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이 이어준 인연, 시인 집안 결합에 문학계 “큰 경사”

[오피니언타임스=박형재 기자] 문학계에 큰 경사가 생겼다. 안도현 시인의 장녀와 이동순 시인의 장남이 백년가약을 맺기로 한 것. 보기 드문 시인 집안의 결합에 문학계에서는 축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12일 문학계에 따르면, 안도현 시인의 장녀 안유경 양과 이동순 시인의 장남 이응 군이 오는 2월 3일(토) 13:30분 전북 전주시 전동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신랑 신부는 평소 친하게 지내던 안도현·이동순 시인의 소개로 만나 자연스럽게 만남을 이어오다 이번에 화촉을 밝히게 됐다.

시인 가족의 행사답계 신랑 신부 청첩장 디자인도 눈길을 끈다. 청첩장에는 ‘시작’이라는 제목 아래, 두 시인의 사랑 시가 나란히 적혀있다.

그대가 별이라면
저는 그대 옆에 뜨는 작은 별이고 싶습니다
이동순, 「그대가 별이라면」 중

오직 한 사람을 사무치게 사랑한다는 것은
이 세상 전체를 비로소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안도현, 「사랑한다는 것」 중

또한 “두 사람이 함께 마음을 모았습니다. 손을 잡고 인사를 올립니다. 따뜻하게 축복의 발걸음을 옮겨주시면 영광이겠습니다”라고 초대의 글을 적었다.

두 시인의 자녀 안유경 양과 이응 군의 모바일 청첩장.

안도현·이동순 시인의 오랜 인연도 이번 결혼을 계기로 재조명받고 있다. 두 사람은 1970년대 후반 경주신라문화제 전국고교백일장에서 처음 알게 됐다. 당시 이동순은 심사위원, 안도현은 대건고등학교 재학생 신분이었다. 안도현은 백일장이 끝나고 이동순을 일부러 찾아 작품평을 부탁할 만큼 열정적인 문학도였다.

두 사람은 23살의 젊은 나이에 나란히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된 인연도 있다. 이동순은 1973년 ‘마왕의 잠’, 안도현은 1984년 ‘서울로 가는 전봉준’이 당선됐다.

특히 두 시인이 본격적으로 친근해진 계기가 백석 시인(白石, 1912 ~1996)과의 인연 덕분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이동순은 1987년 <백석시전집>을 펴냈고, 안도현은 2014년 <백석 평전>을 출간했다. 안도현이 백석 평전을 내는 과정에서 이동순에게 감수를 요청해와 서로 만나 원고를 읽으며 교감을 나눴다. 이후 백석 평전이 출간돼 북콘서트를 할 때 저자와 패널로 강연을 함께 진행했다. 그 즈음 이동순이 서로 사돈맺자고 말을 꺼냈다.

이동순 시인은 “안도현 시인과의 오랜 인연이 결혼으로 맺어져 기쁜 마음”이라며 “일이 여기에 이르니 백석 시인이 사돈을 맺도록 주선하고 힘 써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함께 차를 마시며 이야기하는 안도현·이동순 시인 ©이동순 제공

한편 안도현 시인은 1981년 대구매일신문 ‘낙동강’으로 등단해 활발한 시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소월시문학상, 윤동주문학상, 이수문학상, 노작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현재 우석대 교수로 있다.

이동순 시인은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와 문학평론이 당선됐고, 김삿갓문학상, 시와시학상, 정지용문학상 등을 받았다. 현재 영남대 명예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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