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애플·인텔 등 피고 보조로 재판 참여

퀄컴과 공정위가 맞붙은 '1조원 소송' 변론준비기일이 열렸다. 사진은 재판 표지ⓒ오피니언타임스

[오피니언타임스=이상우] 1조원이 넘는 과징금을 두고 다국적 통신업체 퀄컴과 공정거래위원회가 치열한 법정 공방을 펼쳤다.

15일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윤성원 부장판사)는 퀄컴이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과징금 결정 취소소송 2차 변론기일을 열었다. 애플, 인텔, 삼성전자, 미디어텍, 화웨이는 피고 보조참가인이다. 

공정위는 2016년 12월 퀄컴에 역대 최대 규모 과징금인 1조311억원과 불평등한 계약 관행을 고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통신용 모뎀 칩 공급을 독점한 퀄컴이 삼성전자와 애플 등 스마트폰 제조사에 부당 계약을 강요했다는 이유에서다.

퀄컴은 이에 불복해 시정명령 효력정지신청을 내고 과징금 결정 취소소송도 제기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은 시정명령 효력정지신청을 기각했다. 퀄컴으로선 과징금 결정 취소소송에서 승소하는 방법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본격적인 재판에 들어가기 전인 변론준비기일임에도 퀄컴과 공정위 대리인들은 날카롭게 부딪혔다.

퀄컴 측 변호인은 “공정위로부터 확인해야 할 사실이 많다”며 “공정위 의결서에 모호한 부분이 있다. 관련 서류를 왜 못 내는지 명확히 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사실관계를 명확히 정리해서 쟁점별로 따져야 한다”며 “전문성 가진 사람이 아니면 증언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퀄컴 담당자가 법정에 나와야 한다”고 했다.

공정위 측 변호인은 “원고 대리인들이 지금 석명(사실을 증명하여 내용을 입증)을 요청하고 있지만 국내 소송법에 반한다”며 “공방이 이뤄지기 전부터 하나하나 석명하라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단계에서 피고가 원고의 모든 궁금증에 답하라는 석명 요구는 허용돼선 안 된다”며 “원고 측이 증인을 많이 신청했다. 하지만 이 증인들은 퀄컴에 치우친 데다 공정위 심판정에서 이미 발표 기회를 가졌다. 법정에서 또 프레젠테이션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피고 보조참가인 대리인들은 공정위를 편들어 퀄컴 주장을 반박했다.

애플 측 변호인은 “퀄컴이 시장지배자라는 점, 모뎀 칩 시장에서 경쟁자들을 배제하고 기술혁신을 방해한 점 등을 입증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측 변호인은 “퀄컴이 경쟁을 제한하고 노 라이선스 노 칩 정책을 시행한 건 계약서에도 반영된 사실”이라며 “규범적인 부분을 주로 다툴 것”이라고 전했다.

미디어텍 측 변호인은 “증인을 신청할 계획은 없지만 경쟁 제한이나 모뎀 칩 시장 점유율 추이 등 객관적 자료를 증인으로 내겠다”고 했다.

화웨이 측 변호인은 서면으로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인텔 측 변호인은 “퀄컴은 미국식 디스커버리를 주장하면서 충분한 시간을 달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미국 제도는 국내 소송법에 어긋나고 퀄컴이 요구하는 대로 소송을 진행하면 4~5년이 걸릴 수도 있다”며 “더 준비할 게 남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재판부는 재판을 신속하게 이끌면서도 원고의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하겠다는 뜻을 비쳤다. 원고 혼자 공정위와 5개사를 상대하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윤성원 부장판사는 “변론준비절차를 오늘 종결하고 오는 3월까지 쟁점을 정리한 준비서면을 내달라”며 “원고와 피고, 보조참가인에게 똑같이 기회를 주되 보조참가인의 서면 분량은 제한하겠다. 오는 4월 말 원고와 피고, 보조참가인이 준비서면과 서증을 모두 내면 5월부터 변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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