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객 말! 말! 말!]

[오피니언타임스=권혁찬] ‘어떤 표현으로 임직원들의 사기를 살릴 것인가?’

새해를 맞을 때면 CEO들이 고민하는 것 중 하나가 신년사입니다.

‘다사다단했던 한해를 보내고~’ ‘새롭게 각오를 다지자’는 천편일률적이고, 올드한 버전으로는 임직원들 마음을 사로잡기가 쉽지 않아서죠. 그런 때문이지 근래들어 CEO들 신년사에 튀는 표현들이 부쩍 눈에 띕니다.

©픽사베이

채용비리로 곤욕을 치른 강원랜드. 신임 문태곤 사장은 이를 의식한 듯 제구포신(除舊布新)을 화두로 내세웠습니다.

“묵은 것을 버리고 새 것을 받아들이되 과거의 잘못, 실패한 사례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반성을 통해 묵은 것의 가치도 다시 생각해 보고, 새 것의 폐단도 미리 보는 지혜를 갖추자” “내부 혁신TF를 구성해 문제를 솎아내고 신상필벌로 부정부패를 다스리겠다”

사드여파로 경쟁사가 역신장한 상황에서도 럭셔리화장품으로 고성장을 일궈낸 LG생활건강. 차석용 부회장이 택한 신년어는 ‘행백리자(行百里者) 반구십리(半九十里)’.

“100리길을 가야 하는 사람은 90리를 절반으로 삼는다. 즉, 90리 오고서도 이제 절반쯤 왔구나 하는 마음가짐이라야 그 여정의 마지막에 아름다운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며 직원들의 분발을 촉구했습니다.

‘돼지도 날 수 있다’는 샤오미 설립자 레이쥐이의 말을 인용한 CEO는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

“레이쥐이는 ‘태풍의 길목에 서면 돼지도 날 수 있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합니다. 기회는 누구에게나 오며, 스스로 갈고 닦으면 태풍이 오는 순간 그 길목에 서 있을 수 있고 거뜬히 날아오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우리에게 다가오는 절호의 기회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현대건설의 혼을 회복(Recover)하고 사업영역을 전면적으로 재디자인(Redesign)하며 올 한해 목표달성을 위해 재점화(Relight) 할 수 있다면 우리는 분명, 글로벌 리딩컴퍼니로 날아오를 겁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변화와 혁신을 실행하는 것은 사람, 사람이 지속해서 발전하게끔 만드는 건 조직문화’라며 영국동화 거울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레드 퀸 효과’를 역설했습니다. 레드 퀸 효과란 ‘제자리에 머물기 위해서는 온 힘을 다해 뛰어야 하며, 다른 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최소한 두 배는 빨리 뛰어야 한다”는 의미죠.

“중석물촉(中石沒鏃/화살에 돌이 깊이 박혀 있다는 뜻으로 정신을 집중해서 전력을 다하면 어떤 일도 성공할 수 있다는 의미)의 신념으로 무장해 승리의 해로 만들자”(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

‘파벽비거’(破壁飛去/벽을 깨고 날아가다-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환부작신’(換腐作新/낡은 것을 바꾸어 새 것으로 만든다-김병원 농협중앙회장)

“지난해 전 그룹사가 사상 최대 이익을 내고 주가가 크게 상승했지만 이럴수록 안불망위(安不忘危/편안한 가운데서도 늘 위태로움을 잊지 않는다)의 자세로 다가올 위기를 대비해야~”(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전 직원이 한마음 한 뜻으로 노력한다면 반드시 이루어낼 수 있다(일심전진 석권지세/一心前進 席卷之勢)”(채용비리로 은행장 교체 등 곤욕을 치른 우리은행의 손태승 행장)

“어려움을 이기고 새 길을 뚫겠다는 극세척도(克世拓道)의 자세로 혁신성장을 지원해 대한민국 경제의 성공적인 4차 산업화를 이끌고 핵심역량을 글로벌 수준으로 강화해 대한민국의 금융영토를 넓혀가자~”(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제 각각 신선하고, 비장하게 다가오는 신년사들입니다. 다짐의 각오와 비전답게 CEO들의 신년 화두가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이 아니 되길 진심 바래봅니다. 

칼럼으로 세상을 바꾼다.
논객닷컴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론(nongaek34567@daum.net)도 보장합니다.
저작권자 © 논객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