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용현의 웃는한국]

[오피니언타임스=서용현, jose] 국정원의 특별활동비 상납사건, 댓글 사건, 해킹 사건 등 계속되는 비리에도 불구하고 국정원을 폐지 또는 개혁하자는 얘기는 안 나온다. 현 정권도 국정원 존폐에 관해서는 침묵한다. 왜인가? 국정원이 무서워서인가? 아직도 반공이 성역(聖域)이라서?

국가정보원법상 국정원의 주된 기능은 국외정보(해외정보 및 대북정보) 및 국내 보안정보의 수집이다. 국정원은 이러한 본연의 기능을 잘 하고 있는가?

1) 대북 정보수집 및 공작

북한에 대해 007 식의 정보수집 및 공작활동이 가능한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누구라도 알 것이다. 북한에 공작원을 파견하면 금방 시체로 돌아올 것이다. 따라서 대북 정보수집은 인터넷 등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정남 피살사건과 관련하여 TV에 나온 국정원 전문가는 민간 전문가와 별 차이가 없었다. 둘 다 비슷한 정보원(情報源)에 의존했기 때문이리라. 국정원이 북한 핵에 대하여 코끼리 더듬기를 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리라.

2) 해외 정보수집 및 공작

국정원은 각 대사관 등에 요원을 파견한다. 이들은 외교관으로 가장하지만 주재국은 이들이 스파이임을 다 안다. 따라서 고위인사들을 접촉, 고급 정보를 빼내기 어렵다. 결국 이들은 출판된 정보(이는 국내에서도 입수 가능)나 불법적인 방법(뇌물, 산업정보 도용 등)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불법행위가 탄로 나면 나라 망신은 물론, 엄청난 후폭풍을 맞는다. 필자가 제네바 대표부에 근무할 때의 얘기다. 당시 제네바 인근에 김정은이 살았다. 국정원 요원은 본부로부터 김정은에 관한 정보수집 압력을 강하게 받았는데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김정은 집 뒤의 전신주에 올라가서 망을 보다가 스위스 경찰에 들켰다. 그 요원은 추방되었다. 국정원은 해외산업정보를 수집한다고 홍보한다. 지적재산권으로 보호받는 산업정보를 수집하다가 감옥에 가지 않을까? 전문성이 없는 국정원 요원과 관련 민간업체 직원 중에서 누가 산업정보를 잘 수집할까?

3) 국내 정보의 수집과 정보활동

상기와 같은 제약 때문에 국정원은 점차 국내 정보의 수집과 국내활동에 주력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민주화로 “책상을 탁치니 억하고 죽었다” 식의 강압수사가 불가능해진 국정원은 인터넷을 이용한 국내 정보에 주력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감청, 댓글, 해킹, 민간인 사찰, 블랙리스트 작성 등에 주력한다. 이러는 과정에서 국정원의 정보수집은 ‘안보’에 국한되지 않고 자꾸 ‘정치’ 쪽으로 월경을 했다. 국정원이 “정치활동에 관여할 수 없다(국정원법 제9조)”는 규정은 사문화(死文化)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국정원의 비리를 위한 예산은 누가 대는가? 국민이다. 국민이 자신들의 목을 조르기 위해 돈을 낸다. 억울하지 않은가? 국민은 바본가?

결국 국정원의 문제는 시대변화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정보기관은 세계 어디서나 사양산업이 되고 있다. 정보화로 정보가 흔해지고 전문화됨에 따라 정보기관의 역할은 오히려 쇠퇴한다. 인터넷에 나지 않는 정보를 수집하기가 극도로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CIA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결정적 원인이 됐던 대량살상무기(WMD) 시설 첩보가 거짓으로 드러나 나라에 누를 끼치고 개망신을 했다. 최근 CIA의 고문 스캔들이 난 것도 정상적인 정보수집이 어려워 불법적인 방식을 동원한 것이리라.

국정원의 현실적 문제는 ‘기능’이 없어졌는데 ‘조직’은 남아있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전성시대와 마찬가지로 큰 조직, 예산을 갖고 있는데 할 일이 없다. 그러면 조직이 살아남기 위해 ‘쓸데없는 일’을 한다. 댓글사건이나 특별활동비 상납사건도 이러한 측면에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국정원의 비리를 위한 예산은 누가 대는가? 국민이다. 국민이 자신들의 목을 조르기 위해 돈을 내는 셈이다. 억울하지 않은가?

이에 대한 대책은 국정원의 전면적인 구조조정 밖에 없다. 특활비 상납사건은 국정원의 구조조정을 위한 절호의 계기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 국회 등에서 국정원의 역할(성과)에 관한 성역 없는 조사를 하자. 특별활동비 등과 관련하여 “국정원은 도대체 뭘 하나”하는 많은 국민들의 의문에 답하자. 위에 말한 ‘해외 정보수집 및 공작’이 과연 효과적인지 보자. 국민을 옭죄는 ‘국내 정보의 수집과 정보활동’이 왜 필요한지 보자. 감청, 댓글, 해킹, 민간인 사찰, 블랙리스트 작성 등을 가능하게 하는 법적 근거를 없애자. 그래서 “국민과 국가안보에 봉사하는 작은 국정원”으로 다시 태어나게 하자.

 서용현, Jose

 30년 외교관 생활(반기문 전 UN사무총장 speech writer 등 역임) 후, 10년간 전북대 로스쿨 교수로 재직중.

 저서 <시저의 귀환>, <소통은 마음으로 한다> 등. 

‘서용현, Jose’는 한국이름 서용현과 Sir Jose라는 스페인어 이름의 합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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