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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을 부추기는 나라[김선구의 문틈 금융경제]
김선구 | 승인 2018.01.03 12:02

[논객닷컴=김선구] 각종 통계와 정부 정책을 보면 우리나라에 해외여행을 부추기는 문화가 은연 중에 생겨난 건 아닌지 의문이 든다.

1989년 해외여행자율화조치가 이루어지기 이전 우리나라에서는 출장, 유학이나 해외취업 등의 사유를 제외한 민간인의 해외여행이 금지되다보니 해외에 나갈 수 있는 직장과 회사 내 그런 자리가 선망의 대상이었다.

한국관광공사의 관광통계를 보면 해외여행자율화 직전 연도인 1988년 한국인 해외출국자수가 72만5176명이었고 외국인 입국자수는 234만462명이었다. 불과 30년이 지나지 않은 2016년 통계에서는 내국인 출국자수가 2238만3190명, 외국인 입국자수는 1724만1823명으로 나타났다. 출국자수는 무려 31배나 늘어나 입국자수가 증가한 약 7.4배를 크게 앞질렀다.

이러한 가파른 해외여행객 증가는 2017년에도 이어져 2017년 11월까지 해외여행객수는 2409만명으로 외국인 관광객 입국자수인 1220만명의 거의 두 배에 달한다.

자율화 이후 해외여행객수는 외환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1997년과 1998년 그리고 국제금융위기의 한파가 몰아친 2008년과 2009년을 제외한 전 기간 꾸준히 빠르게 증가했다.

이로 인해 관광수지도 1991년 적자로 돌아선 이후 외환위기의 충격을 받은 1998년부터 2000년의 3년을 제외한 전 기간 적자를 보이고 있고 적자폭은 꾸준히 늘어나 2016년에는 60억 달러 이상의 적자를 보였고 2017년에는 적자폭이 대폭 늘어나리라 추계된다.

게다가 국내 관광업을 위시한 내수경기 진작을 위해 2017년 10월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한 정부의 전례 없던 조치가 내수경기를 진작시키는데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다룬 보도는 거의 없는 가운데 지난 추석 열흘의 황금연휴기간 해외로 나간 여행객수가 100만을 넘어 공항은 북새통을 이루었다 한다.

©픽사베이

소득수준이 늘어나면 여행은 레저수요가 어느 나라에서나 늘어나는 현상을 보이고 과거 해외여행을 못 나갔던 특수한 이유까지 겹치다 보니 해외로 나가는 관광객 수가 빠르게 늘어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하겠으나 우리보다 잘 사는 나라인 미국이나 일본의 통계와 비교하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문제가 깔려있지는 않은지 의문이 든다.

일본 관광통계는 JTB 투어리즘 리서치&컨설팅 회사 통계자료이고 미국자료는 국립 여행 관광 사무소(National Travel& Tourism Office) 자료다. 일본은 우리보다 인구가 두 배 이상 많고 미국은 6배 이상 많으면서 두나라 다 소득수준도 우리보다 큰 나라이다.

특이사항은 일본의 경우 2012년부터 2016년 사이 해외여행객수는 약 1800만명에서 1700만명으로 줄어들었으나 외국인 관광객입국자수는 800만명에서 2400만명으로 3배나 늘어났다는 점이다. 가장 많은 관광객은 한국인으로 500만명을 넘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16년 외국인 입국자수는 약 7600만명이고 출국자수는 약 8000만명으로 비교적 균형을 이루고 있다.

검찰이나 법원의 인사철이 되면 조직을 떠나면서 변호사사무실을 개업하거나 법무법인의 구성원변호사로 합류하는 인사들의 광고가 신문1면을 장식한다. 대부분 어느 학교 출신이냐와 시험기수, 그리고 주요 경력을 알리는데 의외로 나라 돈으로 현직에 있으면서 해외유학을 다녀온 법조인들이 많다는 게 눈에 뜨인다. 이는 판검사들에게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고 입법 사법 행정 모든 정부부문의 고위직 공무원들에게 공통된 현상으로 보인다.

업무와 관련지어 꼭 필요한 해외연수나 출장까지 문제가 있다는 건 아니지만 나라 돈으로 해외 유학이나 시찰 또는 현지감사를 떠나는 공무원들이나 이를 승인해주는 정부부처들에 묻고 싶다. 이렇게 지출되는 나라 돈이 해당부처를 위해 꼭 필요한 지출이냐고.

모럴해저드의 여지가 커 보인다는 지적에 따라 출장이란 명목만 단 해외여행을 막기 위한 조치로 관련 해외출장 리포트를 제출하기도 하나 출발 전에 미리 만들어 놓고 편하게 다녀온다는 말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유수의 대학들이 앞 다투어 모집하는 여러 종류의 특수과정에 입학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소속기관이 비용을 대는데 교육비 속에는 해외시찰비용이 들어있기 마련이다. 겉으로는 해외시찰이라는 명목을 내세우지만 실질적으로는 해외여행에 가깝다. 주관하는 대학들은 스스로 물어보기 바란다. 이러한 해외여행을 커리큘럼에 집어넣는 주된 이유가 무엇인지.

공중파나 케이블 방송 가리지 않고 해외여행을 부추기는 프로그램에 열을 올려 채널을 돌리다 보면 해외로 나가라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한 때 꽃보다 누나란 프로가 인기를 끈 후 크로아티아가 인기관광지로 각광을 받기도 했다. 방송도 쏠림현상이 심해서 해외관광지를 홍보하는 듯한 프로그램이 심하게 넘쳐나는 것도 짚고 넘어갈 일이다.

대한항공과 일본의 ANA항공이 CNN에서 내보냈던 광고도 대비가 된다. 대한항공 광고에서는 유럽 등 해외의 관광지를 보여주는 광고인데 비해 ANA는 일본 각 지방도시를 소개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국내 여행지도 좋은 곳들이 많은데, 자꾸만 해외로 나가라고 부추기는 것 같아 씁쓸하다.

 김선구

 전 캐나다 로열은행 서울부대표

 전 주한외국은행단 한국인대표 8인 위원회의장

 전 BNP파리바카디프생명보험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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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구  sunkoo200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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