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기수의 중국이야기]

[오피니언타임스=함기수] 새해를 맞아 산에 올랐다. 오를 땐 힘들어도 산 정상은 언제나 좋다. 눈 아래 풍경이 더 넓게, 더 멀리 보이기 때문이다.
헬리콥터(Helicopter)는 수직으로 이착륙이 가능하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직승기(直昇機)라고 부른다. 고정된 날개대신 로터(Roter)라고 부르는 회전 날개를 이용하여 양력을 얻는다고 한다. 밀림에서 길을 잃어 헤맬 때 헬리콥터를 타고 이륙하여 내려다보면 갈 길이 명확해진다. 높이 올라갈수록 그것은 더욱 뚜렷해진다. 올라가서 높이 보면 더욱 잘 보이는 것. 이를 두고 어떤 이는 ‘헬리콥터 이론’이라고 이름 붙였다.

황하의 신 하백(河伯)은 황하의 끝없이 넘실거리며 펼쳐진 장관이 언제나 흡족하고 자랑스러웠다. 그러다가 우연히 바다를 보게 된다. 그는 지금까지 자신이 가장 크다고 생각했던 것이 한꺼번에 무너짐을 느끼고 경악한다. 놀라고 있는 하백에게 바다를 지키는 신(神)인 약(若)은 세 가지를 이야기 한다.

우물 안 개구리에게는 바다를 이야기 할 수 없다.(井蛙不可以語海) 그 개구리는 우물이라는 공간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拘於虛也)
여름에만 사는 곤충에게는 얼음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없다.(夏蟲不可以語氷) 그 곤충은 여름이라는 시간만 고집하기 때문이다.(篤於時也)
편협한 선비에게는 도를 이야기 할 수 없다.(曲士不可以語道) 그 사람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에만 묶여 있기 때문이다.(束於敎也)

©픽사베이

‘장자(莊子)’는 도가(道家) 계열의 책으로 여러 사람들의 글을 편집한 것이다. 33편이 현존하며, 내편(內編), 외편(外編), 잡편(雜編)으로 나뉘어진다. ‘장자’ 속의 이야기는 대개 우화(寓話)의 형태로서, 뛰어난 해학과 풍자로 개인과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해석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위의 이야기는 ‘장자(莊子)’ 외편(外篇) ‘추수(秋水)’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바로 우리가 잘 아는 ‘정저지와(井底之蛙)’ 즉 ‘우물 안 개구리’의 출전이다. 비슷한 말로 ‘좌정관천(坐井觀天)’ 즉 ‘우물 안에서 하늘을 바라본다’라는 말도 있다. 중국 당송 8대가 중 한사람인 문학가 한유(韓愈)의 논문집 ‘원도(原道)’에 나온다.

입사하고 몇 년 지나지 않아 나는 회사를 그만두기로 마음먹었었다. 일반적으로 대기업이라고 하면 우선 거대한 사옥이 떠오른다. 다양한 업종, 다양한 조직에서 다양하게 뜻한 바를 펼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그들은 자기가 속해 있는 부서, 자기가 앉은 자리, 자기의 층 이외에는 알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자기의 자리가 8층이라면 8층 이외에서 무슨 일이 어떻게 벌어지는지 전혀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다. 자기 부서 상사가 자기와 맞지 않으면 회사 전체가 맞지 않는 것이다.

당시 나는 상사와 소위 DNA가 맞지 않았다. 회사가 싫어졌다. 그래서 회사를 그만 두기로 했다. 몇몇 동료들은 실제로 회사를 그만두었다. 그러다가 운 좋게도 홍콩지사로 발령받게 됐다. 거기에서 나는 회사를 그만두지 않기를 얼마나 잘했는지 알게 됐다. 해외 지사가 좋은 점은 밖에서 본사 전체를 굽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사업의 움직임을 보고 접할 수 있었다. 여러 부서의 다양한 선후배들을 만나 그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 나는 완전히 달라진 눈으로 전혀 다른 세계를 볼 수 있었다. 본사에서의 나는 우물 안의 개구리였다. 이는 일개 개인사에 해당한다.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집체교육’이라는 것이 있다. 명실상부한 ‘당 중앙’인 국가지도자 25명의 정치국원이 45일 간격으로 한명도 빠짐없이 참석해 당대 최고의 전문가에게 교육을 받는 소위 집단학습이다. 국가를 통치하는 데 필요한 세계동향, 인문, 역사, 경제, 사회, 사상 등을 망라한다. 후진타오 주석 집권부터 시작한 이 공부는 시진핑 주석이 집권하고 나서도 이어지고 있다. 전 정권이 한 것은 모조리 엎는 사람들과는 달리 중국은 전 정권의 장점은 그대로 살린다.

중국은 최근 15년간 후진타오 1기에 44회, 2기에 33회, 시진핑 1기 5년에 43회 집체교육을 실시했다. 학습의 주제는 정치국 비서실에서 신중하게 선정하고 적어도 6개월 전부터 준비를 시키고 발표 자료를 점검하고 시간을 측정한다. 통상 2명의 전문가를 부르는데 사안의 중대성이 크면 강사는 1명이다. 발표와 토론, 그리고 마지막에 시진핑의 강평이 있다.

글로벌화와 정보화의 시대 흐름 속에서 국가를 다스리기 위해, 지도자들은 끊임없이 공부하여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새로운 변화와 새로운 현상을 인지하고 이에 대응할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무소불위의 권력자들이 우물 안을 벗어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고 있는 현장이다.

개구리가 우물 안을 떨쳐 나와 바다를 아우를 수 있기 위해서는 물론 본인의 자각과 새로운 분야에서의 경험이 중요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넓은 세상을 알기위한 절실함이다. 치열한 자기 학습과 교육이다. 편협한 아집과 속 좁음을 벗어난다는 것은 지도자의 가장 기본적인 덕목이다. 그래야 나라의 미래가 있다.

 함기수

 글로벌 디렉션 대표

 경영학 박사

 전 SK네트웍스 홍보팀장·중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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