸중을 심심치않게 듣기도 하고 공중질서와 전통가치에 대해 가정교육과 학교교육을 통해 배웠다.

철저한 개인주의로 무장돼 자기 권리만 주장하고 의무에는 소홀한듯한 자녀세대를 보며 우리세대의 잘못이 크다는 후회를 하게 된다.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성공만 추구하는 걸 천민자본주의라 욕했던 기준은 숨겨두고 성공을 부러워했던 쪽의 마음만 자녀들에게 들키지 않았는지 씁쓸해서다.

또 밥상머리를 같이 하지 못하다 보니 밥상머리교육을 통해 사회와 나라 그리고 권리와 함께 의무에 대해 가르치기 보다는 자식을 위해 받들어 모시지는 않았는지 후회를 하게 된다. 전통가치를 버리고 얼치기 서구가치의 옷을 입고서 뿌리없이 얄팍한 채 살아오지는 않았는지 가슴에 손을 얹어 볼 일이다.

우리세대가 잘 살아보겠다는 한가지에 매몰되어 만들었던 반칙과 편법들의 관행이 자기주장이 강해진 자녀세대들에 의해 정리되리라는 기대도 해보면서도 우리사회의 미래에 대한 걱정을 지울 수 없다. [오피니언타임스=김선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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