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소하 의원 "오너 일가 등 대주주 위한 의결권 행사 옳지 않다"

국민연금이 오리온홀딩스 소액주주의 이익보다 담철곤 회장·이화경 부회장 등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결과적으로 강화시켜준 정관변경에 찬성했다. 사진 위는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아래 왼쪽은 담철곤 회장, 오른쪽은 이화경 부회장.ⓒ국민연금공단, 더팩트

[오피니언타임스=박종국·이상우] 국민연금이 오리온그룹 총수 담철곤·이화경 부부의 지배력 강화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오리온홀딩스 정관변경안에 찬성 의견을 냈던 것으로 밝혀졌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오리온홀딩스 지분 약 6%를 가진 국민연금은 지난 9월26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정관 변경(공정거래법 지주사 기준을 만족시키는 신주 발행을 이사회 결의로 할 수 있다는 제9조 제3항 신설)에 찬성했다. 이에 따라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이사회 결의로 규모 제한없이 할 수 있는 근거가 만들어졌다.  

유상증자는 곧 공시됐다. 오리온 주주를 대상으로 오리온 주식 1000만주를 오리온홀딩스 신주 4209만3236주로 바꾸는 큰 장이 섰다. 

장을 마감하자 담철곤·이화경 부부는 별도의 자금조달 없이 지주사 지분율을 28%대에서 60%대로 끌어올렸다. 오리온 주식을 갖고 있지 않았던 오리온홀딩스 소액주주들은 유상증자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소액주주들의 지분율은 자동적으로 떨어졌다.

소액주주 보호를 위해 국민연금이 정관변경에 반대했어야 했던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다. 국민연금이 반대입장을 표명했다면 정관변경안이 쉽게 통과되지 못했을 거라는 관측이다.

지난 9월26일 기준으로 오리온홀딩스 발행주식 총수는 2055만849주다. 자사주 248만8768주를 제외할 경우 의결권주는 1806만2081주다.

담철곤·이화경 부부 등 오너 일가가 가진 주식은 585만주(28.47%)다. 소액주주(1만5338명)는 794만2566주(38.64%)를 보유하고 있다.

기관투자자로는 국민연금 122만7915주(5.98%) 외에 싱가포르 국부펀드 GIC Private Limited 110만9919주(5.401%), 거버먼트 오브 싱가포르 79만4005주(3.86%), 웨스트우드 글로벌 인베스트먼트 79만3377주(3.86%) 등이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의결권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9월26일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은 오리온홀딩스 정관변경에 찬성표를 행사했다. 다른 기관투자자는 찬성·반대가 나와 있지 않다.

정관 변경은 주주총회 특별결의 규정인 발행주식 총수 ⅓이상과 출석 주주 의결권 주식 ⅔ 이상을 충족해야 이뤄진다. 오리온홀딩스 사례에 이를 적용하면 발행주식 총수요건은 2055만주의 ⅓인 679만여주다.

의결권주 요건을 뽑으려면 주주총회 주주총회 참가·찬성 비율을 알아야 한다. 오리온에 질의했지만 관계자는 “말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추정치로 가늠할 수밖에 없다.

오너 일가+국민연금+소액주주를 합친 지분 73.09%가 주주총회에 참석했다고 보면 의결권주 요건은 1806만주X73.09%X⅔로 계산해 883만주를 조금 웃돈다. 

발행주식 총수 요건 679만여주는 넘기기 쉽다. 585만여주를 가진 오너 일가가 국민연금의 지지 없이도 일부 우호주만 확보하면 된다.  

의결권주 요건은 다르다. 다른 기관투자자 도움도 없는 상황에서 오너 일가가 국민연금 122만주의 뒷받침 없이 883만여주를 채우기 쉽지 않다. 국민연금이 적극 반대했다면 유상증자가 소액주주의 의결권을 보호하는 형태로 바뀔 가능성이 있었던 셈이다.

국민연금은 공적자금을 운용하는 기관으로서 투자사의 주주가치 보호에 소홀했다고 볼 수 있다. 국민연금이 마련한 의결권 행사 지침 세부기준 25도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약화시키는 안에는 원칙적으로 반대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지침 제6조와 세부기준 25가 나와 있다.ⓒ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세부기준 25에는 주식의 발행 사유와 가격, 발행 규모와 유동성 등을 검토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찬성할 수 있다는 예외 규정이 있긴 하다. 이를 고려해도 기본 원칙을 명시한 의결권 행사 지침 제6조 제2호에 주주 가치의 감소를 초래하거나 기금의 이익에 반하는 안건을 반대한다고 돼 있어 국민연금 책임 회피 논란은 계속 제기될 전망이다. 

과거 국민연금은 의결권 행사지침을 좇아 오리온 주주총회 안건에 반대하기도 했다. 오리온이 투자사 겸 지주사 오리온홀딩스와 사업사 오리온으로 인적분할되기 전인 2010년과 2015년 국민연금은 주주총회에서 반대표를 행사했다. 

지난 9월 오리온홀딩스 임시주총에서 정관변경안에 찬성표를 행사한 국민연금 내용이다.ⓒ한국기업지배구조원

2010년 국민연금은 오리온 주주총회에서 발행예정주식 총수를 1200만주에서 4800만주로 확대하고 의결권이 없는 대신 배당을 더 받는 우선주를 600만주에서 2400만주로 늘리는 내용 등을 담은 정관 변경안을 반대했다. 증권 전환안에 대해 주주가치 희석 등을 고려해 투표하도록 돼 있는 세부기준 24에 따른 것이다.

2015년에는 국민연금이 오리온 주주총회 안건 중 두 개를 반대했다. 첫 번째는 이사회 결의로 사채를 발행하고 이사회는 대표이사에게 사채 발행권을 위임할 수 있도록 한 정관 변경안이다. 국민연금은 정당한 사유 없이 주주총회 결의 사항을 이사회 결의 사항으로 변경하는 안에 반대한다는 세부기준 6을 들어 반대표를 던졌다.

두 번째는 임원이 회사를 그만둘 때 주어지는 퇴직 위로금을 없애면서 퇴직금 지급율을 지급배수로 바꾸는 안이다. 국민연금의 반대 이유는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과도한 퇴직금 지급을 원칙적으로 반대하는 세부기준 32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변경안은 이전에 없었던 회장과 부회장에게 6배수 퇴직금을 주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처럼 사안에 따라 반대표를 행사했던 국민연금이 지난 9월26일 오리온홀딩스 주주총회 정관 변경에 찬성한 것이다. 국민연금은 “해명하기 어렵다”며 입을 굳게 다물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투자위원회에서 의결권 행사 여부가 결정됐으며 위원 ⅔가 찬성했다는 점만 말하겠다”고 밝혔다. 투자위원회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위원 12명으로 구성된다. 8명 이상이 찬성하면 안건이 통과된다.  

국민연금을 감독하는 보건복지부는 의결권 행사는 전적으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정치권은 오리온홀딩스 유상증자에 찬성한 국민연금의 결정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때 찬성표를 던져 이재용 부회장 승계를 도운 사례와 유사하다고 지적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국민연금은 의결권을 행사할 때 주주 이익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며 “오너 일가 등 대주주를 위한 의결권 행사는 옳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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