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의 어원설설]

[오피니언타임스=동이] “명품헬기? 기내에 물 새고 프로펠러가 동체에 부딪히는 사고... 비행 중 표면이 얼어붙을 수 있는 결함 발견” “방위사업청이 사업일정 촉박을 이유로 성능시험평가를 나중에 하기로 하고 수리온 납품받음” “그동안 세차례 추락하기도...”
한동안 수리온 헬기의 부실을 질타하는 보도들이 잇따랐습니다.

그러던 수리온이 이즈음엔 ‘완벽할 수 없고 보완해가며 완성도를 높여가는 우주항공산업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우호적 여론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수리온 헬기는 100점 만점에 95점짜리로 품질에 아무 문제가 없다” “다른 나라 사례를 봐도 헬기를 개발할 때 두번은 실패하고 세번째 성공한다. 왜 100점을 받지 못했냐는 것인데 95점이면 반에서 1등이다” 등등... 새로 취임한 김조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대표이사의 항변입니다.

특공대 훈련 중인 수리온 헬기. ©2작전사령부

수리온은 명품헬기를 지향하며 노무현 정부때부터 6년간 1조2950억원을 투자해 이명박 정부에서 개발을 마친 최초의 국산 기동헬기입니다. 현재 60여대가 운용 중입니다.

‘수리온’은 맹금(猛禽)인 독수리의 ‘수리’와 숫자 100을 뜻하는 순우리말 ‘온’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수리는 독수리보다 작지만 매보다 큰 맹금이죠. 솔개 소리개 솔개미라고도 불렸습니다. 말뿌리로 보면 독수리보다는 수리가 앞서 있죠.

“솔개는 솔개미라고도 하고 ‘소로’와 ‘기’의 합성어다. 기는 새의 뜻을 지닌다. 솔개의 '개'는 '가이'가 준말로 갈>갈이>가이>개의 변화다”(국어어원사전/서정범)

시골에선 솔개가 뜨면 꿩이 바닥에 머리를 처박고 닭들은 ‘걸음아 나 살려라’ 닭장 안으로 쏜살같이 들어갔습니다. 갓난애도 채갈 정도였죠. 수리과의 대표 새답게 몸길이 60~70cm로 날카로운 부리와 발톱을 지녔습니다. 오래 사는 녀석은 70년까지 삽니다.

높이 날고 시력이 뛰어나 고공에서도 땅위에서 움직이는 꿩이나 비둘기를 추적합니다. 날개짓을 멈추고 양력에 의존한채 떠있다가 사냥감을 발견하는 순간 급강하해서 낚아채죠.

높이 난다고 해서 솔개의 ‘솔’이 높다는 뜻이며, 높은 곳에서 잘 자라는 소(솔)나무의 ‘솔’과 같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이 몸이 죽어가셔 무엇이 될고하니 봉래산 제일봉에 낙락장송(落落長松) 되였다가 백설이 만건곤할제 독야청청하리라~’

조선 초 집현전학사로 단종복위를 꾀하다 비명에 간 사육신의 대표인물 성삼문의 시조입니다. 단종복위에 실패한뒤 모진 고문에도 굴하지 않았던 기개로도 유명하죠.

세조(수양대군): 내가 왕인데 왜 조카(단종)를 다시 복위시키려고 했는가?

성삼문: 당신이 나라를 도적질하지 않았소?...왕에서 내려오시오!!

살점을 도려내는 참형에도 쓴소리 마다않던 성상문은 죽어서 제일봉의 소나무가 되고자 했습니다.

지하철 3호선에 삼송역이 있습니다. 三松, 즉 3그루의 소나무가 있던 곳이죠. 지금은 도시개발로 사라졌지만 50여년 전만해도 노송 3그루가 마을 수호신처럼 서있었습니다. 옛 지명도 소나무 세그루가 있다해서 세솔마을로 불렸죠.  그러다 세솔마을이 삼송리로 바뀌고 지금의 삼송동이 됐습니다.

소나무(솔)는 뾰족하고 가느다란 잎(침엽)을 달고 있습니다. 칫솔과 구둣솔의 솔도 솔잎의 형상을 닮아 솔이라 이름 붙였을 겁니다. 추석 때 즐겨먹는 송편은 솔잎을 떡 사이사이에 넣고 찌기에 송편이라 이름지었다죠. 송(松)+병(餠)으로 불리다 송편으로...

평생 우리말과 글을 다듬은 최현배 선생은 스스로 외솔이라 했습니다. 홀로 우뚝 서 늘푸름을 자랑하는 솔. 조선선비 성삼문의 제일봉 낙락장송과 닮았습니다.

수리온헬기가 결함을 완벽하게 극복하고 낙락장송의 기개로 우뚝서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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