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진의 지구촌 뒤안길]

[오피니언타임스=유세진] 새해가 됐다. 꼭 한달 뒤인 2월9일에는 평창 동계올림픽이 막을 올린다. 조명균 통일부장관과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을 각각 수석대표로 하는 남북 고위급회담이 9일 평화의 집에서 열려 북한의 참가 등을 논의한다. 회담을 통해 북한의 올림픽 참가를 이끌어내고 나아가 남북한 간 긴장관계도 해소, 궁극적으로는 북한의 핵개발 포기와 한반도 비핵화 달성으로 이어지기를 누구나 간절히 바랄 것이다. 이런 면에서는 새 희망 속에 새 출발을 다짐하는 새해의 분위기와 잘 맞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회담이 좋은 결과를 도출해낼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북한의 올림픽 참가가 이뤄진다 해도 이는 한반도 평화를 향한 오랜 여정의 첫 발걸음에 불과하다. 오히려 올림픽 이후가 더 중요하다. 남북 간 긴장을 해소하려면 체제 존립에 대한 북한의 공포를 해결해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다. 김정은이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다며 남북 고위급회담에 동의한 것은 북한의 핵전력에 대한 자신감을 기반으로 한 것이라고 미 CNBC는 매사추세츠공대(MIT) 테일러 프레이블 교수의 분석을 인용해 전했다. <2018년 1월8일 뉴시스 보도> 이는 핵무기가 없다면 김정은이 미국과 대립하면서도 북한 체제를 유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김정은은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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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김정은과 함께 남북 관계 진전을 이루는데 있어 또 하나의 중대 요인인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북한의 핵보유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선택지이다. 트럼프는 지난 6일 캠프 데이비드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남북 대화 재개를 “큰 진전”이라며 자신도 김정은과 직접 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남북 대화가 단지 북한의 올림픽 참가 논의에만 국한되지 않고 그 이상으로까지 확대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해 북한의 핵개발로 인한 한반도 위기 해결에 도움이 되기를 희망했다. 이로써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핵단추를 언급하며 “북한 핵의 미 본토 타격이 그저 위협만이 아니라 현실”이라고 주장하고 이에 트럼프가 3일 “미국의 핵단추가 더 크고 강력하며 잘 작동하고 있다”고 맞받아치며 핵전쟁 공포를 고조시켰던 분위기는 일단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단언할 수는 없겠지만 평창 동계 패럴림픽대회가 끝나는 3월18일까지 적어도 두 달여의 기간에는 한반도에 일시적이나마 평화가 깃들 것으로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문제는 올림픽을 앞두고 주어진 남북 고위급회담의 기회를 살려 잠정적인 평화를 올림픽 이후로까지 이어지도록 할 방법을 우리가 갖고 있느냐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 위기 상황 해결을 위한 운전자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우리의 앞날을 우리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는 점에서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북한 김정은 역시 핵전력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북한이 남북 대화의 주도권을 장악, 북한에 유리한 결과를 얻어내려 할 것이다. 또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력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 역시 동북아시아에서의 존재감 유지를 통해 중국을 억제하기 위해 남북 대화에 대한 막후 영향력 행사에 적극 나설 게 틀림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자신이 북한에 강경한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면 남북 대화 재개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남북 대화 재개가 마치 자신의 공인양 내세우고 있다.

오락가락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스러운 행태로 인해 미국에 대한 신뢰도는 크게 떨어졌다. 그래도 한미 동맹은 여전히 우리에게 있어 북한을 상대하는데 매우 유용한 도구이다. 문 대통령은 한국과 미국이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국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 한미 동맹을 더욱 굳건하게 한 바탕 위에 남북 관계 개선과 북한의 핵포기를 유도하기 위한 운전자 역할을 해나가야 할 것이다. 남북한과 미국 어느 한쪽만이 더 큰 이득을 차지하는 일이 없도록 중간 입장에서 북미 간 양보를 이끌어내며 한국의 이득을 챙겨야 한다. 동계올림픽 기간과 겹치는 것으로 예정됐던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연기하는 등 우리는 이미 북한에 상당한 양보를 했다. 북한과의 긴장 완화에만 몰두해 대북 제재를 일부 완화하는 등 지나친 양보로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에 균열이 생기게 해서는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절대로 핵을 포기할 수 없다는 김정은과 북한의 핵을 반드시 폐기시키겠다는 트럼프의 치킨게임으로 한반도에서 다시 전쟁이 발발하는 것만은 어떻게든 막아야만 한다. 결코 쉽지 않은 오랜 협상이 되겠지만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그 방법을 찾아내 한반도에 평화가 뿌리내리게 하는 것이 국민의 염원으로 당선된 문 대통령이 떠안아야 하는 과제이다. 

 유세진

 뉴시스 국제뉴스 담당 전문위원

 전 세계일보 해외논단 객원편집위원   

 전 서울신문 독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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