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의 전원일기]

“일이 넘쳐 콩 타작을 아직 못하였소. 콩밭에 매일 들러보는 게 콩 꼬투리가 터지지 않나 보는 거요. 다행히 날이 눅눅하여 콩알이 튀진 않을 듯하오. 올 겨울 눈 내릴 때나 콩 꺾게 생겼소. 비오고 마르고 눈오고 마르고 이러다 보면 콩껍데기가 주름이 지게 되어 상품성이 떨어지게 된다오. 조금은 걱정이 되오~”

콩타작을 걱정하는 농군이 인터넷에 올린 글입니다.

콩밭에 채 타작하지 못하고 낱가리 돼있는 콩 ©동이

예나 지금이나 농촌에선 일손이 바빠 초겨울이 돼도 콩수확을 채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엄동설한 눈밭에서 콩을 터는 일이 비일비재했습니다.

수확기가 다 되도록 밭에 두면 콩깎지들이 툭! 툭! 터지면서 콩이 사방으로 튑니다. 그렇다고 너무 일찍 거두면 덜 여물거나 꼬투리가 덜 말라 타작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수확의 타이밍을 맞추는 일이 쉽지 않았죠.

비둘기, 고라니와 신경전을 벌였던 콩농사.<관련기사 바로가기>

와중에도 가까스로 살아남은 녀석들이 꼬투리를 달아 지난번 김장길에 수확했습니다. 풍작은 아니지만 도리깨로 두들기니 두말 가량 나옵니다.

이 놈들 싸들고 메주쑤러 죽령 옛길 밑에 있는 산야초세상엘 다녀왔습니다. 수도권에서 새벽에 출발해 도착하니 아침 8시. 이때부터 가마솥에 불을 때 메주콩 4말(두말은 현지 구입)을 삶기 시작했습니다. 남자들이야 주로 하는 일이 불 때는 것이죠. 깨끗하게 씻은 콩을 가마솥에 앉힌 뒤 겨우살이 등 산야초를 넣고 끓인 약초물을 메주콩 물로 부었습니다. 그 성분을 알기 어려운, 산야초세상 선생님만의 ‘청기와 메줏물’. 전날 장작불을 때가며 밤새 한솥을 만들어 놓으셨습니다. 몸에 좋은 거라니까 이유달 일이 없습니다. 이럴 땐  시키는 대로 묵언수행하는 게 답입니다.

메주삶기 ©동이
김장김치와 막걸리 ©동이

한 서너시간 삶았습니다. 메주콩이 자기 몸의 3배가 될 때까지 불조절해가며... 콩물이 끓어올라 솥밖으로 넘칠 땐 찬물을 솥뚜껑에 조금씩 부으라 일러주십니다. 다 삶아진 콩 몇알을 먹어봤습니다. 흐물흐물~ 메주콩 특유의 맛이 납니다. 소싯 적 메주쑤는 거 구경하다가 어머니한테 얻어먹던 메주콩 맛! 그맛입니다.

메주콩 분쇄기도 있겠다~ 쉬엄쉬엄 돼지목살에 막걸리 한잔씩 하면서 만들었습니다. 유기농 배추와 태양초로 담궜다는 단양김치를 안주로 해서... 비할 데 없죠. 솔직히 이 맛에 다닙니다만서도...

삶은 콩을 분쇄기에 넣으니 금새 메주콩이 '떡'이 돼 나옵니다. 지난번까지만 해도 삶은 콩을 두꺼운 비닐봉지에 넣고 발로 밟아 으깼습니다. 요즘엔 농촌에서도 절구 구경하기가 어려워 비닐봉지를 사용해 삶은 콩을 짖이깁니다. 밟는 일이 쉬울 것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서너말 분량의 메주를 만들려면 남자들 땀 비오듯 흘려야 합니다. 다행히 올해는 ‘메주콩 분쇄기’ 덕 톡톡히 봤습니다.

삶을 콩을 넣으니 바로 으깨져서 나옵니다. ©동이
나무로 만든 틀에 넣어 성형하면 끝이죠. ©동이
동이팀 메주 ©동이
양파망에 담긴 메주들 ©동이

세집이서 콩 네말을 쒔는데 사진에서 보듯 네모난 메주덩어리 21.5개 생산됐습니다.

다가올 정월보름께 저 녀석들로 장을 담글 예정입니다. 간장을 먼저 만들고 숙성이 되면 간장에 담궜던 메주를 빼내 된장을 담그게 됩니다.

우리 어머니들은 띄운 메주를 곱게 갈아 고추장을 만들었지만 요즘엔 메주 삶은 물에다 바로 고춧가루를 풀어 고추장을 담급니다. 개량식이죠.

아무튼 올 텃밭농사, 곡절 끝에 메주 만드는 일까지 마쳤습니다. 내년에도 콩을 또 심게 될런지 모르지만 텃밭 콩농사 만만치 않음을 실감했습니다. 이제 메주 잘 뜨기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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