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진의 민낯칼럼]

©픽사베이

[오피니언타임스=안희진] 상(賞)의 본질은 한마디로 기쁨이다. 그 기쁨은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함께 기뻐할 수 있어야만 한다. 주는 사람만 즐겁다거나, 받는 사람만 즐거워서도 안되며, 보는 사람이 ‘뭐 저런 사람이…어떻게?’ 따위의 의문을 갖게 된다면 기쁨은커녕 이미 상이 아닌 것이 되고 만다.

벌써 오래전부터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자랑스러운 ~~상’은 고등학교, 대학교를 중심으로 10여년전부터 시작됐다. 처음엔 비교적 역사가 깊고 명문으로 자처하는, 사회적으로 출세한 동문이 많은 학교로부터 비롯됐다. 상의 제정 자체가 모교에 대한 자긍심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모교에 대한 무한한 존경으로 제정한 상이 바로 ‘자랑스러운......’류의 상이다. 동문들끼리만 즐겁고 자랑스러운 것이 아니라, <모교가 사회적으로 자랑스러워지는 상>이다. 학교마다 특성이야 있겠지만, 그러니까 본질적으로 ‘자랑스러운.....’은 모교를 위해 뛰어난 공적을 쌓은 동문이나 모교나 동문들을 위해 봉공한 동문들에게 주는 상으로 제정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 경우, 모교에 대한 기여도나 참석률 따위가 절대적인 심사기준은 되지 못한다. 물론 모교에 기여도도 높고 참석도 잘한다면야 금상첨화겠지만, 그 인물자체로 모교는 영광스럽고 자랑스러운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은 <어떤 사람이 받느냐>의 문제로 상의 의미와 권위와 가치가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자랑스러운.....’류의 상은 주체가 특정한 학교이고 대상이 그 학교 출신일 뿐, 일반적인 상과 똑같이 일간지 1면에 실릴만한 이른바 <1면용 인물>에게 주는 상이다. 때문에 상의 의미와 내용, 추천 및 심사 등의 운영과 절차를 규정하는 운영규정과 이에 따라 구성된 추천위원회의 추천과정이나 심사위원회 및 심사규정은 바로 상을 상답게 만드는 상의 본질적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무릇 모든 상의 권위는 네가지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
첫째는 누가 주느냐?
둘째는 누가 받느냐?
셋째는 얼마나 오래 된 상이냐?
넷째는 상금이 얼마냐? 쯤으로 결정된다.
다시 말해 상은 <권위있는 기관>이 <객관적으로 끄덕일 수 있을만한 사람>에게 주어야 한다는 것이고, 그 같은 기본 요소를 바탕으로 상의 역사와 상금 등이 가세될 경우 권위있는 상으로 발돋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장애인계에서 제정한 상도, 장애인이 받는 상도 이같이 “장애인계가 사회적으로 자랑스러워지는 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인계 제정 상도, 정부나 지자체, 각급의회, 공공기관 또는 사회기관, 단체와 기업 등에서 제정한 상도 상마다 때마다 로비를 하네, 내정이 됐네 등등 뒷말들이 무성하고 후폭풍도 만만치가 않다. 추천기관이나 추천인은 <장애인계 1면용 인물>을 발굴하기는커녕 어떻게든 ‘자기쪽’ 사람만을 추천하려 할 뿐이고 이것이 갈등을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장애인계도 너무나 많은 <1면용 인물>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석학도 있고, 이른바 저탄소녹색성장의 학문적 배경이 된 교수도 있고, IT강국의 신화를 만든 최고의 엔지니어도 있다. 세계10대 교역국의 발판을 만든 기업인도 있다. 청백리와 목민지관도 많이 있다. 장애인의 진로상담과 취업을 일생의 과제로 삼아 현장에서 몸을 사른 전문가도 있다. 평생 휠체어를 타고 취재현장을 누비며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애쓰는 기자도 있다. 장애인의 인권증진을 위한 사법적 정의 실천에 몸 바친 법조인도 있다. 일일이 열거하기 힘든 만큼 능력있고 자랑스러운 장애인이 너무나 많다.

오해는 사양한다. 잘나고 똑똑하고 지위가 있고 재산이 있는 사람을 뽑아내자는 말이 아니다. <보통의 장애인들이 보통의 장소에서 보통의 인권을 누리며 보통의 삶과 보통의 미래를 꿈꾸는 상식적이고 보편적인 나라가 되기 위한> 사회적 인프라로서의 ‘1면용 인물’을 발굴하여 장애인계의 자긍으로 삼자는 말이다.

각종 상의 추천기관들에게 간곡히 부탁한다. 물물교환 식의 주고받기로 추천권을 나눠먹지 말기 바란다. 아무런 검증도 없이 줄 세워 놓은 제 사람들만이 나눠 먹는 상이 되지 않게 해주길 바란다. 또한 공명심에 사로잡힌 일부 인사들이여! 마치 상 사냥꾼이 되어 상을 쫓아 헤매는 누추한 모습을 보이지 말아 달라.

거듭 말한다. 장애인을 격려하는, 또한 자랑스럽게 하는, 장애인계를 당당하게 해 줄 <1면용 인물>을 발굴하여 자랑스럽게 추천해 달라. 

 안희진

 한국DPI 국제위원·상임이사

 UN ESCAP 사회복지전문위원

 장애인복지신문 발행인 겸 사장

오피니언타임스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칼럼으로 세상을 바꾼다.
논객닷컴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론(nongaek34567@daum.net)도 보장합니다.
저작권자 © 논객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