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구의 문틈 금융경제]

[오피니언타임스=김선구] 여야가 바뀌는 정권교체를 몇 번이나 되풀이하면서도 바뀌지 않고 그대로 답습되는 것 중에 국회청문회를 거치는 고위관료의 자질에 관한 시비가 있다. 여론에서 제기하는 각종 결격사유가 어쩌면 레코드판 돌아가듯이 비슷하고 국회에서 통과가 되지 않더라도 임명을 강행하는 모습은 우리를 실망케 한다.

임명직인 정부의 고위관료와는 다른 차원에서 여러 민간단체의 장들 자리를 놓고 벌이는 자리싸움을 보면서 임명직의 경계는 어디까지일까 하는 의문도 든다.

각종 협회를 비롯한 민간단체장 자리는 공식적으로는 회원사들의 투표에 의한 자율결정으로 정해진다고 되어있으나 많은 경우 특히 보수가 많은 자리일수록 실질적으로는 정부의 입김에 의해 정해진다는 의심을 버리기 어렵다.

선출직으로 임명되는 각종 협회나 단체장들은 사실상 정권의 낙하산으로 채워지는 경우가 많다. ©픽사베이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서도 금융관련 각종 단체장의 교체가 진행되며 과거와 별로 다르지 않다는 느낌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공기업을 비롯한 각종 협회장 자리를 독차지해온 집단이 소위 관피아라 불리는 고위공무원 출신이었고 이를 비판하는 여론에 의해 소위 정피아라 불리는 정치권 인물들이 관피아와 자리를 나누어 갖는다고 알려져있다. 간혹 민간업체 출신들이 여론무마용으로 어부지리를 취하기도 하나 회원사들이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율적으로 결정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정황이다.

현직에 있을 때 경험한 일이다. 업무상으로 보면 공적인 기능을 담당하는 보험개발원은 모든 손보사와 생보사가 회원사로서 장 선출 및 중요의사결정에 참여한다. 산하에 있던 보험연구원이 보험개발원에서 독립하는 안건에 대해 정부의 명확한 지침이 없던 차에 이를 반대하는 입장인 보험개발원 간부들이 회원사를 방문하여 반대표를 던져달라고 부탁을 하기도 했다.

보험개발원 회원사총회에서 보험연구원을 독립시키는 안건이 부결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금융위원회로부터 총회에 참석한 회원사임원들을 금융위로 호출했다. 금융위에 갔다 담당사무관과 말싸움까지 하게 되었다. 마치 피의자를 불러 조서를 받는 듯한 분위기에서 당시 회의록을 보여주며 맞는지 확인하고 날인까지 하라는 말에 불려온 회원사임원들이 아무소리 못하고 날인을 하고 있어 화가나 따졌던 것이다. 보험연구원 독립을 도와주라는 지시를 받은 담당사무관의 업무미숙으로 안건이 부결되어 생긴 사고라는 말이 회원사들 사이에 곧 돌았다. 결국에는 후일 새로운 사원총회를 소집하여 부결되었던 안건을 통과시켜주었다.

외국은행에서 일할 때 외국 사람들이 늘 지적했던 문제 중에 소위 창구지도란 게 있었다. 법령 등 공식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는 사항인데 정부의 담당부서를 통해 이것은 안 된다 된다하며 간섭하는 환경이었다.

산업화 초기 정부가 각종 인허가와 자원배분에 깊숙이 관여하다보니 관료들의 입김이 강한 문화가 오랜 동안 지속되었다. 관리들은 공공연히 관치가 당연하다는 말을 주저 없이 하기도 한다.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명의로 국민께 드리는 담화문에서 모든 국민이라는 말로 쓰였던 표현으로 “군 관 민”이라는 말이 “민 관 군”으로 바뀐 지는 한참 지났지만 민간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치고 민이 관보다 앞이라고 느끼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된다.

산업사회가 고도화되며 나날이 바뀌는 기술혁신과 국제경쟁에서 민간 인력의 중요성은 점점 커져만 가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시민단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분야 특히 산업계에서는 아직도 민간의 힘이란 약할 뿐이다.

각종 협회를 비롯한 단체들에서 회원사들의 회비로 운영되는 구조에서도 정부가 자기들이 미는 사람을 단체장으로 보내는 관행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답답하다.

미국이나 카나다등 선진국에도 각종 협회(trade association)가 존재한다.

금융권에서 가장 큰 협회인 은행협회의 경우도 회원사임원들이 협회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의 일원으로 중요의사결정을 내리고 캐나다의 경우 협회장은 회원사 현직임원이 비상근으로 일하고 있다.

고위공무원들이나 정치인들이 좋아하는 단어인 공직이란 돈보다는 국가나 사회를 위한 봉사가 우선일 텐데 우리는 노후가 보장된 관료나 전직 국회의원 등 정치인출신들이 불나방처럼 돈을 보고 달려드는 모습이 역겹다.

봉사 직에 맞게 각종협회장이나 단체장의 보수를 현저히 낮추는 것도 하나의 해결책으로 보인다.

 김선구

 전 캐나다 로열은행 서울부대표

 전 주한외국은행단 한국인대표 8인 위원회의장

 전 BNP파리바카디프생명보험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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