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자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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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타임스=석혜탁] 며칠 전 여자친구는 자신이 아는 언니가 곧 결혼한다는 얘기를 들려주었다. 그런데 상대 남성이 군인이라고 했다. 나는 직업 군인일 수 있다는 생각을 미처 못하고, 학사장교로 복무 중인 20대 중후반의 캐릭터를 혼자 생각했었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냥 그런 인물상이 떠올랐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내 입에서 나왔던 말. “연상연하 커플이야?”

여자친구는 대답했다. “응. 연하야.” 1분도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짧게나마 이 정도로 다른 커플 얘기를 했으면 충분하다 싶어 다른 주제를 꺼내려했을 때 여자친구가 한 마디를 덧붙였다. “언니가 두 살인가, 세 살인가 어릴 걸? 그러니까 연하지 뭐.”

반박 불가. 맞는 말이었다. 우리가 일상에서 가끔씩 사용하기도 하고, 특히 TV 예능 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하는 표현인 ‘연상연하 커플’은 참으로 쓰임새가 이상하다는 것을 그때 새삼 느꼈다. 여성이 남성보다 나이가 많을 때만 쓰는 반쪽짜리 표현이었던 것이다. 참고로 내 여자친구는 나보다 나이가 어리다. 그러면 우리도 연상연하 커플 아닌가? 내가 연상, 그녀가 연하. 그러나 지금껏 그렇게 우리를 부르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어떤 커플의 나이 차이에 대해 타인이 왈가왈부하는 게 옳은 일은 아니지만, 굳이 ‘나이’의 틀을 가지고 말을 하자면 사실 그 커플이 동갑인가 아닌가로 나뉠 뿐이다. 나이가 다르다면 누군가는 연상이고, 자연히 남은 사람은 연하일 터. ‘연상연하’라는 말을 굳이 갖다 붙일 필요가 없는 것이다. ‘연상 여성-연하 남성’ 커플을 가리켜 연상연하 커플이라고 부르는 것은 ‘연상 남성-연하 여성’ 구도가 자연스럽다는 우리들의 일방적인 생각에서 기인했으리라.

평소에 섬세한 언어를 쓰자고 다짐했던 나는 ‘우문’을 던졌던 것을 반성했다. 여자친구와 편안하게 대화하는 중에 가볍게 던진 말을 우문이라고까지 말하는 이유는 두 가지. 첫째는 해당 커플의 나이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것. 정말 촌스럽기 짝이 없다. 둘째는 ‘연상연하 커플’의 용법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했던 것. 다행히도 아둔한 질문에 대한 대답은 명쾌했다. ‘현답’을 제시한 그녀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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