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선의 컬처&마케팅]

[오피니언타임스=황인선] 옆구리를 쿡 찔러 동의를 얻는다는 뜻의 넛지(Nudge)’는 부드러운 선택 설계이론으로도 불린다.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에서 시작된 행동경제학을 이어 받아 발전시킨 시카고대학교의 리처드 탈러 교수는 이 넛지 이론으로 2017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고, 영국과 미국 등에서는 인생과 일에서도 넛지하라는 지침을 내고 있다. 신간 『씽크 스몰』은 ‘셀프 넛지’ 7가지 방법을 제시하면서 동시에 ‘작게 생각할 것’을 당부한다. 광고를 하는 사람들은 기억하겠지만 이것은 광고의 피카소로 불리는 윌리엄 번벅이 1959년부터 미국에서 폭스바겐 캠페인을 벌일 때 써서 유명해진 슬로건이기도 하다. 60년이 지난 지금 그것이 다시 주목받는 것이다.

소변기에 파리 스티커를 붙여놨더니 밖으로 튀는 소변량이 80%나 줄었다. 넛지의 대표 사례.

 

작은 것이 아름답다

씽크 스몰을 생각하면 ‘스몰 이스 뷰티풀(『작은 것이 아름답다』)’을 떠올리는 독자도 많을 것이다. 이는 ‘중간기술 개발그룹’이라는 회사를 설립하여 활동하던 독일 태생의 영국 경제학자 에른스트 슈마허가 1973년에 출간한 책이다. 중간기술은 생태계를 배려한 소규모, 저비용 기술로 자원재생과 지역 에너지의 활용을 도모하는 동시에 지역의 고용관계까지 배려하는 기술을 말한다.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이래 200년을 지배해온 규모의 경제 이론에 도전한 것이어서 큰 주목을 받은 개념인데 일종의 넛지 기술인 셈이다.  

19세기 산업화 이래 100년 이상을 블록버스터, 규모의 경제, 기가-테라바이트... 등 큰 것만 추구하고 달려왔던 시대에 이들 스몰과 넛지 개념은 신선한 활력소 역할을 했으며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바꿔주었고 실제 유용한 솔루션을 냈다. 공중 화장실 악취의 주범인 실금률을 줄이기 위해 소변기 앞에 바짝 붙으라고,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남자의 눈물만이 아니라고 하고 아니면 험악한 가위를 눈앞에 그려 넣는 전통의 방법보다 소변기 중앙하단에 그냥 파리 한 마리를 그려 넣는 방법으로 실금률을 80%나 줄였다는 리포트는 넛지가 유용한 솔루션임을 드러내주는 사례이다. 씽크 스몰은 현재 외연 확장 중이다. 2018년에는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 추구), 나만의 케렌시아(투우가 마지막 결전을 위해 잠시 쉬는 장소. 투우는 투우장에 들어서면 자신만의 케렌시아를 정한다고 한다.) 같은 트렌드가 주목받는다고 하고 마케팅에서도 틈새시장 즉 니치(Niche)는 여전히 중요한 개념이다.

넛지, 스몰, 니치... 아름답고 유용한 말들인데 새해에는 반대로 ‘큰’ 이라는 말을 또 다른 대안으로도 생각해보고 싶다.

©픽사베이

더 큰 코리아

<한국인만 몰랐던 더 큰 대한민국>, 이 책은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인 임마누엘 패스트라이쉬 교수가 썼다. 그는 하버드대 동아시아 언어문화학 박사로 한중일 비교문화 분석에 탁월하다. 그는 책에서 이제 한국은 정치인 믿지 말고, 지한파 해외 전문가 믿지 말고 세계에 한국의 기준을 제시할 때라고 제안한다. 한국인은 한국인이 아는 것보다 더 큰 나라라면서. 시원하다. 2년 전에 내가 <꿈꾸는 독종> 초고를 구상할 때에 가제로 생각했던 것이 공교롭게도 ‘더 큰 코리아’였다. 두 책 내용을 보면 일부 겹치기도 한다. 그런데 나는 ‘더 큰’ 이라는 말을 ‘Greater’보다는 ‘More’가 더 적정하다고 생각했었다. More는 ‘더 많이’를 뜻한다. 더 많이 생각하고 더 많이 깊어지고 더 많이 포용하는..... 큰 사랑의 마더쉽 코리아라는 뜻에서 그랬다. 왜 그랬을까?

1) 한국은 세계에서 한국이 몇 위(位)인지 카운트하는 것 외에 더 큰 무엇을 생각하나.

2) 외국인만 보면 습관적으로 “김치 좋아하세요?”, “고추장 먹을 줄 알아?”, “한국 좋아요?”를 묻는 한국은 한국을 욕해도 웃으며 들을 수 있는 대인의 태도를 가지고 있는가.

3) 프랑스는 기사, 영국은 신사, 미국은 카우보이, 중국은 군자, 일본은 사무라이 등을 그들 문화와 전통의 핵심집단으로 세워 세계인의 가치정립과 확대에 일조하는데 한국은 왜 그들과 버금갈 선비와 홍익이라는 것을 홀대할까(그래서 패스트라이쉬 교수한테 혼나는 정도까지 된). 국제대회만 하면 습관적으로 불러들이는 아이돌, K-POP 그들이 한국의 다인가?

4) 한국은 고국을 떠나간 해외 교포 700만 명, 세계의 태권도 팬덤 1억 명, 한국을 사랑하는 수억 한류 팬을 얼마나 모어 진정성 있게 마더쉽으로 끌어안아줬나?

4)번과 관련하여 작년 초에 민주당 대표 레벨 국회의원의 전직 비서관이었던 후배에게 더 큰 코리아와 그에 대한 씽크 스몰 구상을 말해주었었다. “젊은 층 마음을 안는 통 큰 리더가 되려면 국내 자잘한 정치 이슈는 버리고 우즈베키스탄 등에 가서 카레이스키들을 불러 큰절하고 그동안 지켜주지 못해 죄송합니다... 라고 해야 한다”고 했다. 후배가 그걸 그 정치인에게 그대로 말한 모양이다. 당시 그는 반 은퇴상태였다. 그랬더니 그분의 대답 “재미있는데... 방송에서 따라와 줄까. 자금은?”

왜 더 큰 꿈을 못 꾸는가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화성에 인류를 수출하겠다는 구상을 할 때 그의 자산은 2조원 수준이었다. 현재 한국의 30대 대기업 유보가 600조원이라고 하는데 왜 우리 리더들은 그런 담대한 구상을 못할까. 아니, 그들은 왜 지금 감옥에 가있고 소송에 걸리고... 존경을 한 몸에 받으면서 청춘 콘서트를 하던 벤처대부는 정치판에서 몽니를 부리나. 더 큰 코리아를 구상하는 리더들에게 박수치기에도 바빠야 할 우리는 왜 그때 엄동설한에 “이게 나라냐!” 한탄해야 했을까. 리더님들! 그 한을 담아 씽크 스몰할 건 하고, 더 큰 코리아 꿈을 꿀 건 꿔라. 이게 2018년에는 프레임의 새 판을 열자는 우리의 꿈이다.

 황인선

브랜드웨이 대표 컨설턴트

2017 춘천마임축제 총감독 

문체부 문화창조융합 추진단 자문위원 / 전 KT&G 마케팅본부 미래팀장

오피니언타임스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칼럼으로 세상을 바꾼다.
논객닷컴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론(nongaek34567@daum.net)도 보장합니다.
저작권자 © 논객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