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 VS 직무유기'

한국항공우주산업이 록히드마틴과 공동개발한 T50의 계량형 FA50 경공격기 모형=오피니언타임스

70년대 국내 건설사의 해외수출은 토목·건설이었다. 90년대 들어 고부가가치인 프랜트 건설 수출에 뛰어들면서 변화를 꾀했다.

프랜트 기술력이 부족했던 국내 건설사들은 선진 해외건설사의 기술을 습득하고 공사실적을 쌓기 위해 당장 손해는 나지만 저가수주 전략을 택했다.

그 결과 90년 초반 적자규모만 1조 2000억원을 넘어섰다. 대표적인 곳이 현대건설로 2001년 자금난끝에 산업은행으로 넘어가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그랬던 프랜트 건설이 2005년 82억달러에서 2014년 517억달러로 급성장한다.

국내 항공산업을 보자.

美,유럽 항공기 제조사의 단순하청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전투기 개발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90년대 해외건설이 그랬듯 기술력이 주요 선진국의 절반을 밑도는 수준이다.한국항공우주산업(KAI)는 2025년 국산전투기 개발과 2018년 미국 고등훈련기사업 참여를 앞두고 있다.

문재인 정부들어 KAI는 방산비리의 주범으로 호도됐다. 감사원은 KAI의 원가 부풀리기 의혹과 수리온헬기에 물이 새고 성에가 낀다는 등의 기술적 문제를 들어 엄청난 방산비리인양 검찰에 고발했다.

이로 인해 수리온의 납품이 전격 중단되고 해외 경쟁업체들은 때아닌 호재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물론 KAI직원의 일부 일탈도 있었다.

전투기는 첨단 방위산업이다.아무리 돈이 많아도 전투기엔진이나 정밀유도 장치와 같은 제품은 미국이나 영국으로부터 사기가 쉽지 않다.전략물자란 이유에서다.

선진국은 우리처럼 전투기·헬기의 원가가 감사원과 국회를 통해 언론에 공개되지 않는다.미국이 F15전투기를 동맹국에 팔 때의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감사원과 검찰의 주장처럼 해외에 F50전투기를 싸게 팔면서 국내납품은 바가지를 씌웠다고 주장한다면 이 사업은 애당초 하지 말았어야 한다. 세계를 상대하는 KAI가 항공 선진국을 따돌리고 수출을 따내기 위해선 전략적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

새로 취임한 김조원 사장은 요즘 미국 고등훈련기 사업에 록히드 마틴의 협력업체로 어떻게 원가를 써내야 할지 깊은 시름에 빠져 있다. 저단가로 써내게 되면 바로 배임에 걸릴 게 뻔하다.그렇다고 사업수주를 놓치게 되면 그가 입을 내상도 만만치 않다.

1960년 F16을 만든 미국은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서방국가의 베스트셀러 전투기로 키웠다. KAI는 단 한번에 전투기 개발을 성공시켜야 하는 엄청난 압박속에 있다. KAI 기술진은 밤잠을 설쳐가며 전투기 개발에 목숨을 걸다시피 있다.

설거지를 하다 보면 접시를 깰 수도 있다.우리가 추구하는 항공산업의 미래도 선진국이 겪은 시행착오를 극복하면서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

김 사장은 취임 후 2030년 매출 20조와 세계 5위의 항공기 제조사의 비전을 밝혔다.
그러나 정권마다 달라지는 정부방침을 어떻게 이겨낼 지 요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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