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안의 동행]

[오피니언타임스=최수안] ‘소확행(小確幸)’이라는 신조어가 있다. 작지만 진정한 행복을 뜻하는 말로 일상에서 소소한 행복을 추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수필집에서 행복을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는 것,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접어 넣은 속옷이 잔뜩 쌓여 있는 것, 새로 산 정결한 면 냄새가 풍기는 하얀 셔츠를 머리에서부터 뒤집어쓸 때의 기분…’라고 정의했고, 덴마크의 휘게(hygge)나 스웨덴의 라곰(lagom), 프랑스의 오캄(au calme)도 비슷한 의미다.

소확행이란 단어가 네이버 지식백과에 올라올 만큼 관심을 얻는 것은 어쩌면 현재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세상살이의 버거움을 반증하는 것인지 모른다.

©픽사베이

‘행복幸福’이라는 단어는 ‘다행 행[幸], 복 복[福]’자로 구성되어 있다. ‘복 복[福]’자를 해체해보면, 보일 시[示], 한 일[一], 입 구[口], 밭 전[田]자가 들어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한 입 먹을 밭이 보인다면 다행이다”라는 뜻이 숨어 있는 것이다.

고등학교 시절, 제법 절친했던 한 친구는 늘 밝고 활기에 차 있었다. 어느 날 담임 선생님께서 그 친구에게 “○○야, 늘 즐겁고 행복하지?”라고 물으셨다. 친구는 맑고 설렘 가득한 표정으로 “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아~ 오늘은 무슨 일들이 일어날까’ 기대되고 설레요”라고 대답했다. 그 친구라고 해서 불평불만이나 걱정이 없던 것이 아니었다. 때로는 속상해하고 힘겨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매일 설레고 기대되는 아침을 맞는다는 것은 마냥 부러우며 비결이 궁금해지는 대목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불행한가?” 의문이 들었다. 문득 “행복하다”고 말했던 순간들을 적어보았다. 한 줄씩 적어 내려가니 어느덧 한 페이지를 훌쩍 넘겼다.

휴일 아침에 눈을 떴는데 빗소리를 들으며 휴일이니 더 자도 되겠다며 미소 짓던 순간, 밖으로 나섰을 때 전해지던 꽃과 풀 그리고 흙냄새, 반려동물을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좋던 순간, 가족들을 비롯한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영원했으면 하고 바라게 되는 순간들이 하나 둘 스쳐갔다.

사람은 확인을 해야 비로소 확신을 한다. 기쁨은 모래알처럼 작은 크기로 오고, 슬픔은 바윗돌처럼 크게 닥쳐오는 것뿐이지 그 양을 비교해본다면 결국에는 같을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리고 얼마 후 그날의 할 일들은 해내고, 계획을 지키며, 규칙적인 생활을 통해 완벽함을 추구하고자 했던 삶에 대한 태도가 변했음을 느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오늘 할 일들은 무엇이지?’라는 생각이 아닌 “따뜻한 커피 한 잔 마시고 싶다”는 말이 미소와 함께 저절로 나와 버리는 경험을 하게 된 것이다.

사람이 알아야할 것이 있다면 언젠가는 알게 될 것이고, 자신이 한 말과 행동은 되돌려 받게 되어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한다. 진심은 언젠가 닿고 통할 것이라는 아무도 믿지 않을 것만 같은 말들을 생각한다.

필자는 복권을 사지 않는다. 행운도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다고 생각하기에 그렇다. 누군가에게는 큰 기회로 한 번에 주어지고, 누군가에게는 조금씩 작게 오는 차이가 있을 뿐 총량을 계산해보면 같을 것이라는 믿음이다. 내게 올 운들이 내가 원하는 일에서 쓰이기를 바라는 마음을 갖는다. 하지만 복권을 사는 행위로 한 주를 혹시 모른다는 기대와 희망으로 산다는 사람도 많다. 얼마나 절절함이 느껴지는지 마음 한 켠이 저려온다.

소탐대실[小貪大失]. “꽉 찬 것은 텅 빈 것과 마찬가지다.” 어느 책의 이 문장은 필자로 하여금 고개를 끄덕이게 하였다. 극과 극은 통한다는 말은 이것에도 통하는 것 같다. 언제나 옳은 길을 걷는 것이 답이다. ‘군자대로행[君子大路行]’이라는 말을 이쯤에 놓아보려 한다. 군자는 큰길로 간다. 덕이 있고 점잖은 사람은 한길로 다닌다. 군자는 사소한 이익에 이끌리지 아니하고 부정한 짓, 무모한 짓을 하지 않음을 뜻한다.

실제로도 큰 도로가 막힌다고 해서 계속 차선을 바꾸어가며 운전해봤자 목적지에 도착하는 속도는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다. 돌아가는 것이 오히려 위험요소가 많은 길이다. 결국 큰길이 빠르면서도 안전한 길이다.

탐욕은 모든 것을 얻으려다가 모든 것을 잃게 한다. 그저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힘과 돈이 있으면 족하다. 가질 수 있는 것을 갖되, 가질 수 없는 것은 남의 몫으로 두는 것이 현명하다. 그러나 실제로는 쉽지 않아서 우리는 요행수나 위험한 유혹에 현혹되기 일쑤다. 사람은 위태로울수록 더욱 말도 되지 않을 법한 꼼수에 홀리게 된다. 그만큼 절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끝에는 불안과 수습해야할 일들이 쌓여 있다.

상대적 행복감보다 절대적 행복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본다. 때로는 스스로가 무력하고 불완전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지금보다 더 행복해지고 싶다는 마음가짐으로 조금씩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오늘부터 우리는 꽃길만 걷기를 바라며 생각해본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사랑하는 반려견과 함께 하는 오늘이 참 다행스럽다. 그러므로 참 행복하다.

 최수안

 오피니언타임스 청년칼럼니스트

 건축회사 웹디자인 파트에서 근무 중인 습작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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