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혜련의 그림자]

[오피니언타임스=최혜련] ‘무연사회’는 혼자 살다 혼자 죽는 사회, 인연이나 관계가 없는 사회를 뜻한다. 이 용어는 한 해 고독사가 3만2000여명에 달하는 일본사회를 보고 NHK 취재팀이 무연사회라 이름 붙이며 만들어졌다. 우리나라도 지속적인 고령화와 더불어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점차 무연사회에 다가가고 있다.

고독사는 오래 전부터 사회문제로 떠올랐지만 주로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나타나 특정 집단의 문제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연령과 관계없이 나타나면서 더 이상 개인의 문제로만 바라볼 수 없게 됐다.

Ⓒ픽사베이

고독사는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살다 고독한 죽음에 이르는 것이다. 그러나 이조차 아직 공식적으로 정의되지 않은 개념이다. 정확한 기준이 없기에 통계도 없으며 예방제도나 연구도 미비하다. 이와 유사한 행정용어로 ‘무연고자 사망’을 대신해 사용하고 있으나 지자체마다 기준이 달라 정확한 통계를 파악하기 어렵다.

고독사에 관심이 필요한 이유는 여러 사회문제가 섞이면서 만들어진 또 다른 문제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사회가 만들어낸 죽음이란 것이다. 노인들의 고독사는 무관심과 경제적 빈곤으로 일어난다. 배우자와 사별하거나 자식들과 연락이 뜸한 노인들은 자연스럽게 혼자 남게 된다. 그들의 상당수가 퇴직 후 일자리를 얻지 못해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는데 이는 또 다시 사회적 고립을 야기한다. 특히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OECD 1위일 정도로 심각하지만 그에 비해 제도적 지원이 미흡하다. 가정 방문 서비스도 한 사람당 배정된 노인들의 수가 많아 제대로 관리가 어렵고 노인 일자리도 턱없이 부족하다.

그나마 노인들은 약간의 정부지원 시스템이 있지만 중년층과 청년층은 마땅한 대비책이 없다. 중년층은 이혼 등의 이유로 비자발적인 1인 가구가 되는 경우가 많지만, 조기 퇴직이나 실직을 겪으면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 스스로 고립된 삶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 청년층의 경우 갈수록 심각해지는 청년실업률에 연애나 결혼, 인간관계 등을 포기하고 취업을 준비하면서 쉽게 고독사에 노출된다.

우리보다 이전에 고독사가 많았던 나라들의 대책을 보면 일본은 복지 공무원 이외에도 가스 검침원 등이 고독사가 우려되는 사람을 신고하게 제도화되어 있다. 유럽에서는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같은 곳에 살면서 욕실 등의 공간을 공유하도록 설계한 ‘콜렉티브 하우스’라는 공동체주택을 통해 사회적 방치를 해결하려 한다. 우리나라도 지자체에서 독거남들의 고독사를 예방하기위한 ‘나비남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지만 전국적으로 고독사를 예방할 수 있는 제도 마련과 관심이 필요하다.

ⒸUnsplash

현재 우리는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로 혼자 간편하게 생활할 수 있다. 인터넷으로 손쉽게 물건을 주문하고 은행업무도 볼 수 있으며 자택근무까지 가능하다. 더불어 개인주의 확산으로 혼밥, 혼영 등이 대수롭지 않게 되었다. 점점 사람과의 관계가 불필요하다고 느끼는 사회가 다가오고 있다. 아니 어쩌면 벌써 무연사회가 도래했을지도 모른다.

인간은 어차피 혼자 사는 것이며 고독하지 않은 죽음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사람과 사람이 모인 ‘사회’속에서 홀로 쓸쓸하게 살다가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사회의 의미를 무색하게 만들어 버리는 것이 아닐까 싶다. 지금이라도 고독사에 대한 공식적인 정의와 통계, 그에 따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올해는 ‘집주인에 의해 2주만에 발견…’과 같은 기사를 덜 마주할 수 있기를 바란다.

 최혜련

 다채로운 색을 가진 사회가 되길 바라며 씁니다,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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