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자칼럼]

“삶은 늘 봄날이기를 바라지만, 옛 노래 하나에 가슴 아리고 낡은 박자에도 눈물 나는 그런 날이 있다” 조일동, 『뽕짝 하나에도 눅눅해지는』

낡은 박자에 눈물이 난다. 가끔 그런게 아니라 자주 그런다. 나이 33살에 뽕짝에 심취해 있다면 사람들이 비웃을지 모르지만 내 마음은 진지하다. 나도 모르게 콧노래를 부르고 이해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여 눈을 지긋이 감아버린다. ‘고개 숙인 옥경이♪(태진아, 옥경이)’라는 가사에 내 심장이 왜 반응하는 것일까. ‘사랑했지만 갈 길이 달랐다♩(송대관, 차표한장)’는 가사가 왜 그리 슬프던지.

단순히 가사의 힘만은 아닌 것 같다. 뽕짝에는 일반가요에서는 느낄 수 없는 진정성이 담겨있다. 하지만 마냥 진지하지는 않다. 무거운 가사에 경쾌한 리듬을 넣어 양가감정이 들도록 설계되었다. 신나지만 슬프고, 희망이 넘치지만 삶의 회한을 느끼게 되는 이중감정 상태. 서로 다른 종류의 감정 사이에서 알 수 없는 짜릿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이 뽕짝의 매력이 아닐까.

보통 차를 운전해서 출퇴근하는데 왕복 1시간 거리이다. 짧으면 짧고 길면 길다고 할 수 있는 1시간. 특별한 일이 없다면 음악을 틀어 때로는 감상을 하고 때로는 따라 부르기도 한다. 요즘 부쩍 트로트를 듣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출퇴근 시간이 힐링타임이 되었다. 하루는 집 주차장에 도착했는데도 뽕짝 특유의 짜릿함에서 헤어 나오지 못해 눈을 감고 한 곡 더 듣고 집에 들어간 적이 있다. 그 날은 거기서 멈추지 못하고 집에서도 반복해서 듣고 따라 부르며 흥얼거렸다. 처음엔 무슨 이유인지 알 수 없었는데 자기 전 생각해보니 그 날은 특히 심적으로 힘든 날이었다. 가슴에 가시가 돋아버린 날, 뽕짝이 마법처럼 치유해주었다.

아, 그래서 울 엄마도 그렇게나 뽕짝을 노래했나보다. [오피니언타임스=심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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