턴키공사·도시정비사업 수주전에 2억~3억원씩 사용

롯데건설 비자금 조성 의혹을 다루는 재판이 12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렸다. 사진은 재판 서류ⓒ오피니언타임스

[오피니언타임스=이상우] 롯데건설 항소심 재판에서 부외자금이 사업 수주를 위한 활동비와 직원 경조사비, 행사비 등으로 쓰였다는 증언이 나왔다. 부외자금은 장부에 기록되지 않는 돈을 뜻한다.

12일 서울고등법원 제4형사부(김문석 재판장)는 롯데 비자금 조성 의혹 제5차 공판을 진행했다. 피고는 롯데건설과 하석주 대표이사(사장), 이창배 전 대표이사(사장), 박대환 상무, 최진 상무보다. 이날 증인으론 주택사업본부장 등을 지낸 A씨가 출석했다.

A씨는 부외자금을 사업 활동비와 자신이 본부장일 때 쓴 비용, 기획팀장 행사비로 분류했다.

사업 활동비는 공공기관이 주로 발주하는 설계·시공 일괄 공사(턴키공사) 입찰과 재개발·재건축 사업 수주전 등에 사용됐다.

A씨는 “턴키공사와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담당 임원과 팀장 등이 주관했다. 턴키공사 한 개에 2억~3억원 든 적도 있다”며 “재개발·재건축도 규모에 따라 4000만~5000만원에서부터 2억~3억원까지 썼다”고 말했다.

그는 “부산 화명동 재건축 같은 경우 엄청나게 치열했다. 초창기 150명, 추가로 200명, 마지막엔 300명을 수주전에 투입했다”며 “그때 직원들이 쓰는 교통비, 숙박비, 목욕비 등은 부외자금으로 처리됐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왜 예산에 편성하지 않고 부외자금으로 지출했느냐”고 물었다. A씨는 “본사에서 정식으로 지원하는 게 아니었다”고 답변했다.

A씨는 본부장을 할 때 현장 격려비와 행사비, 직원 경조사비 등을 부외자금으로 썼다고 증언했다.

그는 “위험하거나 중요한 공사 현장에 가면 작은 곳은 200만원, 큰 곳은 300만원, 해외는 400만원 정도 줬다”며 “직원 경조사비는 임원 30만원, 일반 직원 10만~20만원, 대외 20만원가량 지출했다. 현장에서 기공식, 안전기원제 등을 치르겠다고 요청하면 부외자금을 내줬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획팀장 행사비에 대해선 “본부 기획팀장이 체육대회나 수주기원제 등을 열 때 부외자금이 나갔다”며 “본부장인 제가 결제하면 기획팀장이 대표이사에게 보고하고 부외자금을 타 갔다”고 짚었다.

검찰은 A씨가 설명한 부외자금이 임직원 조사 때 거의 나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A씨는 “임직원들이 내용은 알았지만 부외자금이라는 용어를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러자 검찰은 “증인이 현금 사용 내역을 담은 사실확인서를 작성했는데 사업 활동비를 적지 않았다”며 “덩어리가 큰 사업 활동비를 (경조사비 등보다) 먼저 적어야 하지 않느냐”고 공격했다.

A씨가 “그 돈은 담당 임원이나 팀장이 집행해서 그렇다”고 하자 검찰은 “떳떳한 돈이면 그대로 밝혀야 한다. 당시 구속영장이 청구된 임원들을 보호하려는 의도로 그랬던 것 아닌가”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A씨는 “그런 생각을 하진 않았다”고 답했다.

검찰과 A씨는 진술서를 두고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A씨는 “검찰이 조사할 때 진술서를 살펴볼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검찰과 증인의 공방을 지켜보던 김문석 재판장은 “수정할 시간을 주겠다”며 A씨가 진술서를 검토하도록 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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