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의 전원일기]

[오피니언타임스=동이] 산골의 겨울나기는 생각보다 매우 힘겹습니다. 잠깐만 있어봐도 그 힘겨움이 느껴집니다.

영하 10도를 오리내리는 날씨 속에 산골오지 지인의 집을 찾았습니다. 가자마자 급히 찾은 실내 화장실은 이미 사용정지 상태. “화장실이 얼어 고장났으니 오지 말라”고 얘기할 법도 한데 주인장은 일언반구 얘기가 없었습니다. 방문객들이 외려 머쓱했습니다.

기온이 급강하하면서 화장실에서 나가는 오수관이 밑에서부터 얼었답니다. “날 풀리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는 게 주인장 멘트. “기술자 불러서 녹일 수야 있지만 또 얼게 돼있다~ 작년에도 얼었다~ 날 풀리면 내려간다~” 느긋합니다. 다행히 재래식 화장실이 하나 있어 해우소가 돼줬습니다.

장작이 거꾸로 타는 '요술난로'와 아궁이에서 구워먹는 별미 군밤, 군고구마 ©동이

산골 오지엔 아궁이와 화목난로가 온기를 지탱해주는 '효자'였습니다. 장작을 위에서 넣는, ‘거꾸로 타는 요술난로’가 한몫 단단히 하고 있더군요. 밑에서부터 천천히 타며 뚜껑을 열어놔도 연기가 내지 않고 연통으로 깔끔히 배출됩니다. 가끔 장작 한 두개 꽂아주기만 하면 되는... 대체 무슨 원리로 연기가 내지 않고 완전 연소되나? 물어봤지만 주인장 왈, “나도 잘 모른다. 좋은 난로라는 추천이 있어 구매했다”고만 얘기합니다. 산골 자연인들에게 인기가 높다는 설명과 함께...

산골생활의 필수품, 도끼.  장작은 산골 겨울나기의 큰 살림밑천입니다. ©동이

땔감은 산골 겨울나기에 아주 큰 살림밑천입니다. 주인장이 못다 팬 통나무들이 널부러져 있어 소매 걷어부치고 한참 팼습니다. 소싯적 실력을 살려 내리쳐보니 생각보다 잘 나갑니다. 제법 되는 양의 장작을 해치웠습니다. 다 했나 싶었는데 “이왕 해줄 거면 저 아래 계곡 쪽에 잘라놓은 통나무까지 패달라~”고 합니다. 부탁이 아니어도 밥값은 해야 할 상황.  어깨가 뻐근해질 정도로 도끼질했습니다.

주인장이 내온 고구마와 밤을 아궁이 잔불에 구워먹는 호사도 누려보고... 다들 “그래~ 이 맛에 그나마 버틸 수 있겠구먼~” 합니다.

산골은 아무리 추워도 바삐 움직여야 하는 곳. 난방에 삼시세끼만으로도 매우 바쁜 일상을 반복해야 하는 곳이었습니다.

계곡물을 핥는 검둥이, 엄동설한을 견뎌내는 냉이, 까치밥이 매달린 앙상한 감나무. ©동이

한 여름 시원함을 선사해주었던 계곡도 꽁꽁!! 검둥이는 어느새 방문객을 따라왔는지 어름장 밑으로 새어나오는 계곡물을 정신없이 핥아댑니다. 필시 개 밥그릇도 얼어 목말랐던 게 분명합니다.

그러고 보니 산골의 추위는 모든 걸 일시에 정지시키는 가공할 힘을 지녔습니다. 물론 이 생활에 익숙한 ‘자연인’들은 거역하지 않고 순응하며 잘 견뎌냅니다.

산골사람이나 동물뿐 아닙니다. 식물들도 엄동설한을 꿋꿋이 이겨내는 모습이죠.

밭 한쪽에선 냉이가 월동 중입니다. 동장군 기세를 물리치고 벌써 봄볕을 맞을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까치밥을 매단 채 설한풍에 서있는 감나무도 죽은듯 보이나 새 봄엔 가지에 싹을 트워 지난해보다 더 무성한 잎새를 뽐낼 겁니다.

문제는 동이같이 도시생활하다가 전원이네, 산골이네 찾아 들어가는 이들입니다.

이런 일에 스트레스받지 않고 묵묵히 버티며 살아갈만한 준비가 돼있느냐? 입니다. 그래야 전원생활도 즐길 수 있을 텐데.  소소한 위기들이 닥쳤을 때 과연 능히 대처가 가능할지... 마음 단단히 먹어야 될 일이라는 생각을 산골의 겨울은 알려줍니다.

칼럼으로 세상을 바꾼다.
논객닷컴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론(nongaek34567@daum.net)도 보장합니다.
저작권자 © 논객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