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도에서 온 배2

선장 : 까옥, 또 보는군. 안 보는 게 좋을 텐데.

까마귀 : 선장, 지난 밤에 검은 폭풍이 세게 치더니 또…
        나는 배 앞을 끄덕거려 동의를 표시했다.

선장 : 그런데 사람들은 지금도 우리 섬의 전설을 기억하고 있을까

까마귀: 지금은 그 전설이 거짓이라고 보나 봐.
       그 말에 나는 몸을 좌우로 움직여 격하게 물결을 일으켰다.

선장: 그럼, 도대체 나는 지금 어디서 왔다는 것일까
     전설은 실제보다 더 실제인 믿음인데 말이야.

까마귀: 맞아. 모르는 게 없는 폭풍이 “신화는 언젠가는 진실로 밝혀지며, 역사는 언젠가는 거짓으로 판명된다”고 했어. 요즘 사람들이 외로운 건 신화를 잊어서래. 한 종류의 지도밖에 볼 줄 모르니까.

선장: 그래?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군.
     너는 이어도 노래 알아

까마귀 : 선장이 불러주면 더 진짜일 것 같은데.

선장 : 천 년을 불러오던 노래야. 폭풍과 검은 파도가 만든 진짜 노래지.

이어 이어 이어도 사나
이어도가 어디에 사니 수평선 넘어
꿈길을 가자 이승길과 저승길 사이
아침 햇덩이 이마에 떠올리고
저녁 햇덩이 품 안에 품어
노을 길에 돛단배 한 척
이어 이어 이어도 가자
(······)
한라산을 등에 지고
제주바다와 마주 서 보라
(······)
수평선 넘어 꿈길을 열라, 썰물 나건 돛단배 한 척
이어 사나 이어도 사나
별빛 밝혀 노 저어 가자
별빛 속으로 배 저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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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 나는 아주 거친 파도가 치는 날이면
이어도에서 와. 외로운 그들을 위해서 말이야.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화가, 황인선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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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기획은 변시지 그림을 소유한 시지아트재단과 황인선 작가와 협의 후 게재하는 것입니다. 본문 안에 포함된 사진을 따로 퍼가거나 임의로 사용할 경우 저작권법에 저촉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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